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인이형 보면 아버지가…” 美서 홍명보호 기다리는 유상철 아들
-
2회 연결
본문
어린 시절 유상철(왼쪽)·유성훈 부자의 단란한 한때. [사진 유성훈]
“한국 문화에 전혀 관심 없는 교포 2세들도 ‘2002 한·일 월드컵 4강 기적’은 다들 알죠. 그 중심에 아버지께서 계셨는데, 제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게 속상해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이 우리 세대의 한인들에게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차남 유성훈(20)씨는 월드컵 얘기가 나오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어바인 밸리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유씨를 27일(한국시간) LA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태어나 현지에서 자란 유씨는 전형적인 교포 2세의 궤적으로 성장했다.
유 전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멀티플레이어였다. 1998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2002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에서는 시원한 중거리 슈팅으로 2-0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 골을 신호탄 삼아 한국은 4강 신화라는 기적을 썼다. 2006년 은퇴 후 지도자로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던 유 전 감독은 지난 2021년, 췌장암 투병 끝에 50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차남 유씨는 아버지의 2002년 월드컵 유니폼을 입고 추억에 잠겼다. [사진 유성훈]
2006년생인 유씨는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던 해에 은퇴하셔서 전성기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라며 “학창 시절을 줄곧 미국에서 보낸 탓에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피부로 느낄 기회도 적었다. 아버지와 만나는 것도 1년에 한두 번 정도가 전부였다”고 아쉬워했다.
유씨가 아버지를 다시 본 건 중학생 무렵, 아버지가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을 때였다. 유씨는 “난생처음 아버지를 보러 한국 축구장에 갔는데 경기장에 ‘유상철’을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스탠드는 온통 아버지를 연호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유씨는 아버지의 활약상과 한·일 월드컵의 발자취를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과거 영상과 신문 기사들을 샅샅이 찾아봤다. 다음 달 7일 아버지의 5주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추모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130만 회를 돌파했다. 하지만 화면 속 영상만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깊은 갈증과 그리움을 온전히 채울 수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멕시코에서 치르지만,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할 경우 LA에서 운명의 승부를 펼치게 된다. 유씨는 대표팀과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홍명보 삼촌은 아버지의 든든했던 옛 동료였고, 이강인 형은 어린 시절 예능 프로그램 ‘슛돌이’에서 아버지에게 지도를 받으며 가깝게 지내던 사이라 식사도 같이 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호가 LA에서 경기를 한다면 한인 사회가 발칵 뒤집힐 것이라는 게 유씨의 기대다. 그는 “손흥민 형과 이강인 형이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겹쳐 보여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질 것 같다”고 했다.
유씨는 축구 콘텐츠 제작과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아버지와 함께 객석에서 관전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오늘따라 유독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