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켓 든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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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테니스 드레스’를 입고 스타드 롤랑가로스에 등장한 오사카. 그가 경기 전 드레스 상의와 스커트를 벗어던지자 금빛으로 반짝이는 경기복(아래 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AFP=연합뉴스]

여자 테니스 간판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또 한 번 화려한 변신을 했다. 메이저 대회마다 독특한 의상을 선보여 주목 받는 그가 프랑스오픈에서도 남다른 패션과 함께 코트를 ‘런웨이’로 바꿔 놓았다.

지난 26일 대회 여자단식 1회전이 열린 프랑스 파리의 ‘테니스 성지’ 스타드 롤랑가로스. 경기를 앞둔 오사카는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검정색 상의와 스커트를 입고 등장했다. 풍성한 주름으로 장식한 검정 롱 스커트는 대회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빛 클레이 코트와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경기를 앞두고 가진 포토타임에 ‘변신’이 이뤄졌다. 오사카가 코르셋 스타일의 상의를 벗자 금빛으로 치장한 경기복의 일부가 공개됐다. 경기 직전 스커트마저 벗어던지자 반짝이는 스팽글이 촘촘히 박힌, 짧고 타이트한 의상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유니폼 스폰서십인 나이키와 스위스의 패션 디자이너 케빈 제르마니에, 스타일리스트 마티 하퍼가 공동 제작한, 오사카만을 위한 ‘테니스 드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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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라우라 지게문트(독일)에 2-0(6-3 7-6) 완승을 거둔 직후 오사카는 “의상을 처음 봤을 때 조명을 환히 밝힌 밤의 에펠탑 같았다”면서 “지나치게 반짝여 심판의 제지를 받을까봐 평범한 경기복도 두 벌 따로 챙겼다”고 털어놓았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종종 도전적인 패션을 선보이는 그는 “운동선수도 일종의 쇼 비즈니스의 일원”이라면서“메이저 대회에 입장할 때마다 나 자신이 연예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사카는 지난 1월 또 다른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 때도 해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의상을 선보였다. 당시 챙이 넓은 흰색 모자에 반투명 베일로 얼굴을 살짝 가리고 하얀 양산을 받쳐 든 그의 의상에 대해 찬사와 비판이 엇갈렸다.

‘테니스 패션 혁명’의 원조는 비너스와 세리나 윌리엄스(이상 미국) 자매다. 동생 세리나는 지난 2004년 US오픈 때 짧은 청치마에 민소매 탑, 무릎까지 오는 검정 가죽 부츠를 착용하고 등장해 화제를 낳았다. 출산 후 복귀 무대였던 2018년 프랑스오픈에선 전신밀착형 검정 경기복으로 이목을 집중 시켰다. 세리나는 “출산 직후 혈액 순환을 돕는 기능성 의상이지만, 이 옷을 입으니 와칸다(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가상의 아프리카 첨단 과학 문명 국가)의 전사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비너스도 2010년 프랑스오픈에서 고급 란제리 느낌의 경기복을 선보였고, 직접 패션 브랜드도 런칭했다. 흰색 위주의 ‘튀지 않는’ 경기복이 표준으로 여겨지던 보수적인 테니스계에 윌리엄스 자매가 균열을 냈고, 그 틈에서 오사카의 패션이 피어나 꽃을 피웠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패션 관련 빗장을 풀지 않은 대회는 윔블던 하나 뿐이다. 상·하의는 물론 속옷, 모자, 양말, 신발 밑창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흰색만 가능하다. 지난 2023년 생리 관련 스트레스를 고려해 여성 선수 하의 속옷에 한해 어두운 단일 색상을 허용한 게 유일한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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