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불가리, 기술력과 실험정신으로 시계·주얼리 분야를 사로잡다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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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Bvlgari)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4월에 열린 ‘워치스&원더스 제네바(Watches&Wonders Geneva)’ 박람회에 참가했다. 브랜드는 로마 태생 주얼러이자 스위스 시계 제작사라는 이중 유산을 내세우며 새로운 시계와 함께 주얼리 부문 신제품도 함께 공개했다. 브랜드 특유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제품 여러 점이 눈에 띄었다.

특히 브랜드의 초박형 시계 기술력을 대표하는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은 크기를 줄여 여성 고객에게도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됐고, 골드와 스틸을 조합한 주얼리는 ‘파격 그 자체’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야심 차게 내세운 스틸의 고급화 전략이 효과를 봤다. 이처럼 불가리는 성별과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과 과감한 소재 활용을 통해, 최근 럭셔리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감각을 누구보다 빠르게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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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은 케이스 지름이 37㎜로 줄어들고, 두께 6.85㎜로 살짝 두꺼워지며 전체적인 비율이 조정됐다. 사진 불가리

더 작아진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불가리는 초박형 시계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의 크기를 기존 40㎜에서 지름 37㎜로 줄였다. 작아진 크기에 맞춰 케이스 두께와 브레이슬릿 폭의 비율을 조정해 손목이 비교적 가는 사람도 이 시계를 착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장 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 LVMH 워치 부문 및 불가리 최고 경영자(CEO)는 “그동안 초박형 시계는 틈새 시장에 불과했다”며 “이번 신제품이 불가리가 생각하는 황금 비율을 반영, 시장의 흐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옥토 피니씨모는 초박형 시계에 대한 불가리의 집념을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2014년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두께 1.95㎜)’을 시작으로 지난해 두께가 1.85㎜에 불과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2017년에 등장한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은 시간 표시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 초박형 시계를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옥토 피니씨모 디자인을 가장 순수하게 구현한 모델이기도 하다. “단 지금까지 출시된 시계는 모두 지름 40㎜ 이상으로 손목이 가는 남성이나 여성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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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옐로 골드 버전은 케이스·브레이슬릿·다이얼 모두 옐로 골드다. 티타늄 버전은 샌드 블라스트 마감을 적용해 거친 질감을 강조했다. 사진 불가리

올해 공개한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은 팔각형 베젤 위에 원형 베젤을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구조 등 기존 디자인 코드는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케이스 크기가 줄어들고, 두께가 6.85㎜로 살짝 두꺼워지며 다이얼 비율과 브레이슬릿 너비 등 비율 전체를 다듬었다. 소재는 티타늄과 옐로 골드 두 가지다. 티타늄 버전은 미세한 입자를 분사한 샌드 블라스트 마감을 적용해 거친 질감을 강조했고 옐로 골드 버전은 케이스·브레이슬릿·다이얼 모두 옐로 골드로 통일했다.

시간을 표시하는 인덱스와 시·분·초침 역시 골드 톤으로 구성해 일체감을 준다. 작아진 케이스 크기에 맞춰 무브먼트 역시 새롭게 설계했다. 3년에 걸쳐 개발한 무브먼트 ‘BVF 100’은 72시간 파워리저브를 지원하며 지름 31㎜에 두께는 2.35㎜다.

골드와 스틸의 조합
브랜드는 아이콘 주얼리 ‘비제로원’과 ‘불가리 투보가스’ 컬렉션에 골드와 스틸을 조합한 새 라인업을 추가했다. 이는 브랜드의 오랜 유산이다. 불가리는 그간 골드와 다른 소재를 결합한 주얼리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1970년대 파렌티지 컬렉션에서는 골드와 스틸을, 1990년대 ‘찬드라’ 컬렉션에는 골드와 포슬린, 2010년대 들어 비제로원 컬렉션에서 골드와 세라믹을 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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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골드와 스틸을 조합한 비제로원 골드&스틸 링은 전체적인 형태가 더 둥글고 부드러워졌다. 사진 불가리

비제로원 골드&스틸 링은 옐로 골드가 스틸 밴드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방식으로 디자인됐다. 무게와 착용감, 활용성을 고려해 2밴드와 4밴드 버전으로 출시됐다. 골드 사이에 놓인 스틸의 나선형 구조는 로마 건축의 기둥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나선형 밴드는 기존 비제로원 링의 특징과 동일하게 텐션이 있어 착용감이 우수하다. 전체적인 형태도 오리지널 비제로원 링처럼 더 둥글고 부드럽게 재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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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투보가스 골드&스틸 브레이슬릿은 스틸 구조 위에 옐로 골드 스터드를 더했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 투보가스 골드&스틸 브레이슬릿은 유연한 스틸 코일 구조 위에 옐로 골드 스터드를 더했다. 가스관에서 영감을 받아 납땜 없이 완성하는 투보가스 기법은 현재 불가리를 대표하는 디자인 언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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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로원 브레이슬릿은 코일 구조의 비율을 슬림하게 조정한 뱅글 형태로 등장했다. 사진 불가리

