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붉은 악마에 반해버린 ‘천사의 도시’…이곳서 6월 벌어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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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인회 행사에 참석해 월드컵 거리 응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캐런 배스 LA 시장(가운데). 그는 2022년 취임 후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애써왔다. [사진 캐런 배스 시장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는 ‘천사의 도시’라 불리지만, 엔젤리노(LA 시민을 의미)의 삶이 늘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백인과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인 등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살아가는 인구 400만 명의 이 거대한 도시는 오랫동안 미국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멜팅 폿(Melting Pot·인종 용광로)’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그 용광로의 화력이 근래 들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팍팍해진 이민 정책, 극심해지는 부의 양극화, 그리고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인종 갈등의 생채기가 도시를 차갑게 갈라 놓았다.

LA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이자 두 번째 흑인 시장인 캐런 배스(73)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닿아 있다. 지난 2022년 취임 후 줄곧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하려 애써 온 그에게 북중미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거대한 사회적 실험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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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배스 LA 시장. 사진 캐런 배스 시장실

28일(이하 한국시간) LA시청에서 마주한 배스 시장은 “이번 월드컵이 그저 지나가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모든 엔젤리노, 나아가 미국 전체가 하나로 뭉치는 터닝 포인트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12일 미국·멕시코·캐나다 공동 개최로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서 LA는 미국-파라과이의 개막전을 비롯해 굵직한 승부를 여러 경기 치른다.

미국은 자타공인 ‘스포츠 천국’이지만, 종목별 주류 문화의 벽은 여전하다. 전통의 프로풋볼(NFL)이나 농구(NBA)는 특정 인종의 선수 비중이 압도적이며, 유소년 시스템의 비용 장벽도 높다. 반면 최근의 축구(MLS)는 이민자 출신의 히스패닉계와 젊은 다인종 세대가 급격히 유입되며 미국 스포츠계의 새로운 ‘용광로’로 부상하고 있다. 피부색이나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축구만의 보편성이 미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배스 시장이 축구에 대해 ‘식어가는 멜팅 폿을 다시 달굴 불쏘시개’라 확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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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C 입단식에서 손흥민에게 감사장 전달한 캐런 배스 LA 시장. 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배스 시장이 그리는 화합의 청사진에 한국의 ‘거리 응원 문화’가 한 몫 한다는 점이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은 그는 지난해 8월 손흥민의 LAFC 입단식에 참석해 직접 감사장을 건넸다. 이번 월드컵 준비 과정에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인 거리 응원의 폭발력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다. 지난 26일 LA 한인회를 찾아 코리아타운의 거리 응원 계획을 직접 브리핑 받기도 했다.

배스 시장은 “월드컵이 값비싼 티켓을 구입해 경기장에 입장한 사람들만의 축제가 되어선 곤란하다”면서 “대회 기간 중 LA 전역 100여 곳 이상에서 대규모 무료 단체 관람 행사를 열 예정이다. 함께 환호하고 탄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런 유대감과 포용심이 싹트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와 달리 국가를 대표하는 월드컵은 우리 시의 모든 구성원, 특히 젊은 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자긍심을 갖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언급한 그는 “다양성이 가진 긍정의 에너지야말로 LA의 정체성이자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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