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합의 교착’에 트럼프 양면작전…이란 때리고, 우라늄 일부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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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종전 합의안을 두고 조율 중인 미국이 25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설치된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와 기뢰 설치 선박을 공습했다. 그러나 공습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이란 또는 제3국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혀, 압박과 회유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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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현충일 행사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혔지만,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전쟁의 명분이었던 '핵포기'에 대한 확약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협상안 조율 중 공습…‘카타르 회동’ 맞춘 듯

중동의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호르무즈해협 인근 이란 남부 지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목표물은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선박 2척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에 위치한 지대공 미사일 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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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미상의 장소에서 이란의 공격용 드론을 타격했다고 밝힌 뒤 공격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부사령부는 휴전 기간에 이뤄진 공습의 배경과 관련 “기뢰 부설을 시도하는 이란 선박과 미군 전투기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했다”며 “자위권 차원의 방어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이날 공습이 미국과의 1차 협상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이 합의안 조율을 위해 카타르에 도착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요구안을 수용하도록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공습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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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JD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진행된 현충일 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폭스뉴스에 “공습은 방어적 타격으로, 이란과의 휴전이 종료됐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종전 합의를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날 공습은 확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이에 이란도 자국 영공을 침범한 미군의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압박에 나섰다. 26일 IRNA 통신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내 “공격적 행태를 이어온 테러리스트 미군이 페르시아만의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며 “IRGC 방공 부대는 미군의 MQ-9 드론을 식별해 격추했고, RQ-4 드론과 영공을 침범한 F-35 전투기에도 사격을 가해 이들이 이란 영공을 벗어나 도주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포기 확약’ 필요한 트럼프…레드라인 양보

공습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즉시 미국으로 넘겨진 뒤 폐기돼야 한다”면서도 “더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이란과의 협력 및 조율을 통해 현지(이란)에서 폐기되거나, 또는 다른 용납가능한 장소에서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AEC)나 그에 상응하는 기관이 입회하는 가운데 폐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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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진행된 현충일 행사를 마친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차량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충일 행사를 마친 뒤 이란의 농축 우라늄 폐기를 이란 내부 또는 제3국에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이는 농축 우라늄의 대미 반출을 사실상 합의의 레드라인으로 내세웠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핵 협상을 종전합의 후 60일 이내로 미루면서도 핵무기 보유와 관련한 명시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란을 향한 유화적 메시지란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현재 농축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440㎏를 보유하고 있다. 농축도를 조금만 더 높일 경우 당장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실체가 없는 핵포기 선언보다, 농축 우라늄 폐기가 훨씬 눈에 띄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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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이란 현지에서 폐기하는 방안까지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트루스소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부 또는 제3국에서의 폐기를 수용한다면서도, 미국 또는 국제기구의 감독 하에 진행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미 공화당 내 비판 등을 의식해, 폐기 장소를 양보하더라도 폐기 과정만큼은 공개해 최소한의 성과물은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핵·제재’ 놓고 이견…“종전 협의 교착”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압박과 회유책을 동시에 구사한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측의 종전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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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설치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형 광고판에 앞을 이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이란 동결 자산 해제 등을 놓고 양측이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은 CNN에 “합의 마련의 중요한 부분은 이란이 이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먼지가 없으면 달러도 없다”고 강조했다. ‘먼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지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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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5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이란은 카타르에 파견한 협상단에 중앙은행 총재를 포함시켰다. 최종 종전안에 동결 자산 해제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약속을 받아내 이를 문서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브라함 협정 ‘강매’…명분 확보 시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양측의 신경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SNS에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의무사항으로 요구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즉시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며, 다른 나라(미국과 이란간 합의를 촉구해온 다른 아랍국가)들도 따라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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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회동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기자회견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평화를 위해 집권 1기 때 시작했으며, 2기 들어서도 가입국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란과의 합의와 관련한 지지층의 반발을 감안해 성과를 키우기 위한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사우디 등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단기간 내 결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헤즈볼라와 전쟁 중”이라며 군에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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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5일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 마을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양측은 지난달 17일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로도 거의 매일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 종식은 미국과 이란이 논의하고 있는 종전 합의안 초안에 포함돼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입장은 막판 협상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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