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우리에게 장인정신은 실체적 가치”…에스.티.듀퐁 CEO의 철학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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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서 깊은 럭셔리 메종, 에스.티.듀퐁(S.T.Dupont)은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과 정교한 미학으로 그 명성을 지켜왔다. 라이터의 맑은 울림, 필기구의 부드러운 필촉, 그리고 가죽 제품의 묵직한 질감은 단순히 물건을 넘어 하나의 예술품으로 추앙받는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오브제와 새로운 가죽 컬렉션,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전통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메종의 수장인 알랑 크레베(Alain Crevet) 에스.티.듀퐁 최고경영자(CEO)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지향하는 장인정신과 미래의 방향성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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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에스.티.듀퐁의 라이터. 사진 에스.티.듀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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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 크레베(Alain Crevet) 에스.티.듀퐁 CEO. 사진 에스.티.듀퐁

파베쥬 공방에서 피운 150년 장인의 혼

에스.티.듀퐁의 심장은 프랑스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파베쥬(Faverges) 공방에 있다. 이곳에서 수만 명의 장인이 대를 이어 전수해 온 노하우, 즉 사부아페르(savoir-faire)는 메종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알랑 크레베 CEO는 “우리에게 장인정신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손끝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실체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나의 오브제가 완성되기까지는 최대 150개 이상의 세밀한 공정을 거친다. 특히 브랜드를 상징하는 천연 래커 작업은 여러 겹의 래커를 수작업으로 덧입히고 오랜 시간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특유의 깊이감과 내구성을 담아낸다.
정밀한 금속 세공 기술인 기요셰 기법 역시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숙련도를 요구한다. 이러한 디테일은 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황동의 묵직한 무게감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이어진다. 크레베 CEO는 “빠른 속도와 디지털 소비가 익숙한 오늘날, 사람의 손길에서 비롯되는 진정성이야말로 고객들이 메종의 제품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알랑 크레베 에스.티.듀퐁 CEO #“우리에게 장인정신은 실체적 가치” #펜·라이터 등 웨어러블 오브제 제작 #예술가 협업 통해 새로운 영역 확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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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듀퐁의 상징적인 래커 기술이 이어지는 프랑스 파베쥬 공방. 사진 에스.티.듀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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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기요셰 패턴을 새긴 라이터는 에스.티.듀퐁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 제품이다. 사진 에스.티.듀퐁

경계 허물며 현대적 감각 입다

전통에만 머물러 있는 브랜드는 고립되기 마련이다. 에스.티.듀퐁은 150년의 유산을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최근 선보인 미니 펜 네크리스 같은 웨어러블 오브제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제품을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시킨 혁신적인 시도다. 이는 클래식한 도구를 몸에 지니는 예술품으로 확장하며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관통했다.
또한 문화적 영역으로의 확장도 활발하다. 카사블랑카, DC 코믹스, 리차드 올린스키 등 장르를 넘나드는 글로벌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의 협업은 이들의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알랑 크레베 CEO는 “협업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문화적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곧 공개될 ‘오페라의 유령’ 컬렉션은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브랜드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예정이다. 크레베 CEO는 “창의적인 시도와 브랜드의 일관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며, “그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언제나 장인정신과 정교함이라는 핵심 가치가 자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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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구와 패션 아이템을 결합한 미니 펜 네크리스. 사진 에스.티.듀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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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펜 네크리스의 영감이 된 뉴 클래식 펜. 사진 에스.티.듀퐁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영원한 동반자

에스.티.듀퐁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유산’을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가 흉내 낼 수 없는 필기구의 가치는 기록하는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담아낸다는 데 있다. 크레베 CEO는 펜으로 글을 쓰는 행위를 “자신의 개성을 담아내는 명상적인 과정”이라 정의하며,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를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브랜드 역할을 강조했다.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의 홍수 속에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치’의 귀중함도 설파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성능을 유지하고, 부모에서 자식으로 대물림되는 제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크레베 CEO는 메종의 핵심 가치를 세 단어로 정의했다. 장인정신(Craftsmanship), 우아함(Elegance), 그리고 유산의 계승(Legacy)이다. 시간이 지나도 곁에 남아 기억과 감정을 이어주는 존재를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150년 역사를 지닌 이 브랜드가 앞으로도 지켜나갈 본질이자 미래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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