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4년만에 드론 최강국 된 우크라…전쟁터가 신무기 시험장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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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습 현장에 한 주민이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참혹한 피해가 쌓이는데도, 누군가에겐 기회인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6월에 이어 지난 2월 다시 시작된 이란 전쟁 얘기다. 거듭된 무력 충돌로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전쟁터는 신무기의 실전 시험장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러시아가 발사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가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22일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 점령지인 루한스크 동부 스타로빌스크의 한 대학 기숙사를 타격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 오레시니크를 발사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3차례나 쏜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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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서 공개한 오레시니크 미사일의 모습. AFP=연합뉴스

오레시니크는 러시아어로 개암나무를 뜻한다. 개암나무는 가지 끝에 여러 열매가 달리는 것이 특징인데, 이와 유사하게 오레시니크 미사일도 탄두가 분리돼 여러 목표물로 날아가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 비행체’로 매우 큰 인명피해를 줄 수 있다. 마하 10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도 힘들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가 모두 탑재 가능하고, 최대 사거리가 5000㎞에 달해 주목받았다.

오레시니크의 첫 등장은 지난 2024년 11월이다.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 등 서방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번까지 총 세 차례 사용됐다.

젤렌스키“로봇과 드론만으로 영토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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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투용 드론 운용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병력과 미사일 규모에서 러시아에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발전시킨 군사 기술은 드론과 로봇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년여 간의 실전을 거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기술을 발전시켰다. 1500㎞나 떨어진 러시아 본토의 후방 석유 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엔 러시아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에서 수중 자폭 드론 ‘서브 시 베이비’를 가동해 러시아 해군 군함과 잠수함을 격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수천km 떨어진 거리에서 드론을 조종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리모컨 컨트롤 드론의 실전 투입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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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 노보로시크에서 수중 드론을 사용해 러시아 잠수함을 타격했다며 당시 러시아 군함이 폭발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이번 전쟁 역사상 최초로, 적의 진지가 무인 지상로봇플랫폼과 드론만으로 단독 점령됐다”며 “보병 투입과 아군 인명 손실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적군을 항복시키고 진지를 탈환했다”고 주장했다.

드론 기술은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에서도 주목받았다. 이란발 드론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와 이들 국가에 있는 미군 부대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다. 주력이었던 샤헤드 드론의 대당 가격은 3만5000달러(약 5000만원) 정도다.

샤헤드를 요격했던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은 한 발 생산에 약 400만 달러(약 60억4000만원)나 들어 가성비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 드론을 방어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드론 관련 지휘통제 플랫폼을 실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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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한 우크라이나군이 전투용 지상 드론 운용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美 최신 벙커버스터·AI 시스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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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 병사들이 지난 2023년 5월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 GBU-57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국도 이란 전쟁에서 신무기를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포르도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파괴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에서 사용한 GBU-57 벙커버스터는 이때 처음 사용됐다. 벙커 파괴용 무기라는 뜻의 벙커버스터는 지표면 깊숙이 파고들어 폭발하도록 설계된 공중 투하용 초대형 관통 폭탄(MOP)이다. 길이가 6.2m, 무게가 13.6t에 달하는 GBU-57은 벙커버스터 중 최신 버전이다. 종전 모델(BLU-109)보다 10배 더 강력한 폭발력을 가지고 지하 60m 안팎까지 뚫고 들어가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인공지능(AI)도 전쟁에서 큰 성과를 거둔 신무기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AI 시스템 등이 전쟁에서 기존 군사 시스템과 잘 결합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란 전쟁을 첫 AI 전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군은 이번 전쟁에서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와 앤트로픽이 합작해 만든 AI 시스템 프로젝트 메이븐을 활용해 목표물을 타격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작전 개시 초기 몇 주간 메이븐이 “수천 개의 표적을 생성했다”며 “첨단 AI 도구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전투 및 기타 전쟁 시나리오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드론, 위성 영상 등 각종 현장 정보를 종합해 어떤 표적을 타격할지를 선정했다.

급증하는 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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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바레인 마나마항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폭발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신무기 경쟁의 이면에는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가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해 2월까지 양측 사상자가 200만명에 육박한다고 추정했다. 알자지라의 ‘사망자 및 부상자 실시간 추적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이란 전쟁 관련 사망자는 약 6703명, 부상자는 최소 4만4291명으로 집계됐다.

교황 레오 14세는 25일 발표한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위대한 인간성)’에서 AI 등을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하는 ‘새로운 바벨탑’에 빗대며 “점점 더 자율화하는 무기체계가 사실상 인간이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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