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경 단속 비웃고 쓰레기 투척…죽음의 갯벌서 ‘막장 해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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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인천 옹진군 영흥면 내리 갯벌 일대. 드론이 말벌처럼 얕은 바다를 급하게 오가면서 “곧 물이 차오르니 육상으로 나와달라”는 경고 방송을 연신 내보냈다. 인천해경 직원 2명은 급기야 장화를 신고 뻘밭을 향해 내달렸다. 해경의 어깨에는 단속을 알리기 위한 경광등 불빛이 반짝였다.

그러나 30여명의 남녀는 아랑곳 없이 해루질(얕은 밤바다에서 어패류를 잡는 행위) 삼매경이었다. 나이대는 30~50대로 천차만별이었다. 해경의 단속을 피해 헤드 랜턴을 꺼버리는 사람조차 있었다. 한 여성은 갯벌에서 길을 잃은 듯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일행에게 전화를 걸어 길 안내를 부탁하기도 했다. 결국 해경 단속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30분 만인 오후 11시가 지나서야 해루질꾼들은 갯벌을 모두 빠져나왔다. 이들의 바구니에는 낙지와 소라 등 해루질로 잡은 수산물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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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10시쯤 해경이 단속을 시작하자 인천 옹진군 영흥면 내리 갯벌에서 해루질하던 사람들이 육상으로 나오고 있다. 변민철 기자

내리 갯벌은 해루질 동호회원들 사이에 유명한 주말 명소다. 잠시만 해루질을 해도 한 바구니 가득 채워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갯골(갯벌을 흐르는 강)이 깊어 수심 변화가 크고 조류가 빨라 사고 위험이 크다. 지난해 9월 해루질을 하다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던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이재석 경사가 순직했다.

해경은 올해 1월 12일부터 내리 갯벌 꽃섬 인근부터 하늘고래전망대까지 이어진 갯골 주변을 출입통제장소로 지정하고, 야간시간대(일몰 후 30분∼일출 전 30분)와 주의보 이상 기상특보 발효 시 일반인 출입을 제한했다. 단속을 통해 이달 4일까지 8명을 적발해 과태료 처분까지 내렸다. 해루질 동호회원들이 반발하며 ‘영흥도 내리 갯벌 출입통제장소 지정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가 최근 국민권익위로부터 각하 처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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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영흥면 내리 갯벌 일부 구간의 출입통제를 알리는 안내문. 변민철 기자

이런 조치에도 해가 완전히 진 오후 8시가 되자 갯벌에는 해루질꾼으로 인산인해였다. 5월 들어 날씨가 따뜻해지자 해루질꾼들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갯벌 앞에는 ‘연안 사고 위험지역 안내문’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멀리 안 가고 앞에서만 할 거니까 괜찮다”며 갯벌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불법 해루질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갯벌 인근에서 만난 주민 김모(70)씨는“해루질하는 사람들이 사유지에 차를 무단으로 대고, 쓰레기도 마구 버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옹진군에서 급히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을 보내 안내 방송을 했지만, 이미 먼 갯벌까지 들어간 사람들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박영준 내리 어촌계장은 “해루질하는 사람들이 종패를 뿌려놓은 바지락을 잡아가는 등 마을 어장을 훼손시키고 있다”며 “넓은 갯벌에서 랜턴을 끄거나 숨어버리니 단속이 제대로 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리 갯벌을 단속하면 인근에 있는 다른 갯벌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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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10시 30분쯤 해경 단속에도 해루질을 계속하던 사람들 모습이 드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변민철 기자

출입통제도 무용지물…무분별 해루질 대책 없나

내리 갯벌을 비롯해 해경이 출입통제장소로 지정한 갯벌은 ▶인천 하나개해수욕장 갯벌 ▶평택 석문방조제 갯벌 일원 ▶평택 안산 방아머리해변 갯벌 일원 ▶평택 안산 메추리섬 갯벌 일원 ▶태안 통개항 갯벌 일원 ▶태안 곰섬 갯벌 일원 ▶보령 직언도 갯벌 일원 등 전국에 8곳이다.

해경은 지역 어촌계·지자체와 협의해 인명사고 위험이 크거나 어민 피해가 우려되는 갯벌을 출입통제장소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갯벌들에도 여전히 해루질하려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최장열 태안 파도리(통개항) 어촌계장은 “야간 해루질로 고립되고 죽는 사람도 있고, 어민들 생존권도 달려 있어 갯벌을 출입통제장소로 지정했는데도 50~60명이 찾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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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송정마을 불법 해루질 어획물. 사진 독자

해경은 내년 5월부터 갯벌 출입통제장소 출입 시 부과하는 과태료를 기존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해경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출입통제구역 무단 출입자 단속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 위험이 높은 야간과 대조기에 순찰·계도 및 안전수칙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달 12일에는 해루질 가능 시간과 장소를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 제정 등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비어업인의 해루질을 금지해달라는 어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해루질 등 갯벌 체험을 원하는 관광객들의 요구도 많아서 지자체 차원에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도 “수산자원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갯벌 출입금지 시간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바다와 갯벌은 공유수면이라 출입을 아예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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