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손목 등쪽 아프고 땅 짚기 힘들면 손목뼈 썩는 병 의심”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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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과 함께하는 희귀 난치질환 희망 동행 이승준 정형외과 교수

망치질·운동 등 반복적인 충격 때문
혈류 끊기면서 뼈 탄력 잃고 부서져
통증 초기에 진단, 치료해야 회복

별일 아닌 줄 알았던 손목 통증이 어떤 경우엔 손목뼈가 서서히 썩는 희귀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키엔백병’ 얘기다. 손목 중앙에서 힘을 전달하는 뼈인 월상골(반달골)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무혈성 괴사다. 환자에게도 생소하지만 경험이 없으면 의료진도 진단이 쉽지 않다. 발병 초기인 1기에 진단되는 환자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분야 전문가인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승준(수부 질환 세부전문의) 교수에게 키엔백병의 특징과 단계별 치료 전략을 들었다.

키엔백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해부학적으로는 손목을 이루는 척골(새끼손가락 쪽 팔 뼈)과 요골(엄지손가락 쪽 팔 뼈)의 길이 차이가 영향을 준다. 척골이 요골보다 짧으면 손목 중앙에 위치한 월상골에 압력이 증가하면서 혈류가 차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람에 따라 월상골로 들어가는 혈관이 하나뿐인 경우에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혈류가 끊기면 뼈는 탄력을 잃고 쉽게 부서지는 상태가 된다. 망치질이나 진동 기계 사용, 스포츠 활동처럼 손목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주는 환경도 발병에 영향을 준다. 환자분들에겐 ‘우유 팩처럼 네모난 형태의 뼈를 밟아 찌그러진 상태’라고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왜 놓치기 쉬운가.
“명절 증후군이나 일시적인 염좌(삠)로 생각하고 방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질환은 통증이 있다가 사라지는 시기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괜찮아졌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병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뼈는 점점 납작해지고 조각난다. 손목 가동 범위가 줄어든 뒤에야 병원을 찾는데,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해야 하나.
“대표적인 신호는 손목 등 쪽, 가운데 부위를 눌렀을 때 느껴지는 통증이다. 땅을 짚을 때 아프고 손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이 잘 안 된다. 손목 중앙이 붓고 악력이 떨어진다. 이런 증상이 2~3개월 이상 지속하면 정밀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주로 20~40대에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병이 나빠지면 손가락 힘줄 파열로 이어져 손가락을 펴거나 구부리기 어려워진다. 관절염으로 진행하면 손목 전체에 통증이 있다.”
건국대병원의 진단 시스템은.
“초기에는 X선 검사에서 정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후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면 뼈가 괴사하면서 단단해지고 하얗게 변한다. 1기에서 넘어가는 단계다. 그래서 손목 통증 환자를 볼 땐 영상 소견뿐 아니라 통증 양상과 직업, 손 사용 패턴까지 함께 고려한다.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 통증이 얼마나 오래 지속했는지와 직업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X선 검사에서 정상이어도 정황상 키엔백병이 의심되면 MRI를 통해 확인한다. 건국대병원은 희귀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검사와 치료를 빠르게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진단 시점을 앞당기는 데 집중한다.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중요하므로 이를 고려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어떤 치료 선택지가 있나.
“초기(1~2기)에는 휴식과 부목 고정만으로도 잘 회복된다. 필요하면 혈류를 개선하거나 관절 압력을 낮추는 수술로 뼈를 살린다. 이 시기에 치료하면 눌렸던 뼈가 다시 펴지면서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된다. 중기(3기)면 뼈가 일부 무너진 상태여서 뼈 길이를 맞추는 등 보다 적극적인 수술을 고려한다. 말기(4기)면 주변 뼈까지 관절염이 전이된 상태로, 통증을 줄이는 것이 치료 목표다. 관절 고정술이나 뼈 절제술이 필요하다. 손목 운동 범위는 정상의 절반 이하로 제한될 수 있다. 치료 선택지가 다양하므로 환자의 나이·직업·원하는 기능 수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병기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 사례가 있다면.
“최근 청소년 야구 선수 두 명이 키엔백병을 진단받았다. 초기 통증이 생기자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한 A군은 수술 없이 휴식과 부목 고정만으로 회복해 다시 운동을 이어갔다. 반면에 통증을 참고 운동을 계속한 B군은 3기까지 병이 진행돼 수술이 필요했고,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받았다. 키엔백병은 언제 발견하고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병이다.”
손목 통증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손목 통증을 절대 가볍게 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키엔백병은 문헌상 1만5000명 중 1명 정도에게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병이다. 특히 다친 적이 없는데도 땅을 짚고 일어날 때 아픈 것이 중요한 첫 신호다. 갑작스러운 욱신거림과 힘 빠지는 느낌이 2~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를 찾아 검사받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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