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금 이주 준비 시작해야”…바다 수몰 경고 뜬 美 문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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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8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일대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강풍과 홍수 피해를 입은 모습. 카트리나는 2005년 8월 29일 루이지애나에 상륙해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 해안 지역에 대규모 파괴를 남겼다. EPA=연합뉴스

미국 남부 문화도시 뉴올리언스가 이번 세기 안에 사실상 바다에 둘러싸여 고립되거나 수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을 넘어섰다”며 도시 이전을 포함한 장기 이주 계획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CNN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실린 연구는 루이지애나 남부 해안이 해수면 상승과 허리케인 강화, 지반 침하, 습지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해안지대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향후 루이지애나 해안의 해수면이 최대 3~7m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현재 남아 있는 해안 습지의 약 75%가 사라지고 해안선은 최대 100㎞까지 내륙으로 밀려날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세기말 이전 뉴올리언스가 멕시코만에 둘러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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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8월 2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상륙으로 도시 대부분이 침수된 가운데 주민들이 튤레인 애비뉴를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구 약 36만명의 뉴올리언스는 원래부터 침수 위험이 큰 도시다. 도시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분지 지형에 자리하고 있고, 빠르게 침식되는 미시시피강 삼각주 한가운데 있다. 도시를 둘러싼 습지는 허리케인과 폭풍 해일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왔지만 석유·가스 산업을 위한 운하 준설과 제방 건설, 무분별한 개발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루이지애나주는 1930년대 이후 약 5180㎢ 규모의 습지를 잃었다.

연구진은 현재의 지구 온난화 상황을 약 12만5000년 전의 고온기와 비교했다. 당시 지구 기온은 현재와 비슷했지만 해수면은 지금보다 최소 3m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 저자인 토르비에른퇴른크비스트 툴레인대 교수는 “설령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멈춘다 해도 뉴올리언스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이후 수십억 달러를 들여 제방과 수문, 배수펌프 등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연구진은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최근 별도 연구에서는 뉴올리언스 주민의 약 99%가 심각한 홍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인구 유출도 진행 중이다.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 인구는 약 25% 감소했다. 연구진은 별다른 공공 대책 없이 보험료 폭등과 반복되는 침수,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경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주민부터 도시를 떠나고 취약계층만 남는 ‘혼란스러운 후퇴(chaotic retreat)’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리아나 카스트로 예일대 교수는 “주민들이 홍수 대응에 자원을 모두 소진하면 결국 이주할 여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흑인 환경운동가 베벌리 라이트도 “동네가 해체되면 뉴올리언스의 문화 역시 함께 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저소득 흑인 공동체 피해를 우려했다.

정치권 대응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루이지애나주는 2023년 미시시피강 퇴적물을 활용해 습지를 복원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공화당 소속 제프 랜드리 주지사가 비용 부담과 어업 피해 우려를 이유로 중단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루이지애나 해안 방어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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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9일(현지시간) 스웨덴 키루나에서 특수 운반차에 실린 채 이전되는 키루나 교회. 키루나는 광산 개발에 따른 지반 침하로 도시 이전 사업을 진행 중이다. AP=연합뉴스

연구진은 스웨덴 광산도시 키루나처럼 도시 기능을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관리된 이주’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퇴른크비스트 교수는 “지금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앞으로 세계 해안 도시들이 겪게 될 미래”라며 “다만 뉴올리언스가 그 현실을 조금 더 먼저 맞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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