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진핑·푸틴 만남 경계하는 트럼프, “대만 총통과 대화”…‘47년 금기’ 흔들었다

본문

bt14889207e7da06c3ed9f58350e503d4e.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에어포스원)에 오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련해 대만 총통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과 대만의 현직 정상 간 직접 대화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상세히 논의했다고 밝혀 대만 안보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시 주석을 강하게 자극할 수 있는 폭탄 발언을 내놓으며 중국과 대만 간 양안 문제를 뒤흔들고 있다.

“무기판매 관련, 대만 총통과 얘기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안경비대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위해 이동하던 중 출입기자와 가진 대화에서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둘 모두와 잘 지낸다”고 답했다. 이어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계획에 대해 자신에게 얘기해 줬다면서 “중국의 푸틴 대통령 환영식을 봤는데 우리(환영식)가 더 잘 됐던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무기 판매 결정 전에 라이칭더 대만 총통에게 전화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와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누구와도 이야기한다. 시 주석과 아주 훌륭한 회담을 가졌다”며 “우리는 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bt7046aa1d6db811b4c33fe6c22f5c536f.jpg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 관저에서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79년 미·중 수교 후 미·대만 정상 대화 없어

하지만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한 이후 현직 미국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직접 대화한 일은 한 차례도 없었던 일종의 ‘외교적 금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출범 직전인 2016년 12월 당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한 사례는 있지만 그때는 트럼프 당선인 신분이었다. 이 일로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엄중히 항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통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대만 무기 판매 문제와 관련해 “현재 대만을 통치하는 사람과 얘기해 봐야 한다”고 했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그 발언을 했을 때 단순한 말실수였을 거라는 추측을 (이날 나온 더욱 명백한 표현으로) 불식시켰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 자극 불가피

미국과 대만 정상 간에 직접 대화가 이뤄질 경우 시 주석을 자극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중국은 미 입법부·행정부 고위 인사와 대만 간 직접적 접촉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2022년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현지 방문에 대만 포위식 대규모 실사격 군사훈련으로 무력시위에 나선 일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재차 내놓은 것은 시 주석을 향한 압박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과의 정상회담 직후 나흘 만에 푸틴 대통령을 불러들여 중·러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미국을 향한 견제구 성격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의 대화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시 주석에 맞불성 압박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bt080bdc5d4ba99d0c18822735ba9080eb.jpg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다도 행사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美 견제 성격 중·러회담에 압박 메시지 가능성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성명을 내고 “현재 세계는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의 해악이 심각하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반(反)서방 연대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지상 및 우주 기반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골든 돔’ 구상을 놓고 국제 안보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라이칭더 총통 간 구체적인 통화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대만 안보 공약을 흔들며 대중(對中) 협상 도구로 삼으려 하고 47년간 이어진 외교적 금기를 깨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주의적 외교는 앞으로도 인도·태평양 전반의 안보 지형에 상당한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5,35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