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청순보다 테크노…‘센 언니’ 택한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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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위 사진), 아이브, 블랙핑크 등 K팝 그룹들이 테크노 기반 댄스곡을 연이어 내놨다. 강렬한 콘셉트와 퍼포먼스가 특징적이다. [사진 빌리프랩]
K팝에 강렬하고 반복적인 사운드의 ‘테크노’ 바람이 불고 있다. 열풍을 주도하는 건 걸그룹들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극단적인 콘셉트, 온라인 쇼츠 위주의 홍보 방식 등과 조합하기 좋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내외 차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테크노 기반의 K팝은 지난달 30일 ‘아일릿’이 발표한 ‘잇츠미’다. 그간 ‘마그네틱’ ‘체리시’ ‘낫 큐트 애니모어’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녀 콘셉트를 유지했던 아일릿은 강렬한 비트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내세운 ‘잇츠미’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노래가 수록된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는 16일자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서 26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18일 기준 멜론 톱 100 차트 3위, 지니 뮤직 톱 200 차트 4위 등에 올라있다.
아이브. [사진 스타십엔터테인먼트]
반복적이고 강렬한 테크노 리듬의 아이브 ‘뱅뱅’ 역시 순항 중이다. 지난 2월 말 발표된 ‘뱅뱅’은 꾸준히 멜론 톱 100 차트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8일 기준 7위다. ‘아이엠’ ‘러브 다이브’ 등 멜로디 중심이었던 아이브도 이번 음악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는 K팝 테크노의 글로벌 흥행의 포문을 연 대표적 사례다. 완전체 컴백을 반년 가량 앞두고 지난해 7월 선공개 된 ‘뛰어’는 빠른 킥 드럼이 반복되는 가운데 짧은 신스 훅과 가사 ‘뛰어’를 무한 반복한다. 이 노래는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 차트에서 K팝 그룹 최초·최다 1위 기록을 세웠고,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현재 K팝 그룹들이 차용하는 건 독일 베를린 등 유럽의 클럽을 휩쓸고 있는 하드한 테크노 음악 스타일이다. 템포가 매우 빠르고 ‘쿵쿵쿵쿵’ 하는 킥 드럼, 날카로운 신스 사운드가 강조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7~10분 간 지루할 정도로 특정 악구가 반복되는 정통 테크노 음악보다는 K팝 쪽이 전개도 빠르고 멜로디 중심인 편이다.
어쿠스틱 악기 없이 오로지 전자음으로 만들어진 테크노 음악 특유의 ‘인공적 미학’ 은 K팝 걸그룹이 내세우고 싶은 유니크한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진다. 2020년대 이후 유행한 K팝 그룹들이 주로 내세운 음악은 대부분 힙합, 하우스 기반이었다.
이대화 평론가는 “K팝은 대중성 못지않게 트렌디한 댄스 음악을 만들려는 욕심을 항상 드러내 왔고 지금 가장 핫한 언더그라운드 장르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와중에 유럽의 테크노 유행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클럽 테크노 음악의 어둡고 시크한 이미지가 K팝 걸그룹들이 추구하는 이른 바 ‘센 언니’의 모습과 꽤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소비 행태가 ‘청취’에서 ‘시청’으로 바뀌는 세태에 맞춘 트렌드라는 분석도 있다. 테크노는 속도감과 반복성이 두드러지는 장르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숏폼 콘텐트에서 하우스 장르보다 유리할 수 있다. 임희윤 평론가는 “테크노는 사실 감상용 음악은 아니고 안무도 남자 아이돌들이 추는 힙합 기반의 댄스 음악보다 단순하다”며 “이런 점이 쇼츠 중심의 글로벌 홍보 수단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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