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컨설팅도 AI발 재편…‘규모의 경제’ 내세웠던 빅4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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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던 글로벌 컨설팅 업계의 기존 패권을 흔들고 있다.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 자료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만든 뒤, 투입 시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던 대형 컨설팅사들의 수익 공식이 AI 확산으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호주 멜버른의 딜로이트 사무실에 걸린 로고. 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AI는 어떻게 컨설팅 공룡들을 위협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금력을 갖춘 소규모 업체가 딜로이트·EY·KPMG·PwC 등 빅4와 매킨지·베인·보스턴컨설팅그룹(BCG)·액센츄어 같은 컨설팅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컨설팅 업계는 규모가 경쟁력이었다.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된 대규모 인력의 반복적 업무가 이들 대형사의 수익 기반이었다.
하지만 AI가 사람이 수일 간 수행하던 조사와 문서 작업을 몇 분, 몇 초 단위로 처리하면서 이런 인력 규모의 이점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소수의 전문가와 AI 에이전트를 결합한 신생 업체들이 과거라면 불가능했던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신생 자문사 퀸스타워어드바이저리가 대표적이다. 딜로이트 자문 파트너였던 마크 벙커는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동문인 지인과 AI 기반 자문사 구상을 구체화한 뒤 EY 출신 고위 파트너를 회장으로 영입해 이 업체를 세웠다. 벙커는 FT에 “과거엔 20명 인력의 자문사가 대형 컨설팅사와 경쟁하기 어려웠지만 AI를 활용하면 100명, 150명 규모 조직처럼 움직일 수 있다”며 “앞으로 팀 구성을 인간 20%, AI 에이전트 80% 수준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영컨설팅협회(MCA)는 AI를 활용한 소규모 컨설팅사가 대형 업체와 경쟁하면서 최대 5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컨설팅 업계에 던지는 파급력은 업무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고객사는 문제 진단 단계부터 컨설팅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AI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 1차 분석을 마치고 컨설팅사에는 더 깊은 실행 전략을 요구한다고 한다. MCA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사들은 경력직 채용을 25% 늘렸다. 신입을 대거 뽑아 훈련시키는 방식보다 특정 분야를 바로 파고들 수 있는 숙련 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간당 과금 모델도 변화하고 있다.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실제 성과와 결과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고 있다. 맥킨지의 경우 업무의 약 3분의 1이 성과 기반 수수료와 연동되는 방식으로 최근 바뀌었다.
퀸스타워어드바이저리는 고객사가 얻은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방식과 AI 에이전트를 일정 기간 고객사에 제공하고 정액 요금을 받는 구독형 모델을 함께 내세우고 있다. KPMG도 기존의 시간당 청구 방식이 점차 구독형이나 성과 연동형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FT는 AI 확산과 함께 사모펀드 자금이 컨설팅 시장으로 흘러드는 점도 변화의 속도를 키우고 있다고 봤다. 스웨덴계 대형 사모투자회사 EQT는 세무·재무 자문 전문회사 WTS의 확장을 위해 5억 유로 이상을 투입했다. 5년 안에 100명을 채용해 빅4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전직 빅4 임원은 FT에 “AI와 민간 자본이 결합하면서 업계에 ‘거대한 변곡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2022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혁신·스타트업 행사 ‘비바 테크놀로지’ 전시장에 KPMG 로고가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도 FT는 기존 강자들이 곧바로 밀려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AI 도입, 규제 대응처럼 복잡한 문제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다국적 기업에게는 대형 컨설팅사의 통합 서비스가 여전히 필요하다.
대형사들은 AI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AI 도구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거나 기술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맥킨지는 AI 기업들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KPMG는 AI 도구 개발과 관련한 별도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AI 기업이 기업용 AI 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AI 기업이 컨설팅사를 건너뛰고 고객사와 바로 연결되면 기존 업체로선 동맹이 경쟁자로 바뀌게 된다. FT는 실제 오픈AI가 사모펀드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컨설팅·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FT는 “일각에선 컨설팅사들이 결과적으로 여우를 닭장 안에 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당장 큰 타격은 중견 기업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빅4처럼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할 자본력도 부족하고 소규모 업체 같은 유연성도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런던 베이즈비즈니스스쿨의 로라 엠프슨 교수는 FT에 “대형사는 더 작고 집중된 형태로 후퇴하며 적응할 수 있지만 중견 기업은 같은 전략을 쓰다 오히려 체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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