새로워진 비제로원
불가리는 골드와 스틸을 조합한 비제로원 링 외에도 브레이슬릿과 네크리스 신제품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비제로원 브레이슬릿’은 투보가스 특유의 코일 구조의 비율을 슬람하게 조정한 뱅글 형태다. 비제로원 모티프가 브레이슬릿 중앙에서 잠금장치 역할을 하며,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실루엣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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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로원 네크리스는 밴드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버전이 추가됐다. 사진 불가리

얇은 체인 위에 펜던트를 올린 ‘비제로원 네크리스’에는 밴드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버전이 추가됐다. 다이아몬드를 전면이 아닌 측면에 배치해 은은한 반짝임을 강조한다. 브레이슬릿과 네크리스 모두 옐로 골드·화이트 골드·로즈 골드로 구성해 선택의 폭 또한 넓혔다.

“로마는 불가리 창의성의 근간,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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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CEO 장 크리스토프 바뱅은 주요 컬렉션의 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진 불가리

2013년 불가리에 CEO로 합류한 장 크리스토프 바뱅은 주요 컬렉션의 성장을 이끌며 브랜드 존재감을 키워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바뱅은 7월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인 라우라 부르데제(Laura Burdese)가 새롭게 불가리를 이끌 예정이다. 퇴임 이후에도 그는 불가리 이사회 의장과 호텔 사업부 CEO, 불가리 재단 회장직을 맡는다. 지난 12년간 일궈낸 성과와 소회에 대해 바뱅은 “불가리는 ‘모순’이라 불릴 법한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워치메이커이자 주얼러”라며 “로마 태생의 불가리가 가진 철학과 정체성은 유지하되, 새로운 CEO의 합류로 또 한번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Q. 올해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을 지름 37㎜로 재설계했다.
“단순히 크기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시장 흐름을 바꾸는 작업에 가까웠다.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은 초박형 시계 분야를 이끌어왔지만, 이 분야는 시계 산업 전체에서 여전히 틈새 시장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컬렉션은 불가리가 ‘황금 비율’이라 부르는 새로운 비율로 케이스 크기와 두께, 브레이슬릿 너비까지 조정했다. 미학적 완성도가 높아졌고 착용감 역시 개선됐다. 초박형 시계를 주류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더 많은 고객이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주얼리 부문에서는 골드와 스틸을 조합하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흥미로운 건 여성 시계 시장에서는 이미 골드와 스틸을 조합한 ‘콤비’ 모델이 강세라는 점이다. 여성 고객들이 두 소재의 조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골드와 스틸 조합에 대한 고객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주얼리 영역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비제로원 골드&스틸 링은 전체적으로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를 구현했고 두 개의 골드 링 사이에 스틸 밴드를 배치해 화이트 골드로는 낼 수 없는 강한 대비감을 만들었다. 불가리 투보가스 컬렉션은 스틸 비중을 높이되 골드 스터드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구현했다.

불가리 투보가스에 골드 스터드를 더한 건 아이콘을 확장하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불가리가 ‘클래식’이라는 하나의 영역에만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다. 폭넓은 고객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보다 과감한 제안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Q. 지난 12년간 불가리를 이끌며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제품 측면에서 세 가지 전환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세르펜티다. 2012년까지 세르펜티는 사실상 시계 중심의 컬렉션이었다. 하이 주얼리는 존재했지만 파인 주얼리 라인은 제한적이었다. 세르펜티를 본격적인 주얼리 컬렉션으로 확장했고, 지금은 불가리를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는 디바스 드림이다. 하이 주얼리에서 사용하던 부채꼴 형태의 모티프를 보다 접근하기 쉬운 펜던트 네크리스로 발전시켰다. 이를 토대로 불가리 파인 주얼리는 비제로원 중심에서 벗어나 세르펜티와 디바스 드림으로도 아이콘을 확장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단연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이다. 그전까지 불가리 남성 시계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많은 주얼리 브랜드가 겪는 한계이기도 하다.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을 통해 불가리의 디자인 언어와 기술력을 남성 시계 분야에 각인시켰다. 초박형 시계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신뢰를 쌓았고, 불가리가 워치메이킹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 수 있었다.”

Q. 새로운 CEO 체제 이후 불가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나.
“후임인 라우라와는 오랜 기간 의견을 공유해왔다. 불가리의 포지셔닝이 지금처럼 선명해진 데에는 마케팅과 제품 부문에서 그가 맡아온 역할이 크다. 앞으로도 불가리가 구축해온 방향성의 상당 부분은 유지될 것이다. 동시에 색다른 아이디어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불가리는 앞으로도 로마 기반 브랜드로 남을 것이다. 로마의 건축과 예술, 라이프스타일은 불가리 창의성과 영감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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