[문화] 치명적인 무심함과 무신경...전직 임원이 전하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진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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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책표지
케어리스 피플
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안진환 옮김
디플롯
마크 저커버그보다 먼저 페이스북의 ‘힘’을 깨달았던 뉴질랜드 출신 이상주의자 여성 임원이 그들의 ‘무심한’ 기업문화에 좌절하고 까보인 페이스북의 구린 속살. 호의적인 시선으로 책을 정의하면 이렇다. 각도에 따라서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잘린 부적응자의 통렬한 복수로 보일 수도 있겠다. 둘 다일 수도 있고. 어쨌든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스마트폰에 페이스북 앱 아이콘과 사용자의 손가락이 보이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어렸을 적 상어에 물려 죽을 뻔했던 소녀는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유엔과 워싱턴의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하고 싶어서”였다. 2009년 그런 저자의 눈에 페이스북이 들어온다. 출범 5년도 안 된 이 신생 소셜미디어는 그녀에게 인류 역사의 흐름 자체를 바꿀 혁명이었다.
알음알음(최고는 하버드 출신 유대인)으로만 문이 열리는 페이스북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 끝에 2011년 글로벌 공공정책 매니저로 혁명에 합류하게 된다. 페이스북 스스로 “인터넷에서 시간을 허비하려는 사람들의 놀이터”로 여길 때였다. ‘연결을 통해 개방된 사회를 만든다’고 외치던 저커버그조차 그랬다. 페이스북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 저자가 외국 정상들과의 만남을 독려하면서 저커버그의 관심도 고개를 든다.
처음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를 만날 때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저커버그는 곧 그런 만남을 즐기게 된다. 한 만찬에서 쿠바의 1인자 라울 카스트로 옆자리에 앉게 만들라고 요구하고(실패했다), 시진핑에게 “곧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거절당했다). 이런 행동은 각국 지도자들과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페이스북 기준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저커버그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떼돈을 벌 기업공개만 기다리고 있던) 고위 간부 대부분이 저자와는 다른 목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예컨대 저자가 사람의 목숨을 살릴 기회로 여기는 장기 기증 캠페인을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 정보를 수집해 이용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이미 평생 놀고먹어도 될 만큼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이 말이다.
문제는 멈추지 않는다. 페이스북 게시물로 아이들이 왕따당하고, 사생활이 침해되며, 괴롭힘과 범죄가 촉발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회사는 외면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던 일을 계속했다. 중국에서 정부의 주문에 맞춰 대만과 홍콩 이용자들을 검열할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주고, 미국에서는 선거캠프에 직원을 파견해 허위 정보, 트롤링(어그로), 거짓말로 선거전을 치러 트럼프가 이기도록 도왔다.
페이스북 로고 앞에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촬영한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저자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흔든 것은 미얀마였다.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향한 악의적 혐오 발언이 페이스북에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상부에 보고했지만 그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당시 미얀마의 혐오 발언 처리 담당자는 아일랜드에 있는 계약직 1명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로 최소 1만명이 살해됐다. 유엔 보고서는 증오 확산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수행한 결정적 역할에 20쪽 이상을 할애했다. 저자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그들이 쥐뿔도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명적 무심함과 무신경이다. 그런 사람들을 의미하는 책 제목 『케어리스 피플(careless people)』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따온 것이다. ‘사물과 생명을 마구 짓부수고 돈과 무심함 속으로 물러난 뒤 자기들이 벌여놓은 난장판은 다른 사람들이 정리하게 내버려 두는 인간 유형’인데 페이스북(어찌 그 회사뿐이랴)의 고위층과 딱 들어맞는다. 분명 그들이 문제를 바로 잡으면서도 충분한 부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더 그렇다. 분명 다른 가능한 선택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의문을 제기해 눈 밖에 난 저자는 저커버그 최측근의 성희롱을 문제 삼았다가 성과 부진을 이유로 해고됐다. 그들에게 도덕적 파산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의미가 있다. 페이스북의 실체는 달라지지 않을 테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곪아 터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이상주의자라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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