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살리기냐, 동물복지냐…소싸움, 지방선거 들이받다 [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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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5일간 경남 창원시 북면 마금산온천지구 내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제24회 창원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 모습. 사진 창원시

“소싸움 폐지 후보 지지”…선거 이슈 된 ‘소싸움’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 북면 마금산온천지구 특설경기장. 전날 개막한 ‘창원 전국 민속 소 힘겨루기 대회’가 한창이었다. 최소 600~700㎏, 최대 801㎏ 이상인 싸움소들이 뿔 달린 머리를 거세게 맞부딪치며 경합을 벌이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면 경기장 밖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소싸움 대회 폐지를 촉구하며 “창원시는 소싸움 세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소싸움 대회가 6ㆍ3 지방선거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동물자유연대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달 16~20일 창원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6%가 창원시 세금으로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응답하면서다.

창원시는 올해 소싸움 대회에 도비 1000만원을 포함해 1억6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1999년부터 매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43%가 소싸움 폐지 또는 예산 삭감 공약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을 근거로, 주요 정당 후보들에게 관련 공약 입장을 질의하고 있다. 이에 송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소싸움 예산 전면 폐지’ 입장을 밝히며 “당장 공약 반영은 어렵지만 향후 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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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창원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가 한창인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 북면 마금산온천지구 내 특설 경기장 앞에서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채식평화연대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소싸움 대회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전통문화냐 동물학대냐…이미 대회 절반 사라져

소싸움 대회를 유지해온 지자체들은 정책적 갈림길에 서 있다. ‘전통문화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매년 소싸움에 수억원의 예산을 썼지만, 최근 동물복지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소싸움 대회를 접은 지자체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고시한 전국 민속 소싸움 대회 개최지 11곳 중 6곳의 지자체가 올해 대회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예산을 배정한 지자체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 하반기 개최할 대회 예산은 배정했지만, 선거 이후 당선된 단체장 성향에 따라 대회를 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4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소싸움 대회 예산을 배정한 지자체는 경남 창원시(1억6600만원)·진주시(2억2080만원)·의령군(4억원)·창녕군(1억5740만원)과 충북 보은군(2억2800만원)이다. 이들 지자체는 대회와 별개로 소싸움 육성 지원 명목으로 2200만원~2억여원의 예산을 책정해 지역 싸움소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창녕군 관계자는 “지역 농가가 전국 대회에 참가해 1~4등을 하면 두당 100만원, 8강·16강은 각 50만원·2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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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남 의령군 의령읍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 민속경기장에서 열린 '제36회 의령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에서 우주(牛主)가 싸움소의 살코를 당겨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 등이 지난해 실시한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에 실린 자료다. 자료 동물해방물결

매년 수억대 예산 쓴 이유 ‘지역경제 활성화’

지자체들은 소싸움 대회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꼽는다. 지난해 보은군 대회에서는 소고기 판매액이 4억8397만원에 달했고, 올 4월 의령군 대회 기간에는 지역 브랜드 소고기 ‘토요애 한우’가 약 4500만원어치 판매됐다. 지역 대표 축제와 연계해 소싸움 대회를 열 경우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볼거리’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실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지자체는 창원시가 유일하다. 지난해 창원시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소싸움 대회 참가자들의 교통ㆍ숙박ㆍ식음료ㆍ쇼핑 등 소비 지출액이 약 4억5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당시 대회 예산 1억7500만원의 2배를 넘는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은 “수치화된 분석 자료는 없으나 외부 방문객 소비로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작 경제 파급효과 분석은 안 해…“아동·청소년에 악영향”

동물보호단체들은 소싸움 대회의 불법 도박 정황이나 폭력적 장면이 아동·청소년에게 노출되는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승찬 동물해방물결 사무국장은 “외부 관광객보다 지역민을 끌어모아 간신히 대회의 관심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생명 경시와 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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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남 의령군(왼쪽)과 창녕군에서 열린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 관중석에서 일부 관람객이 경기 뒤 현금을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 등이 지난해 실시한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에 실린 자료. 자료 동물해방물결

하지만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등 이해 관계자들은 소싸움의 문화·역사성과 농촌 경제·관광 활성화를 이유로 대회 폐지보다 싸움소 보호 조치 강화, 불법 도박 근절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효래 국립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러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라며 “충분한 공방 후 지역민 등 제3자가 참여해 각 주장을 판단하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국회에는 ‘전통소싸움법 폐지 법안’이 발의돼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는 도박ㆍ오락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의 예외 조항인 전통소싸움법의 법적 근거를 폐지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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