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이은 곰 피해에도 자위대 투입 어려운 日…총 쏠 수 없어 전문 포수에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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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일본 동부 군마현 누마타시(沼田市)의 한 슈퍼마켓 내부에서 걸어다니는 곰의 폐쇄회로(CC)TV 영상. AFP=연합뉴스

“지진보다 곰이 더 무섭다.”

동면을 마친 곰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나오는 말이다. 올해 몇 차례 지진에도 누군가 사망한 경우는 없었지만, 곰에게 희생된 사람은 벌써 2명이기 때문이다. 곰 습격으로 추정되는 사례까지 합치면 4명이다.

20일에도 이와테현에서 85세 남성이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머리와 상반신에는 짐승이 할퀸 상처가 여러 개 있었다. 부근에는 곰 한 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 7일과 지난달 21일에도 이와테현에서 각각 여성 1명이 곰에 의해 사망했으며, 지난 5일 야마가타현에서 사망한 남성도 곰에게 공격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대 최악의 곰 피해로 꼽혔던 2025년도에는 피해자가 238명에 달했고, 이 중 사망자가 13명이었다. 당시 사망자가 가을(9~11월)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봄부터 사망 사례가 잇따르는 이례적 양상이다.

일본 언론에서도 연일 곰의 출몰과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한편, 곰을 만났을 때 위험을 줄이는 대처법도 적극 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곰 피해가 집중된 이와테현 경찰은 곰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신형 헬멧과 팔 보호대를 도입해 현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신형 헬멧은 치명상을 입기 쉬운 얼굴 전체와 목덜미까지 덮는 구조로, 무게는 약 1.5㎏이다. 팔 보호대는 손등부터 팔꿈치까지 감싸 날카로운 발톱 공격으로부터 경찰관을 보호한다고 한다.

경찰관들은 기존 방검복에 이 장비를 착용하고 산악 지대 실종자 수색 작업 등을 하게 된다. 지난달 이와테현을 수색 중이던 남성 경찰관이 곰에게 얼굴과 허벅지 등을 물려 중상을 입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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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세이시(佐藤誠志·59)씨가 판매하는 '곰 퇴치봉(棒)' 판매 사이트 캡쳐

민간이 직접 만든 호신 도구도 주목받고 있다.

사토 세이시(佐藤誠志·59) 씨가 판매하는 '곰 퇴치봉(棒)'은 길이 약 1~2m, 무게 500g 정도의 알루미늄 합금 재질로 만들어져 있으며, 끝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진 것이 특징이다. 2023년 산에서 버섯을 캐다 곰의 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요미우리신문에 "막대기가 없었다면 얼굴을 공격당했을 것"이라며 곰과 마주쳤을 때 거리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년 봄 판매를 개시한 이후 현 안팎에서만 800개 이상이 팔렸으며, 곰 출몰이 잇따르는 아오모리현 경찰도 이를 도입했다.

이처럼 곰에 의한 피해가 커지고, 민간 차원의 대응도 활발하지만 정작 일본 자위대와 경찰은 소탕 작전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촘촘한 법적 규제 때문이다.

일본 자위대는 무기 사용과 관련해 외부 적의 침입에 따른 방위 출동이나 해상경비행동 등으로 한정돼 있어, 야생 동물에 대해서는 발포가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일본 자위대지만, 곰 문제에서는 여전히 활용 방법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지난해 곰 피해가 집중됐던 아키타현이 자위대 파견을 요청했을 때도 '토목공사나 수송사업 수탁' 등을 담은 자위대법 제100조를 근거로 덫 설치와 수송만 지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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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내려온 곰이 사람을 습격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자위대 파견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본 아키타현 지사. 사진 인스타그램

경찰도 곰을 직접 사살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주택가 등 시가지에서 총을 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곰이 사람을 공격할 위험이 임박했을 때 경찰관이 엽사에게 발포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지자체 판단으로 예외적으로 엽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총기 사용은 수렵 면허를 가진 엽사나 전문 포획자에게 맡기는 구조여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 언론들은 “2020년도 수렵면허 보유자 수는 약 21만 명으로, 1975년도 약 51만 명의 40% 수준으로 줄었다. 면허 보유자의 고령화도 진행돼, 60세 이상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니혼게이자이신문) 며 정부의 전문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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