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쿠바 실세’ 기소 부른 1996년 민간기 격추 사건…미국은 왜 지금 압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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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쿠바 실세인 라울 카스트로(95)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기소하면서, 1996년 쿠바군의 미국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사건과 관련해 라울 카스트로를 미국인 살해 공모와 항공기 파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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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 1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수도) 북쪽 12해리 해상을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 소속 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격추 사건은 1996년 2월 24일 벌어졌다. 당시 마이애미 기반 반(反)카스트로 단체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Brothers to the Rescue)’는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쿠바인들을 구조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미 의회 문서에 따르면 쿠바군은 쿠바 해안 인근에서 이 단체 소속 민간 항공기 2대를 열추적 미사일로 격추했고, 미국 시민 3명과 미국 거주자 1명이 숨졌다. 격추 당한 항공기 중 한 대는 가까스로 탈출했다.

당시 쿠바 정부는 해당 단체가 반정부 공작과 영공 침범을 반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비무장 민간기가 국제 공역에서 공격받았다고 반발했다. 사건 직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현재까지 미국의 대쿠바 금수조치의 핵심 근거로 남아 있는 초강경 대쿠바 제재법인 ‘헬름스-버턴법(Helms-Burton Act)’에 서명했다. 법안은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와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제재를 해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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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22년 7월 26일(현지시간) 쿠바 시엔푸에고스에서 열린 ‘7·26 혁명기념일’ 행사에서 박수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30년전 이 사건을 꺼내 라울 카스트로를 기소한 건 향후 쿠바를 공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기소를 “트럼프 행정부의 최신 대쿠바 압박 카드(latest salvo)”라고 평가했고, CNN은 “향후 군사 행동 명분 쌓기라는 해석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쿠바를 겨냥해 “다음 차례(next)”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를 상대로 석유 봉쇄와 추가 제재를 이어왔고,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군사 공격을 포함한 심각한 위협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며 유혈사태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다만 대화 채널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 등 쿠바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정보 협력과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압박 배경엔…안보·패권 그리고 표심

미국의 대(對)쿠바 압박은 안보와 패권 문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서반구를 자국 영향권으로 보는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 기조 아래 쿠바를 러시아·이란 등 적대국들의 서반구 거점으로 여기며 경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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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가운데)와 피델 카스트로(맨 왼쪽)가 1960년대 쿠바 아바나 콜론 묘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 플로리다에서 불과 90마일(약 145㎞) 떨어진 쿠바는 냉전 시기부터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간주됐다. 특히 1959년 독재자로 불린 피델 카스트로 쿠바 최고지도자가 혁명으로 친미 성향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린 뒤 미국 자산을 국유화하고 소련과 밀착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후 1961년 CIA 지원을 받은 쿠바 망명자들의 피그스만 침공 실패에 이어, 이듬해엔 쿠바 미사일 위기까지 터지면서 서반구 내 공산주의 교두보란 미국의 인식은 악화됐다. “피델 카스트로의 집권 이후 미·쿠바 관계는 핵위기, 장기간의 경제 금수, 지속적인 정치적 적대를 겪었다”(미국외교협회)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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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쿠바 공화국 기념일 행사에서 쿠바 망명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쿠바를 압박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 내 표심이 거론된다. 핵심 경합주 플로리다에는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탈출한 쿠바계 이민자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 쿠바계 미국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지속적인 쿠바 정권 비판 발언 역시 이들의 표심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내 쿠바계 인구는 약 293만명이며, 이 가운데 약 180만명이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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