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양자역학이 알아낸 이치, 부처님은 2600년 전 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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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총무원장은 “불교의 세계관과 양자 물리학의 세계관이 서로 통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부처님오신날(24일)을 앞두고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총무원 청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났다. 진우 스님은 절집에선 드물게 양자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깊다. 총무원장실에서 마주 앉은 진우 스님에게 ‘불교와 양자역학’을 물었다.
- 양자역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1980년쯤이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황산덕 박사의 책을 읽었다. 나가르주나(용수 보살)의 『중론(中論)』을 게송으로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었다. 그때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내 앞에 물질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불교는 왜 이걸 ‘공(空)’이라고 하나. 이게 정말 진리라면, 과학에서도 통해야겠지. 그렇다면 과학으로 한번 접근해 보자. 이렇게 생각했다.”
- 과학으로 어떻게 접근했나.
- “불교는 깨달음을 통해 진리에 들어선다. 물리학은 물질의 본질을 통해 진리에 다가간다. 종점에서 둘이 만나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을 공부했다. 부처님께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100% 믿는다. 그래도 나 스스로 그게 입증이 돼야 한다. 내가 100% 이해 못 하면 남도 설득할 수가 없지 않나.”
- 내 앞에 있는 물건을 봤다고 하자. 현대 물리학은 어떻게 설명하나.
- “우리 눈에는 그 물건이 입자로 보인다. 손으로 만져봐도 입자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그 입자가 곧 파동이라고 말한다. 1801년 영국의 물리학자 토머스 영은 빛이 파동의 성질임을 이중 슬릿 실험으로 입증했다. ‘빛은 알갱이(입자)’라는 뉴턴의 지배적 이론을 뒤집는 현대 물리학의 결정적 사건이었다. 그건 부처님께서 『금강경(金剛經)』에서 설하신 말씀과 정확하게 통한다.”
- 『금강경』에서 뭐라고 했나.
-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이 꿈 같고, 물거품 같고, 이슬 같고, 그림자와 같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 눈에는 분명히 보이지만, 실체는 비어 있다(空)는 뜻이다.”
- 그런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허무하다” “공허하다”고 말한다.
- “그게 아니다. 그 비어있음으로 인해 우리가 자유로워진다. 삶의 슬픔과 삶의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걸 바윗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입자’라고 본다. 그런데 불교는 그 바위가 비어있다고 말한다. 그걸 온전히 깨치면 어찌 되겠나. 나를 짓누르던 슬픔과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자유로워지겠나. 그래서 불교는 허무를 말하는 종교가 아니다.”
- 그럼 무엇을 말하는 종교인가.
- “본질적 자유를 말하는 종교다.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이라는 X축과 ‘공간’이라는 Y축 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 틀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변한다’ ‘사라진다’는 방식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입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다르게 말한다.”
- 양자역학은 어떻게 말하나.
- “시간도 절대적인 게 아니고, 공간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게 부처님이 『금강경』에서 하신 말씀과 정확하게 통한다. ‘상(相,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겉모습이나 내가 가진 인식의 틀)이 상(相)이 아닐 때 여래를 보리라’. 양자역학은 ‘세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를 과학으로 말하고, 불교는 ‘그것을 바로 보라’고 수행으로 말한다.”
『반야심경』에서는 우주의 이치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물질과 공(空)이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양자역학에도 우주의 이치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있다.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이다.
거친 비유로 말하자면 탁자 위에서 동전이 돌아갈 때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가 ‘양자 중첩’이다. 또 우주의 양 끝에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있는데, 한쪽 입자의 뺨을 때릴 때 다른 쪽 입자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게 ‘양자 얽힘’이다. 물질일 때는 둘로 보이지만, 공(空)일 때는 하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우 스님은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양자 중첩은 ‘존재를 어떻게 보느냐’는 인식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깊이 맞닿아 있다”며 “고통의 본질은 색(色)만 보고 공(空)을 못 보는 것이고, 깨달음은 색과 공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2600년 전에 깨달으신 이치를 현대 물리학은 이제 조금 알아채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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