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붕괴 1분 전에도 열차 지나가”…12시간 골든타임, 회의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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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야간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6명 사상자를 낸 서울 서소문고가차도 붕괴사고는 이상 징후가 발견된 시점부터 붕괴까지 12시간 33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골든타임’을 추가 구조 보강 대신 임시조치와 보고, 회의 등으로 채운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1시 30분쯤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고가차도 슬라브(콘크리트 상판) S9구간에 대한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길이 28m의 S9구간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끝부분 7m가량만 남겨두고, 나머지 구간을 가로 방향으로 길게 잘라내는 작업이었다. 슬라브는 교각 위에 놓인 거더(보)가 떠받치고 있다. 작업자들은 해체를 위해 거더와 거더 사이의 슬라브를 절단하고 있었다. 폭 15m인 서소문고가에는 총 16개의 거더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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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사고 그래픽 이미지.

하지만 작업 시작 약 1시간 뒤인 오전 2시30분쯤 끝부분인 15·16열 거더 중간에서 ‘처짐 현상’이 나타났다. 인접한 14열 거더와는 2.9㎝의 단차(차이)가 측정됐다. 현장에서는 즉시 공사를 중지한 뒤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해 절단 부위에 플레이트(철재판)를 덧대 고정하는 임시 조처를 했다.

그러나 이후 ‘이상 징후’에 대한 추가 구조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 중단 약 5시간 뒤인 오전 7시30분 유선보고가 이뤄졌고 대면보고와 감리단장·현장소장 등이 참여한 현장점검이 진행됐을 뿐이다. 서소문고가 철거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 내부에서도 상황 공유가 늦어졌다. 당시 임춘근 도기본 본부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시공 오류’ 문제와 관련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 중이었고, 사고 사실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고 한다.

결국 현장에서는 추가 구조 보강 없이 시간이 흘렀고, 이날 오후 1시40분쯤에는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한 합동 안전진단이 진행됐다. 그러다 결국 오후 2시33분쯤 거더가 ‘엿가락’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안전진단에 참여했던 공사 핵심 관계자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시 공무원 등 3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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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7일 서울시청에서 서소문고가 붕괴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치며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단차가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구조물이 부러진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크레인 와이어로 구조물을 고정해 추가 처짐을 막을 수도 있겠지만, 철도 통제가 필요하고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전진단 전문가가 상주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항상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전문가가 투입된다”고 덧붙였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토목 분야 안전점검·진단 인력에 대한 안전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는 토목구조물도 건축물처럼 해체계획서 작성이라든지 해체감리제도를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보강 작업을 하려면 ‘구조적으로 위험하다’는 전제가 먼저 확인돼야 했다”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 합동 안전진단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2년 전 철거공사 설계 당시 거더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이후 안전성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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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상징후 발견부터 붕괴까지 약 12시간가량 동안 주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구간 바로 아래로 KTX와 경의중앙선 열차, 차량 등이 수시로 오가는 데다 3일 연속 비 예보까지 겹쳐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부 철도 구간의 하루 열차 통과 횟수는 300여회에 달한다. 사고현장 인근 빌딩에서 촬영된 CCTV영상을 보면 붕괴 1분 전 무궁화호, 5분 전에는 KTX 열차가 지나갔다. 5분 전 지나간 열차에는 승객 40여명도 타고 있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당연히 출입 통제 등의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철거 공사 과정에서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사고 현장의 특수한 작업 환경도 문제로 꼽힌다. 길이 493m의 서소문고가차도 철거는 지난해 9월 본격 시작됐다. 차량과 보행을 전면 통제한 채 고가의 양쪽 끝부터 24시간 작업 방식으로 철거해 왔다. KTX와 경의·중앙선 철로 위를 지나는 S8·9구간만 남겨둔 상태였다. 전체 공정률은 사고 직전 약 88.5% 수준이었다.

S8·9구간은 철도 횡단구간이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 1시30분부터 약 3시간 정도만 공사가 가능했다. 3월부터 공사를 조금 진행한 뒤 중단하고, 재개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철도 궤도선으로부터 30m 이내는 철도보호지구로 공사하려면 반드시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3시간밖에 작업 허가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이후 작성된 S8·9구간 작업계획서를 보면, S8·9구간 철거에 40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차선로 복구 시간을 빼면 더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철도 운행을 이틀간 통제한 상태에서 집중 철거공사가 이뤄졌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도공단과 협의를 통해 작업시간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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