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추경 없다”던 다카이치, 에너지 가격 상승에 결국 3조엔 추경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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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5월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추경 예산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추경 편성이 즉시 필요한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5월 11일)
“만전의 대비를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해 다음주 국회에 제출할 것”(5월 25일)
일본 자민당 내 대표적 재정 강경파를 자임해왔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결국 추가경정예산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3조엔(약 28조원)이 넘는 규모의 2026회계연도 보정예산안을 편성해 내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추경 예산안 결정에 앞서 올해 회계연도 본예산의 예비비에서 먼저 5000억엔(약 4조7000억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그간 다카이치 총리는 추경 편성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수 차례 피력해왔다. 지난 2월 시정연설에서 “매년 추경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전제로 한 예산 편성과 결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4월 2026년도 본예산 통과 직후에도 “2026년도 예비비도 활용 가능하다. 당장 추경 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경 가능성에 거리를 둬왔다.
다카이치 총리가 ‘추경 제로’라는 재정철학을 취임 7개월 만에 거둬들인 것은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19일부터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엔(약 1600원) 정도로 묶어왔다. 기존 에너지 관련 기금 잔액과 2025회계연도 예산 예비비 8000억엔(약 7조5700억원)으로 재원을 충당해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중동 사태 해결이 난망한 가운데, 휘발유 보조금 재원이 6월 바닥을 드러내게 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더해 ‘역대급 더위’가 예상되는 여름이 다가온다는 점도 다카이치 내각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 기상청은 19일 6~8월 기온이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발표했다. 또, 일본기상협회도 올여름 전국 최대 14개 지역에서 40도 이상의 ‘혹서일(酷暑日)’이 관측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반 가정의 에너지 비용 부담 증가도 불가피해졌다.
일본 총무성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열사병으로 5~9월에 응급이송된 인원이 전국 10만 510명으로 역대 최고였으며, 도쿄에서 발생한 6~10월 열사병 사망자의 약 85%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추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5000억엔은 전기·가스 요금 지원에 선지출한 예비비를 원상복구하는 데 충당하고, 나머지는 새로 신설하는 ‘중동정세 등 대응 예비비’를 통해 6월 중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휘발유 가격 억제 보조금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또, 여름철(7~9월) 전기·가스 요금을 보조하기 위해 일반 가정 기준으로 가구당 5000엔(약 4만7000원)의 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재원은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 조달한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25년도 적자국채 중 세수 증가 등으로 3조엔분을 발행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라며 “25~26년도 통산 총액은 늘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추가 국채 발행 결정이 시장의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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