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소년 가장’에서 진짜 ‘가장’으로…류현진 200승 대기록에 대전이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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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4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홈경기에서 승리해 한·미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이 경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 [뉴스1]

2006년 4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이름도, 얼굴도 낯선 고졸 신인 류현진을 선발투수로 깜짝 기용했다. 첫 타자 안재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괴물’의 태동을 알린 그는 데뷔전에서 7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프로 첫 승리를 신고했다. 이후 메이저리그(MLB)로 무대를 확장하며 이어진 전설의 출발점이었다.

그 후 20년이 흐른 2026년 5월 24일. 류현진은 ‘제2의 고향’이 된 대전 홈 팬들 앞에서 프로 통산 200승 고지에 올라섰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6과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역투해 한화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승째이자 KBO리그 통산 122번째 승리. MLB에서 거둔 78승을 합쳐 정확히 200번째 승리를 달성했다.

한국 투수 중 MLB와 KBO리그를 모두 경험하며 200승을 채운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리그 구분 없이 프로 통산 200승 고지에 오른 것도 KBO리그 역대 최다승 투수인 송진우(210승)에 이어 두 번째다. 송진우는 류현진이 프로 무대에 입문한 2006년 전인미답의 200승 고지를 밟은 뒤 소속팀 한화에 등 번호(21번)를 영구결번으로 남기고 2009년 은퇴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신인 시절 더그아웃에서 송진우 선배님의 200승을 지켜보던 순간이 기억난다. 그때만 해도 내가 프로에서 200승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어 영광이다. 앞으로 선배님의 최다승(210승) 기록도 넘어서고 싶은데, 그러려면 내가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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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가족들과 기념 촬영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앳된 얼굴로 첫 승리를 손에 넣었던 19세 막내는 어느덧 팀 내 최고참이 돼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아내 배지현 전 스포츠 아나운서와 결혼해 딸(혜성)과 아들(준상)을 낳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는 날엔 부친 류재천 씨와 모친 박승순 씨까지 온 가족이 야구장에 모이곤 하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딸과 아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은 류현진은 “아이들 앞에서 대기록을 보여주게 돼 아빠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긴 여정을 함께한 가족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아버지 류재천 씨는 “이젠 매 경기 아들의 투구를 지켜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며 속이 타들어 갔는데,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워 정말 기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 박승순 씨도 “200승에 이르는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이 순간을 다같이 함께할 수 있어 좋다”고 흐뭇해했다.

아내 배지현 씨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남편이었지만, 새삼 그 마음을 실감했다”며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여러 일과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잘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뭉클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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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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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선수들과 기념 촬영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 구단도 성대한 축하 행사와 시상식을 준비해 영원한 에이스의 대기록을 기념했다. 선수단 모두 류현진 200승 기념 티셔츠로 갈아입고 물세례 세리머니를 펼쳤고 류현진과 MLB에서 동고동락한 지도자와 옛 동료들, 지난해 한화에서 함께 뛴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등은 미국에서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류현진과 20년간 오랜 인연을 이어온 정민철 해설위원은 이 경기를 직접 중계한 뒤 “200승을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어차피 그의 이름 뒤에 붙는 숫자들은 류현진이라는 투수의 존재감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며 “류현진이 한국 야구 역사에 존재했다는 것, 그 가치와 의미에 더 큰 박수를 보낸다”고 덕담했다.

류현진은 이제 ‘200승’이라는 값진 이정표를 뒤로한 채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다. 선수생활 내내 “내 승리보다 팀 승리가 먼저”라고 했던 그는 “이제 은퇴 전까지 개인 기록은 아무것도 욕심나지 않는다. 오직 한화의 우승만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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