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후보등록 마감일 대구 찾았다 …野 “노골적 선거운동”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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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5일 대구 군위군 소보면 도산1리 마을에서 열린 모내기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5일 대구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원에 위치한 대구·경북(TK) 통합 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를 시찰하고, 대구시·국방부·국토교통부 관계자들로부터 사업 개요와 추진 경과, 향후 계획, 군·민간 공항 이전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TK 통합 신공항 건설은 대구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K-2 군 공항(대구국제공항 포함)을 시 외곽으로 이전시켜 공항 부지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돈이다. 공항 이전에만 약 15조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민간 공항 건설의 경우 정부의 재정 재원 방식으로 추진되지만, 사업비가 약 11조5000억원에 이르는 군 공항 이전은 대구시가 먼저 부담한 뒤 기존 K-2 군 공항 부지를 개발해 회수하는 구조(기부 대 양여)다. 군 공항 이전만 해도 올해 대구시 전체 예산(약 11조7000억원)에 육박해 6년째 답보 상태다.
지난 3월 9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현 K-2 군 공항(대구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C-17 수송기가 서 있다. 대구시는 이 공항을 2030년까지 대구 군위군 일원의 대구경북통합신공항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뉴스1
이 대통령은 이날 대구시 관계자로부터 “군 공항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 과정에서 과도한 금융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고, 사업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 역시 대구시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재원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업 장기화에 따른 추가 비용과 재정 부담 규모에 관해 꼼꼼히 물었다고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TK 통합 신공항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모두 국가 책임 강화를 주장하는 공통 공약이다. 하지만 대구가 과거와 달리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떠오른 데다 선거를 불과 19일 남겨둔 시점의 방문이란 점이 국민의힘을 자극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연 '이재명 대통령 관건선거'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뉴스1
송언석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구시당에서 ‘이재명 대통령 관권 선거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13~14일 울산·성남 전통시장 방문에 이어) 대통령의 선거운동이 한 번만 더 진행되면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오늘(15일) 군위와 대구에서 또다시 선거운동이 벌어졌다”며 “법적 조치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탄핵 사유로 다뤄졌고, 헌재에서도 위법을 인정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대통령 본인은 헌법상 소추가 되지 않더라도, 선거 개입 행보를 기획한 청와대 관계자는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후보는 “오늘(15일) 대통령은 빈손으로 대구를 찾아와 입으로는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TK 신공항 국가 주도 추진 여부나 구체적 재정 지원 방식 같은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수박 겉핥기식 방문에 그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런 뒤 “전혀 통상적이지 않은 대통령의 지역 마실이 계속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를 넘어 오만한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추 후보는 앞서 페이스북에 “후보 등록을 하자마자 여당의 열세·경합 지역에 대통령이 등장한다면 관권 선거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재현된다면 이번 선거는 진흙탕 선거로 전락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대통령 심판 선거로 전환될 것”이라고 썼다.
김부겸(왼쪽) 더불어민주당,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공히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의 국가 책임 강화를 공약했다. 뉴스1
반면 김부겸 후보는 이날 이 대통령의 방문을 적극 환영했다.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대통령의 군위 방문’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제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듯하다”며 “대통령의 관심에 대구시장의 의지를 포개면 일 추진이 훨씬 쉬워진다”고 했다. 그러곤 “제가 대구시장이 돼 이재명 정부와 함께 공항 문제 깔끔하게 해결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지방 행보를 하다가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그해 2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방문해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들이니 가슴이 뛴다”고 말해 국민의힘의 반발을 샀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선인 신분으로 7개 지역 순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를 대동해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대구 군위군 소보면 도산1리 마을에서 열린 모내기 행사에서 이앙기 운행 체험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전 대통령은 4·10 총선이 치러진 2024년 1월부터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를 연속 개최하면서 지역 숙원사업에 관한 정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2024년 2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대놓고 선거 시기에 맞춰 전국을 다니면서 하고 있다. 관권 선거,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아니냐”고 지적했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선거 전 인위적인 지역 방문은 없지만, 꼭 필요한 일정을 일부러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스승의 날인 이날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삼계초(현재 폐교) 6학년 때 은사인 박병기(74)씨와 동문을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박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직접 달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포옹했고, 박씨는 “어떤 선생님이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안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경북 안동의 한 식당에서 이 대통령 모교에서 담임을 맡았던 은사 박병기 선생님과 오찬을 하며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 대통령은 TK 신공항 부지 시찰 뒤에는 군위군 소보면 도산1리에서 직접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이앙기를 직접 몰고 주민들과 새참을 나눠 먹은 이 대통령은 공항 이전 문제를 묻는 지역 주민의 질문에 “그건 원래 정부가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두고 봐야죠”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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