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널 보며 날 간다…우린 서로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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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트윈스’ 언니 김유재(왼쪽)와 동생 김유성. 슬림한 체형부터 포니테일 헤어스타일, 목소리까지 똑 닮았다. 일본 매체 디 앤서가 “외형은 물론 실력도 구분 가지 않는다”고 놀라워할 정도다. 필살기도 트리플 악셀로 똑같다. 우상조 기자

이토록 완벽하게 닮은 경쟁자이자 동반자가 있을까. 6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 김유재와 김유성(17)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다. 2025~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생 김유성이 5차 대회, 언니 김유재가 6차 대회에서 우승했다.

최근 과천빙상장에서 만난 자매는 슬림한 체형부터 포니테일 헤어스타일, 차분한 목소리까지 똑 닮아 헷갈렸다. 둘은 마치 거울을 마주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킬 것이다. 김유재는 “제가 키가 1㎝ 더 크다(1m61㎝).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알아보신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특강으로 피겨를 시작한 자매는 대학 시절 드럼과 베이스기타를 연주한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오아시스 등 올드팝을 들으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웠다. 유성은 “비용도, 걱정도 두 배로 드는데 부모님이 항상 믿어주시며 후원사 KB도 통 크게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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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김유재와 김유성가 롤모델 김연아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우상조 기자

둘은 왼손잡이에 좋아하는 음식(떡볶이), 좋아하는 프로야구팀(두산)까지 같다. 이상형도 똑같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훈이다.

김연아의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영상을 수천 번도 더 돌려봤다는 둘은 태릉빙상장에서 마주친 김연아에게 사인을 받을 때 너무 떨려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유재는 “다시 김연아를 만나면 큰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고 집중하는 마인드 컨트롤을 묻고 싶다”고 했고, 유성은 “우리 나이로 돌아간다면 무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쌍둥이는 “알리사 리우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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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펼치는 김유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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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펼치는 김유성. AFP=연합뉴스

필살기도 ‘트리플 악셀’로 똑같다. 전방을 향해 힘껏 뛰어올라 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돌고 착지하는 이 기술은 부상 위험과 두려움이 크지만 그만큼 가산점도 크다. 한국에서 ISU 공인 대회에서 이 기술을 성공한 선수는 유영 이후 두 자매 뿐이다.

유재가 2023년 캘거리에서 먼저 완벽하게 랜딩했고, 이듬해 언니의 조언을 받은 유성이 방콕에서 성공했다. 쌍둥이는 최근 1년 새 키가 4㎝씩 부쩍 자랐다. 기계체조 덤블링을 하며 달라진 점프 축과 타이밍 변화에 적응했다. 현재 트리플 악셀 성공률은 10번 중 7번 정도에 달할 만큼 안정 궤도에 올랐다.

일란성 쌍둥이의 관계는 일반 형제자매와는 다르다. 나이 차도, 체격 차도, 능력 차도 없어 모두가 비교하며 한 쪽의 성공은 다른 쪽의 실패로 여겨진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고 싶은 상대이기도 하다. 자매는 이 복잡한 관계를 에너지로 쓰는 듯하다. 유재는 “지나간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유성이의 여유로움이 부럽다”고 했고 유성은 “유재의 기술적 완성도가 더 뛰어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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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피겨선수 김유재와 김유성이 손으로 함께 하트를 만드는 포즈를 취했다. 우상조 기자

유재는 “유성이는 제 스케이트의 한쪽 같아요. 두 개가 온전히 맞춰져야 빙판을 달릴 수 있는 것처럼, 함께여야만 나아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방이 모자란 건 아닌데도, 둘이 같은 방을 쓰며 24시간 내내 붙어 산다니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김유성은 “유재가 파란 하늘이라면 전 땅 같아요. 서로가 존재해야 비로소 하나의 세상이 완성되는 것처럼요”라고 했다. 휴대폰에 서로의 이름을 ‘내 짝꿍’으로 저장한 자매는 성적이 엇갈리는 날에는 거창한 위로 대신 그저 곁을 지켜준다.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동반 진출해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했다. 특히 갈라쇼에서 거울을 마주보듯 펼친 ‘미러링’ 페어 연기는 큰 화제가 됐다. 유재는 “팬들이 ‘데칼코마니 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올해 8월경 ISU 시니어 챌린저 대회에 출전해 성인 무대를 노크할 예정이다. 김유재는 “약간 강렬하고 웅장하면서 의상도 성숙한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유성은 “기존의 서정적인 선율 대신 좀 더 파격적인 분위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힌트를 줬다.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걸그룹 아이브, 아일릿의 댄스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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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김유성과 김유재가 시상대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우상조 기자

밀라노 올림픽 대표 선발전 2, 3위에 올랐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출전하지 못한 쌍둥이의 시선은 2030년 알프스 올림픽을 향해 있다. 둘은 “피겨 역사상 여자 싱글에서 쌍둥이가 나선 적은 없더라”며 “우리 둘이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선다면, 그보다 특별하고 경이로운 순간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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