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올해 칸 최대 미스터리” vs “‘호프’에 황금종려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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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알리샤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18일(현지 시간) 영화제 현지에서 열린 포토콜 행사에서 외신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이들이 '호프'에서 연기한 외계인 장면들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로이터=연합뉴스
폐막을 사흘 앞둔 20일(현지 시간)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프’는 여전히 가장 뜨거운 화두다. 총 22편의 경쟁부문 진출작 중 이날까지 18편이 공개됐지만 황금종려상감에 거론되는 강력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호프’의 수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79회 칸영화제 중간결산 #'호프' 호불호 가장 엇갈려 #평점은 '파더랜드' '페이퍼 타이거' 높아 #박찬욱 등 심사위원단 선택은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호프’의 공식 상영 이튿날인 18일 보도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칸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은 거장들의 예술영화가 아니라, 경쟁부문 사상 최초 흥행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바로 나홍진 감독의 한국 SF 괴수 영화 ‘호프’”라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호프'의 나홍진 감독(왼쪽부터 네번째)이 배우들과 18일(현지 시간) 포토콜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
뉴욕타임즈(NYT)는 19일 칸영화제 중간결산 기사에서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가 없는 가운데 모든 경쟁부문 영화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호프’를 “가장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라 보도했다. “‘호프’가 예상을 뒤엎고 최고상을 수상한다면, 이는 올해 후보작들이 얼마나 (수상 자격에 있어) 호불호가 갈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다.
"올해 칸 최대 미스터리" vs "'호프'에 황금종려상을"
NYT 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X에선 ‘호프’ 찬반 대결이 벌어졌다. 캐나다 토론토비평가협회 전직 회장인 평론가 피터 호웰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대 미스터리는 이처럼 조악한 CG와 허술한 줄거리로 가득찬 영화(‘호프’)가 어떻게 황금종려상 후보로 진출할 수 있었는가다”라고 혹평한 글이 51개의 ‘좋아요’를 받았는가 하면, 스코틀랜드계 필리핀 작가 이아나 머레이가 “‘호프’에 황금종려상을 주자”는 캠페인성 게시물을 올려 668개의 ‘좋아요’를 받고 73회 리트윗되기도 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한국 액션 영화 거장 나홍진의 박진감 넘치는 SF 괴수 영화는 컬트 클래식이 될 자질을 모두 갖췄다”고 극찬했다.

영화 '호프'가 16일(현지 시간) 발행된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 표지를 장식했다(왼쪽 사진부터). 오른쪽은 21일 스크린 데일리의 경쟁부문 별점표. 사진 스크린 데일리 캡처
‘호프’는 영화제 공식 소식지 별점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했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독일·이집트·프랑스·태국 등 6개국 12개 평단이 별점을 매기는 영국의 ‘스크린 데일리’에선 4점 만점에 평균 2.8점을 받아 이날까지 평점이 공개된 16편 중 공동 4위에 올랐다. 스크린 데일리 평단에 포함된 프랑스 르몽드는 ‘호프’에 4점 만점을 줬다.
20일 기준 스크린 데일리 평점에서 폴란드 파베우 파울리코프스키 감독의 ‘파더랜드’가 3.3점으로 1위에 올라있고, 이어 반 정부 성향의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미노타우르’가 3.2점, 일본의 떠오르는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가 3.1점, 미국 노장 제임스 그레이 감독과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등이 함께한 ‘페이퍼 타이거’가 ‘호프’와 나란히 2.8점을 받았다.
별점은 '파더랜드' '미노타우르' '페이퍼 타이거' 높아
반면 프랑스 평단들이 별점에 참여하는 소식지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호프’는 평점 1.86점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올해 경쟁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영화 '페이퍼 타이거'에서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마일즈 텔러(왼쪽부터)와 아담 드라이버가 17일(현지 시간) 영화제 현장에서 포토콜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평점 1위는 2.93점을 받은 ‘페이퍼 타이거’가 차지했고 이어 ‘미노타우르’(2.6점)가 2위에 올랐다. 앞서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의 영화 ‘피오르드’는 루마니아계 미국인이자 마블 배우 세바스찬 스탠이 주연을 맡아 박해받는 기독교인 가족 이야기를 반전 있게 그려 평점 2.58점으로 3위에 올랐다(스크린 데일리 평점은 2.5점). 영미권 평단의 호평이 많았던 ‘파더랜드’ 역시 프랑스 평단에선 2.07의 중위권 별점에 머물렀다.
영화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맨 왼쪽부터)과 주연 배우들이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외신들의 카메라 앞에 섰다. EPA=연합뉴스
개막 전 기대를 모았던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SF ‘상자 속의 양’과 이란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처음 프랑스 배우들과 촬영한 ‘페럴렐 테일스’는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으며 두 소식지에서 모두 1점대의 낮은 별점에 머물렀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상자 속의 양’에 대해 “인공지능(AI) 아이들에 대한 밋밋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일본영화는 이를 비롯해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후카다 고지 감독의 ‘나기 노트’까지 3편이 진출해 수상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파더랜드’(Fatherland) 공식 시사회에서 배우 산드라 휠러가 레드카펫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곡성' 조언한 박찬욱 '호프' 택할까
그러나 소식지 평점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일 뿐이다. 황금종려상 수상은 전적으로 심사위원단의 소관이다. 특히 심사위원장의 의견은 강력하다. 매해 폐막식에서 생각지 못한 이변이 벌어지는 까닭이다.
난민 구호, 사회적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온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선 이란 정부에 박해받아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미국 독립영화 출신 배우 겸 감독 그레타 거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2024년 황금종려상은 유럽·아시아 작품이 강세를 보였던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미국 독립영화(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에 돌아갔다.
올해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액션 영화 ‘올드보이’로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할리우드 B급 장르영화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이후로도 멜로(‘헤어질 결심’), 첩보물(‘리틀 드러머 걸’), 블랙 코미디(‘어쩔수가없다’) 등 장르색 짙은 작품을 만들어왔다. 역시 장르 변주에 거듭 도전해온 나홍진 감독이 전작 ‘곡성’(2016) 시나리오를 준비할 당시 박 감독의 조언을 구한 것도 알려진 일화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17일(현지 시간) 영화제에서 열린 '2026 키리이 우먼 ㅣㄴ 모션 어워즈' 행사에 참석했다. AFP=연합
다만 박찬욱 감독의 장르 취향이 ‘호프’의 수상에 일조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식에 앞서 열린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한국영화에 점수를 더 주거나 하지는 않겠다"는 말과 함께 영화제와 시상식의 존재 목적에 대해 이런 소신을 밝혔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없었다면 우리가 알지 못했을 영화들, 볼 기회를 잡지 못한 그런 영화들이 (영화제를 통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우리의 생각의 깊이와 폭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고 말한 그는 “영화를 심사해서 1등, 2등, 3등이다 가리는 게 웃기는 일 같지만 ‘이 영화에 주의를 집중해주세요’ 하고 여러분께 호소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는 데에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수상 결과가 발표되는 폐막식은 오는 23일 오후 8시(한국시간 24일 오전 3시) 프랑스 칸 해변에 위치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주요 수상 부문에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 남·여자 배우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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