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군, 기억하겠습니다” 구의역 참사 10주기 추모 물결…“2인1조 의무화하라”
-
4회 연결
본문
27일 오전 구의역 9-4 승강장에 시민들이 써 붙인 메모지. 공공운수노조 등은 지난 18일부터 구의역 참사 10주기 추모 주간을 운영 중이다. 이규림 기자
2016년 5월 28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수도권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직원 김모군이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나이 만 19세였다. 이후 ‘구의역 참사’로 불린 사건이다.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27일, 사고가 일어난 구의역 승강장은 김군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남긴 메모지로 뒤덮혀 있었고, 김군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임 없이 이어졌다. 앞서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지하철협의회,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지난 18일부터 추모 주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 단체는 지난 18일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김군이 숨진 강변역 방면 구의역 9-4 승강장에 추모의 벽도 마련했다.
27일 오전 찾은 구의역 추모의 벽은 시민들이 써 붙인 200여개의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메모지엔 “매일 출근하며 9-4라는 숫자를 무거운 마음으로 봅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지 않기를” 등 김군을 추모하는 문구들이 새겨졌다. 또 승강장 뒤쪽엔 국화 30여 송이가 바구니에 담겨 놓여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며 메모지를 읽는 시민 중엔 김군과 동년배인 청년도 있었다. 매일 빠른 환승을 위해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열차를 탄다는 박지수(27)씨는 참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열흘 전 추모의 벽이 만들어진 후 당시 나왔던 기사를 찾아봤다고 했다. 박씨는 “지금 나처럼 꿈도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았을 나이인데 어린 나이에 사고를 당한 게 안타깝다”고 했다.
27일 오전 구의역 9-4 승강장에 붙은 추모 문구. 이규림 기자
서울교통공사 직원도 추모 공간을 찾았고, “참사 후 10년이 흘렀지만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공사에 입사한 30대 A씨는 ‘일하다 죽을 수는 없습니다. 반복되질 않길 바래요’란 메모를 유심히 보다 눈물을 훔치며 “2인 1조 원칙이 2명만으로 충분하단 뜻이 아니다. 여전히 동료가 식사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역 전체에 한 명만 남게 된다. 기관이 사람을 쓰는데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구의역 참사로 인해 공사 직원 간 갈등이 불거져 씁쓸하다고도 했다. 그는 “김군 사망 이후 해당 하청업체 직원들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이에 반발하는 공채 직원들이 상당하다”며 “내부에 추모 분위기는 거의 없고 오히려 서로 싸우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군은 당시 구의역 승강장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 2인 1조로 작업하는 것이 원칙이나 당시 정비 인력이 부족해 김군이 혼자 문을 수리하다 열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인 1조 작업 규칙을 따르지 않고 노동자가 홀로 작업하다 사망한,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구의역 참사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故) 김용균씨가 밤늦게 작업하다 기계에 끼어 사망했고, 같은 곳에서 지난해 6월 고 김충현씨가 작업 중 선반에 끼어 숨졌다. 2022년엔 SPL 평택공장에선 고 박선빈씨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즉사했다.
참사가 반복되고 있지만 2인 1조 작업 원칙을 의무화하는 규정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구의역 참사 3년 뒤인 2019년 당시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만들고 위험 작업과 근속 6개월 미만 근로자에 대해 단독 작업 금지 기준을 마련하라고 공공기관 사업장에 권고했으나, 고용노동부는 2021년 이 지침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고 해석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와 공공운수노조원 등이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2호선 구의역에서 가진 구의역 산재사망 참사 10주기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관련 법안도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3월 강득구 민주당 의원 등 12명의 의원은 위험 작업 근로자가 2인 이상 1조로 작업하게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정안은 7월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추모주간을 운영하는 세 단체는 위험 업무에 한해서라도 2인 1조 작업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참사 후 10년이 흘렀지만 위험의 외주화와 인력 부족을 방치하는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라며 “지침 수준을 넘어 위험 업무에 대해선 반드시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