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진핑·푸틴 “이란 공격, 국제법 위반”…한반도엔 첫 “전쟁 위험”

본문

중국과 러시아는 20일 체결한 공동성명에서 이란 전쟁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을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위기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데 그쳤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전쟁 발발 위험(生戰風險)”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bt3e6ef5ff9c1635634b00074e8b26289c.jpg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사진전을 함께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공개한 ‘중·러 공동성명’에는 이란 전쟁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 공격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동 지역의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고 명시했다. 또 “충돌 당사자는 조속히 대화와 협상 궤도로 돌아와 전쟁의 장기화와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중동 정세와 관련 “전면적인 종전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전쟁의 조속한 종식이 에너지 공급의 안정, 산업 및 공급 체인의 원활함과 국제 무역 질서에 끼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군사공격이나 침략 대신 위기로 규정했다. “양측은 유엔헌장 원칙을 충분·완전·전면 준수하는 기초 위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원을 제거하고 공동안전을 보장하며, 지속가능한 평화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인식했다”고 서술했다. 또 “러시아는 중국의 객관·공정한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중국이 정치·외교적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환영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 등을 전쟁의 근원(root causes)으로 지목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비무장화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미국을 ‘개별 국가’ 등의 표현으로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개별 국가가 패권주의를 신봉하면서 신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 침략적 정책은 국제 경쟁을 국제 경쟁을 더 격렬하게 하고 긴장 태세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타국의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을 억제하면서 다극 세계 구축에 장애물을 설치한다”고 했다.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성명은 “일부 핵무기 보유국은 힘의 우월성에 사로잡힌 채 절대적인 안보·군사 우위를 도모하면서 다른 핵무기 보유국 부근에 군사 전략 인프라와 전략 공격형·방어형 무기를 배치하고, 군사 동맹을 무절제하게 확대하면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긴장 관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양측은 핵무기 보유국 및 비핵 동맹국이 국가 간 ‘핵공유’, ‘확장억제’ 등 안정성을 해치는 협정을 조속히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의 다층적 방어 시스템인 ‘골든 돔’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미국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우주 기반 요격을 연구·시행하는 것은 국제 안보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명시했다.

bt0f39d6f0f27b2b97b12b271ba313a801.jpg

지난해 9월 3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승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다. 타스=연합뉴스

한반도 ‘전쟁발발 위험’ 표현 첫 등장 

한반도 문제를 다룬 부분에서는 2024년에 이어 비핵화 표현이 사라졌다.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 뒤 백악관이 팩트 시트에서 북한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명시한 것과 달랐다. 특히 “양측은 역내 긴장 고조, 군비경쟁 자극, 정치적 수단 남용을 중단하고, 한반도 전쟁발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촉구한다”며 ‘전쟁발발 위험’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지정학적 현실’이란 용어도 처음 등장했다. “중·러는 지정학적 현실에 따라 각자의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할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비핵화라는 원칙과 규범 대신 현실주의적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수용하겠다는 입장 변화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다.

광역두만개발계획(GTI, Greater Tumen Initiative)도 담겼다. “양국은 GTI 프레임 안에서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무역투자·교통·에너지·디지털경제·농업·관광·환경 등 분야에서 GTI 회원국 간의 협력을 심화하여 동북아 지역 협력을 추진한다”고 명기했다. GTI는 과거 1992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한 두만강 개발계획에서 시작된 동북아 지역 협력체로 중국의 동북, 러시아 극동, 몽골, 한반도를 연결하는 동북아 지역 협력체 구상이다. 현재 GTI 회원국은 중국·러시아·몽골·한국으로 북한은 2009년 탈퇴한 상태다.

두만강 하구를 통한 중국의 해양 진출 문제도 2024년 공동성명에서의 ‘건설적 대화’ 표현보다 구체화했다. 이번 성명에서는 “1991년 5월 16일자 중화인민공화국과 소련 간 동부 국경에 관한 합의 제9조 정신에 따라, 북한과 두만강을 통한 해양 접근에 관한 3자 협상을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1991년 국경조약 9조는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구소련이 중국 선박의 바다 왕복 항행을 허용한다고 명시한 조항이다.

두만강 하류와 동해 연결 구간은 북한·러시아 접경 지역과 맞닿아 있어 중국의 해상 접근 확대를 위해서는 북·러 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즉 중국의 숙원인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을 북·중·러 3자 협력 틀에서 제도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 시진핑·푸틴 “북한과 두만강 통한 중국의 동해 진출 논의”

  • 習, 푸틴에 ‘트럼프 플러스 원’ 의전…“양국관계 전례없는 수준 도달”

  • 집권 26년간 25번째 중국 찾는 푸틴, 내일 시진핑과 北 비핵화 언급 주목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5,35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