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이란도 아브라함협정 가입 가능”…‘맹탕협상’ 반발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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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미 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 도중 관객석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상을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 간 관계 정상화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와 연계해 패키지딜로 처리하려는 구상을 공개했다. 현재 거론되는 이란 종전 협상 합의안이 ‘맹탕’이라는 미국 내 반발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가시적 성과물을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아브라함 협정 확대의 성패를 가를 사우디아라비아 등 핵심국이 참여에 부정적이어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난 주말 사우디 등 중동 주요 국가와 논의하며 협상 타결을 위해 이들 국가의 아브라함 협정 서명이 의무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국가는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파키스탄·튀르키예·이집트·요르단·바레인 등 8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들의 외교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해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UAE·바레인이 맨 처음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8개국 중 이집트와 요르단은 아브라함 협정 이전인 1979년과 94년 각각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체결했고, 튀르키예는 49년 이스라엘을 승인한 첫 중동 국가로 그간 관계 부침이 있었지만 외교관계를 유지해 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의무적’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참여를 압박한 8개국 가운데 실질적 타깃은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하지 않거나 수교를 맺지 않은 사우디·카타르·파키스탄 등인 셈이다.
트럼프 “사우디·카타르 즉시 서명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카타르가 즉시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란의 합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모든 국가가 즉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만약 이란이 미국 대통령인 저와 함께 협정에 서명한다면 이 유례 없는 세계 연합의 일원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집권 1기 시절인 2020년 9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발코니에서 ‘아브라함 협정’ 서명 후 가입국 대표 인사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트럼프 대통령,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은 지난해 1월 집권 2기 출범 이후 꾸준히 모색해 온 아브라함 협정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UAE·바레인 간 관계 정상화로 시작돼 같은 해 수단(10월)·모로코(12월)로 확대됐고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까지 합류했지만, 대부분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던 상태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실상 지금까지의 협정 가입국은 서로 싸우지 않던 당사자들 간의 화합 선언이었던 셈”이라고 짚었다.
종전안 반발에 ‘가시적 성과 키우기’ 의도
아브라함 협정 확장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종전 협상안에 대한 미국 내 보수 진영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성과를 더욱 크게 만들려는 시도로도 분석된다.
미국과 이란은 60일의 추가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고, 30~60일의 휴전 기간 이란 핵 포기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완화 등 핵심 쟁점을 논의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안에 대해 트럼프 집권 1기 때 외교안보 라인에 있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그리고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 등으로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 핵 합의와 다를 게 뭐냐”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리얼 데이(미 현충일, 25일)가 포함된 연휴 기간 트루스소셜 글을 잇달아 올려 현재 추진 중인 종전 협상안은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과는 전혀 다르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2012년 3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브라함 협정 확장론에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아브라함 협정 확대 요구는 훌륭할 뿐만 아니라 수천 년 만에 중동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현재 논의 중인 ‘선(先) 휴전 연장, 후(後) 핵협상’의 합의 틀을 두고 “우리가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었는데, 아브라함 협정 확장론은 크게 환영한 것이다.
“협정 확대 구상 현실화 가능성 작아”
하지만 이러한 구상이 단기간 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들의 분석이다. 특히 아브라함 협정 확대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사우디가 부정적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전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요구해 왔지만, 이는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어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WP는 “분석가들은 가자지구 전쟁 중 이스라엘이 보인 모습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엄청난 고통이 아랍국가들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 설득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댄 샤피로 전 주이스라엘 미대사는 X를 통해 “나는 아브라함 협정과 그 확대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이것을 이란 종전 협상과 연계하는 것은 복잡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파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 제안을 거부했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 공세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 국가들의 불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협정 확대론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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