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핵잠’ 미적거리는 美…정부, 로드맵 먼저 띄워 ‘개문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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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원자력잠수함, 이하 핵잠) 개발을 위한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핵잠 개발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정상 차원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에 합의했으나, 농축 우라늄 연료 공급 등을 위한 실무 협상이 느리게 진행되며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이란전으로 미국의 신경이 온통 중동에 쏠린 데다 쿠팡 사태까지 발목을 잡으며 미 측의 호응이 더딘 가운데 정부 차원의 ‘핵잠 로드맵’ 발표로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보고-Ⅲ 배치-I 3번함 신채호함의 시운전 모습. 사진 HD현대
15일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부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등 고위 관계자가 한국형 핵잠 개발의 로드맵을 담은 기본 계획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준수 의지와 핵잠 건조를 위한 정부 차원의 구상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핵잠을 도입하는 게 핵심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구두로 한국의 핵잠 도입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를 명문화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Joint Fact Sheet·JFS, 팩트시트)’는 11월에야 최종 도출됐고, 이후에도 미 측이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지연과 쿠팡 사태 등을 문제삼으며 제대로 된 실무협의의 첫 발도 떼지 못했다. 핵잠 건조를 위해선 미국이 제공하는 저농축 우라늄 연료를 받는 게 관건이다.
이와 관련, 당초 정부는 올 초 미국의 핵잠 실무협상 대표단이 방한하면 핵잠 로드맵 발표를 통해 개발을 공식화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 측 대표단 방한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일단 한국 차원에서 ‘개문발차“를 통해 동력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핵잠 개발은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방위사업청의 비닉 사업으로 진행해 왔다. 이번 발표로 그간 물밑에서 진행해 온 핵잠 개발을 일반 사업으로 전환, 여타 무기 체계와 유사한 도입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해군은 한국형 핵잠에 대해 “5000t급 이상, 최소 4척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인 ‘장보고Ⅲ 배치(Batch)Ⅲ’가 핵잠으로 돌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핵잠의 ‘앙꼬’인 핵 연료 이전과 관련해 미 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상 실제 사업 진행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위급 당국자들이 잇따라 방미하는 것도 결국 미국을 움직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을 만나 핵잠과 관련해 국방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헤그세스 장관 역시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어 한·미 국방 당국 간 실무급 협의체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다만 농축 우라늄 등 핵 연료의 국외 이전을 결정하는 주무 부처는 에너지부라는 지적도 있다.
외교 라인에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워싱턴DC를 방문해 국무부 크리스토퍼 랜다우 부장관,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 등과 면담한다. 외교부는 박 차관이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 후속조치 등 한·미 간 현안, 지역 및 글로벌 이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핵잠 관련 협의 가속화 필요성 등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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