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증권 머니무브에 정기예금 계좌 수 급감…예금금리 올리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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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A씨는 은행에 넣었던 3000만원짜리 정기예금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다. A씨는 “새로 예금을 들자니 주식 투자를 하는 지인들이 극구 말린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라도 조금씩 사봐야 하나 싶은데 손실이 걱정돼 며칠째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60대 B씨도 “지난 3월에 1000만원짜리 은행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주식을 샀는데,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모든 예금을 다 해지할 걸 그랬다”라고 했다.

증시 활황 탓에 은행 예금에서 ‘뭉칫돈 탈출’이 줄을 잇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물론 시중은행까지 예금 금리를 올리며 수신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연 2~3%대 금리로는 증권사로 향하는 자금을 붙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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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18일 KB국민은행은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만기 3~6개월 예금 금리가 이날부터 연 2.65%에서 2.75%로 높아진다. 6~9개월, 9~12개월 예금 금리도 연 2.80%에서 2.85%로 높였다. 지난 11일 하나은행도 3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2.65%에서 2.75%로 0.1%포인트 인상했다. 6개월 만기 금리는 연 2.85%로 0.05%포인트 높였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2.95%다. 전월 취급 평균 금리(만기 12개월 기준)보다 각각 0.07%포인트·0.18%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 역시 우리WON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에게 0.2%포인트 우대금리 쿠폰을 제공해, 12개월 만기 예금 금리를 최고 연 3.10%까지 받게 했다.

은행권이 잇따라 금리 인상에 나선 건, 증시 호황에 금융 소비자가 예금보다는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기예금 계좌 수는 2241만1000개로 6년 반 만에 가장 적다. 정기예금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1억원 미만 계좌 수도 지난해 말 기준 2162만9000개로, 2019년 상반기(2070만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 거래 활동계좌 수가 지난달 말 기준 1억508만8686개로 1년 전보다 17%(8984만675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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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사정도 비슷하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99조5740억원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탄 지난해 12월부터는 100조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도 감소세다. 3월 말 기준 915조965억원으로, 지난해 말(930조8613억원)보다 15조원 넘게 줄었다.

이에 새마을금고에서는 일부 금고에서 연 3.8%의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협중앙회도 목돈을 한 번에 거치하면 연 4% 금리를 복리로 제공하는 ‘무배당 신협4U저축공제’ 상품을 내놨다. 참·CK·더블저축은행 등은 최고 3.6%대 정기 예금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27%로, 1월(2.92%)보다 0.35%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수신금리 인상이 증권사로 향하는 자금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올해 주식 투자 평균 수익률이 32.8%(미래에셋증권 잔고 100만원 이상 고객, 올 1월~5월 7일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연 2~3% 예금 금리로 고객을 잡아두긴 쉽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는 시장금리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무한정 인위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며 “은행에선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예금 수요층 고객을 끌어당기는 것이 최선인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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