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비거리 제한’ 골프공 규제, 시행도 전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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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8번 홀에서 375야드 장타를 친 캐머런 영. [AP=연합뉴스]

캐머런 영(미국)을 ‘우승 없는 최고 선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한 숨은 주역은 골프공이었다. 영은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당시 타이틀리스트 프로V1x 레프트 더블닷(Double Dot)으로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375야드의 장타를 뿜어냈다. TPC 소그래스 18번 홀 역대 최장 드라이브 기록이다. 영을 포함해 대부분의 선수는 그가 최첨단 고성능 볼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놀랍게도 이 볼은 USGA(미국골프협회)가 거리 축소를 위해 도입한 새로운 공인구 기준(ODS)을 통과한 일명 ‘롤백(거리 축소) 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투어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데이터골프 분석에 따르면, 영이 더블닷으로 교체한 이후 드라이버 거리 손실은 약 3야드에 불과했다. 반면 페어웨이 적중률은 전년 대비 121계단 상승한 46위(61% 이상)까지 치솟았다.

USGA는 샷거리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역사 깊은 골프 코스들이 무력화되고 자연환경이 훼손된다며 볼 비행 거리 축소를 강력히 추진해 왔다. USGA가 도입한 새 ODS 테스트 기준은 클럽 헤드 스피드 시속 125마일, 발사각 11도 조건에서 캐리 거리 317야드(허용 오차 3야드)를 넘지 않아야 한다. 프로 대회는 2028년, 아마추어는 203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USGA는 이 기준이 시행되면 비거리가 최소 15야드 이상 줄어들 것으로 공언해 왔다.

타이틀리스트는 USGA의 이 같은 프로·아마추어 용품 이원화 정책에 대해 “골프를 엘리트와 아마추어로 갈라치기 하고, 골프의 근간을 이루는 연결고리를 끊어놓을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규제 시행을 2년 앞두고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거리 손실이 거의 없는 볼을 조용히 시장에 선보이며 사실상 규제 당국의 빗장을 무력화했다.

영이 사용한 프로V1x 레프트 더블닷은 선수의 개별 요구에 맞춰 스핀량, 탄도, 타구감 등을 맞춤 제작하는 타이틀리스트의 CPO(커스텀 퍼포먼스 옵션) 모델이다. 영은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이 볼을 처음 들고 나와 PGA 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이후, 단숨에 2승을 더 추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2022년 디 오픈 챔피언 브라이언 하먼은 “강화된 기준 볼을 테스트해 본 결과, 장타자들은 거리 손실이 거의 없는 반면 단타자들은 타격이 컸다”며 “취지와 달리 결국 장타자에게만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용품사들이 규제를 우회하는 첨단 볼을 잇따라 내놓을 경우, 아마추어 골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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