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샤넬,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한국 세 번째 패션 쇼 개최 [더 하이엔드]

본문

샤넬의 ‘2026 공방 컬렉션 쇼’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열렸다.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처음 공개된 이 컬렉션은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샤넬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한 뒤 선보인 첫 공방 컬렉션이다.

bt83b2614248fd6f48c05db0adef3c4133.jpg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쇼. 지난 12월 뉴욕에서 열린 쇼 모습으로, 서울엔 지난 5월 26일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개최됐다. 사진 샤넬

공방 컬렉션은 샤넬이 보유한 전문 공방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자수, 깃털 장식, 모자, 주얼리, 슈즈 등 각 분야 장인들의 수작업이 옷과 액세서리 안에 담긴다. 샤넬은 이를 통해 파리 깡봉가 31번지의 쿠튀르 전통과 현대 패션을 연결해왔다.
쇼가 진행된 공간은 다음달 4일 문을 여는 ‘퐁피두센터 한화’다. 한화그룹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조르주 퐁파두 국립예술문화센터와 손잡고 기획한 공간이다. 과거 아쿠아리움이 있던 여의도 63빌딩 별관 전체를 리모델링해, 지상 4층 규모에 1500㎡(약 454평) 크기의 메인 전시장 두 개를 마련했다.

bt5db96476f22b59d58f511e02d04aba84.jpg

샤넬 공방 컬렉션 쇼가 열린 '퐁피두센터 한화'의 내부 공간. 다음달 4일 개관을 앞두고 '큐비투스: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가 열리는 2층 제 1·2 전시실과 로비 곳곳이 쇼 무대가 됐다. 중앙일보

개관전 ‘큐비투스: 시각의 혁신가들’이 열리는 2층 제 1·2 전시실은 물론, 각 전시실 사이의 로비까지 모두 쇼를 위한 장소로 꾸며졌다. 이번 전시에는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로베르 들로네 등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43명의 작품 91점이 놓였다. 곳곳에 배치된 작품 역시 쇼의 일부처럼 구성됐다. 모델들은 3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전시실로 이동한 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선이었다. 마치 미술품을 감상하는 듯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btb44c94bedaa562c5b646dcf9cae3d0ef.jpg

이번 서울 쇼는 모델들이 3층에서 내려와 전시관을 둘러본 뒤, 다시 올라가는 동선으로 진행됐다. 쇼 피날레를 위해 모델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bt0ff2cdcaf216ff1869376321b11e1fc2.jpg

5월 26일 퐁피두 센터 한화에서 열린 2026 샤넬 공방 컬렉션 쇼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서울 쇼는 샤넬 공방의 결과물을 아시아 관객 앞에서 다시 보여준 자리다. 동시에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에서 제시한 첫 공방 컬렉션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쇼의 오프닝은 모델 신현지가, 피날레는 만삭의 최소라가 장식했다. 쇼를 보기 위해 샤넬 앰배서더인 배우 김고은·고윤정 등도 참석했다.

btba5a30d061565783d8793a0e4b4b36c7.jpg

뉴욕의 공방 컬렉션 쇼는 지하철역 플랫폼과 열차 안까지, 도시의 일상이 담긴 공간이 무대가 됐다. 사진 샤넬

지하철에서 미술관으로
샤넬이 한국에서 컬렉션 쇼를 여는 것은 2015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크루즈 컬렉션을 시작으로, 2019년 성수동 S팩토리에서 선보인 공방 컬렉션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와 별도로 2013년과 2022년 성수동에서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공방 컬렉션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공방 컬렉션의 처음 공개된 뉴욕에서는 바워리와 켄메어 스트리트 인근의 폐쇄된 지하철역이 무대였다. 블라지는 샤넬 공방을 궁전이나 살롱의 이미지에서 꺼내 도시의 일상적 공간으로 옮겼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블라지가 샤넬의 세계를 “땅으로 내려오게 한” 쇼라고 평가했다. 그가 처음 선보인 2026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 쇼의 테마가 ‘우주’였던 것을 고려한 평가다.
그렇다면 왜 서울에서는 미술관이었을까. 이는 샤넬 공방을 도시의 일상 안으로 옮기려는 시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뉴욕 쇼가 지하철역을 통해 공방 기술을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도시 공간으로 끌어냈다면, 서울 쇼는 이를 미술관이라는 열린 문화 공간 안에 놓았다. 지하철역과 미술관은 다른 공간이지만 방향은 같다. 샤넬을 살롱이나 궁전의 이미지에 가두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쓰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옮기는 일이다. 정식 개관을 앞둔 퐁피두센터 한화는 그런 점에서 적절한 무대였다. 이곳에서 공방 컬렉션은 예술 작품처럼 전시되기보다, 패션과 공예가 오늘의 관객에게 어떻게 경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읽혔다.
많은 미술관 중에서 퐁피두센터 한화를 선택한 데도 이유가 있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파리 퐁피두센터와 한화문화재단의 파트너십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조성되는 새 문화예술 공간이다.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설계를 맡았고, 오는 6월 공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샤넬은 최근 퐁피두센터와 5년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파리 본관 리노베이션과 문화 프로젝트 지원에 나섰다.

bt992984ca9886b6f292df4ffbc52ed151.jpg

지난해 12월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열린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쇼. 샤넬 공방이 만들어낸 섬세하고 정교한 소재와 장식 효과가 마티유 블라지의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사진 샤넬

일상의 옷이 된 공방 기술
블라지는 샤넬 공방의 기술을 일상적인 옷이 영역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장인의 기술은 화려한 장식으로 따로 드러나기보다, 도시에서 입을 수 있는 재킷과 셔츠, 팬츠의 형태 안에 녹아들었다. 레오퍼드처럼 보이도록 직조한 트위드 수트, 청바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크와 비즈 장식으로 완성한 팬츠, 플란넬 셔츠처럼 보이는 부클레 오버셔츠가 대표적이다. 익숙한 옷의 형태를 빌리되, 그 안을 샤넬 공방의 수작업으로 채웠다. 고도의 기술이 들어갔지만 결과는 실제 옷장에 걸릴 법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 접근법은 샤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도 바꿨다. 블라지는 더블 C 로고, 카멜리아, 진주 같은 우리에 익숙한 상징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트위드와 부클레, 정교한 표면 처리, 균형 잡힌 실루엣처럼 샤넬을 떠올리게 하는 옷의 소재와 구성 요소를 내세웠다. 상징물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옷 전체로 샤넬을 알아보게 한 방식이다.
외신도 이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블라지가)새로운 코드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고, 하퍼스 바자는 “이번 컬렉션은 당신을 다시 꾸미고 싶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블라지의 샤넬이 과거의 상징을 반복하는 대신, 공방의 기술로 지금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 오메가, 초침 없이도 정확한 시계 기술력 입증하다 [더 하이엔드]

  • 티파니앤코, 자연의 신비로움 담은 하이 주얼리 공개 [더 하이엔드]

  • 2026년 로에베 공예상, 한국 작가 박종진 품에 [더 하이엔드]

  • ‘명품 황제’ LVMH 아르노 회장, 3년 만의 방한 이유…커지는 한국 럭셔리 시장 존재감 [더 하이엔드]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4,53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