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도영 머리 속에선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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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고척 키움전에서 맹활약한 KIA 김도영. 사진 KIA 타이거즈
야구는 근육이 아니라 머리로 싸우는 종목이다. 3시간 남짓 경기하는 동안 몸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관건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느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심리 전문가 고(故) 하비 도프만은 저서 ‘더 멘털 게임 오브 베이스볼’에서 ‘안타를 쳐야 한다’는 등의 압박감이 공포를 키우고, 공포가 실수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 간판 타자 김도영(사진)은 “내 머리 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고 표현했다. 긍정적 생각을 천사, 부정적 생각을 악마에 각각 빗대며 “요즘에는 악마가 계속 이기고 있었다”고 했다.
2년 전 김도영은 KIA를 넘어 KBO리그의 아이콘이었다. 프로 3년차로 홈런 38개, 도루 40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MVP에 올랐고, 소속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팬들은 공·수·주 어느 하나 빠짐 없는 그를 보며 열광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달랐다. 부상 탓에 30경기 출전에 그쳤고, KIA도 8위까지 내려앉았다.
김도영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엔 27일 기준 KIA가 치른 50경기에 모두 나섰다. 타율(0.275)은 기대치에 살짝 못 미치지만 홈런(14개)과 타점(42개)은 각각 리그 1위와 공동 2위다. 그럼에도 김도영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거의 매일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서도 생글생글 웃으며 “피곤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던 2년 전과 달랐다.
김도영은 “최근 부진했었는데, (나 자신은)좋지 않다는 걸 부정했다. 하지만 그걸 인정했고, 좋아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의 공백이 느껴진다. 모든 게 ‘리셋’됐다고 할까. 2024년의 좋았던 감을 계속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건 최근 들어 천사가 이기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고 투수 안우진을 상대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2-0으로 앞선 7회 초 2사 만루에선 박지성을 상대로 주자 일소 2루타를 때렸다. 승부처마다 ‘긍정의 힘’이 효과를 발휘했다.
김도영은 “생각을 단순히 가져간 게 도움이 됐다. 천사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타석에 섰다”며 웃어 보인 뒤 “홈런을 의식해 장타 욕심을 낼 땐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젠 때 되면 (장타가) 나올 걸로 믿고 내려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이겨냈지만, 아직 김도영 앞엔 3개의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발’이다. 올 시즌 그는 도루 2개만 했다. 부상 위험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폭발적인 베이스러닝은 거의 예전 수준이다.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지만 난 100%로 뛰고 있다”고 했다.
KIA는 지난 26일 아시아쿼터 제리드 데일(호주)을 방출했다. 그의 포지션(유격수)은 국내 선수들에게 맡길 계획이다. 박민, 김규성 등 기존 자원에 더해 주로 3루수로 나서던 김도영도 역할을 일부 나눠 맡을 전망이다. 김도영은 “지난주부터 유격수 연습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로 3루수를 맡았던 김도영이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까지 맡는다면 팀에겐 큰 힘이 된다.
군 미필자인 김도영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 유력 후보다. 이미 세 차례 국제 대회에서 타율 0.275, 4홈런 15타점을 올려 경쟁력을 입증했다. 김도영은 “올해 목표는 끝까지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거다. 뽑히면 좋고, 안 뽑히면 아쉽지만 주어진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할 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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