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로백 5초대의 ‘호화 응접실’…요즘 핫한 3열 전기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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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왼쪽)과 렉서스 TZ
“수요 급증으로 열기 고조, 대체재가 없다.”
2022년 미국 ABC 뉴스의 헤드라인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던 3열(3-row) SUV를 분석한 보도였다. 여기서 3열은 세 번째 줄 좌석을 말한다. ABC는 “2018년 BMW가 미국에 3열 좌석 갖춘 X7을 출시했는데,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이 브랜드와 처음 인연 맺는 고객이었다”고 소개했다.
지금도 3열 SUV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기회인 셈이다. 3열 SUV의 주 시장은 미국. 2022년 대형 SUV 중 3열 모델 판매가 약 70%를 차지했다. 인기 비결은 확장성이다. 좌석 개수가 넉넉해 상황과 필요에 따라 6~7명까지 태울 수 있다. 남는 좌석은 접어 짐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미니밴 역할을 계승한 셈이다.
최근 3열 SUV에 대한 관심이 전기차로 이어지고 있다. 4월 1일 볼보자동차(이후 볼보)가 국내에 선보인 EX90이 좋은 예다. 이틀 뒤 테슬라는 모델Y L을 출시했다. 5월 7일 렉서스는 일본 나고야 인근 시모야마 연구개발센터에서 TZ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렉서스 전기 SUV 중 최초로 3열 좌석을 얹었다. 올 연말 일본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볼보 EX90(위)과 렉서스 TZ.
국내 소비자에게 3열 전기 SUV는 낯설지 않은 존재다. 각각 2023년과 2025년 데뷔한 기아 EV9과 현대 아이오닉9 덕분이다. 그런데 판매량 기준으로 여전히 마이너리거다. 지난해 국내 판매 대수는 현대 아이오닉9이 8227대, 기아 EV9이 1500여 대. 따라서 수입 3열 전기 SUV가 가세하면서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비교의 주인공은 렉서스 TZ와 볼보 EX90. 아직 시장에 흔치 않은 럭셔리 브랜드의 3열 전기 SUV다. 접근방식은 기존 전기차와 사뭇 다르다. 성능보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방점을 찍었다. 기술의 상향평준화로 차별성이 희석 중인 현실을 고민한 결과다. 렉서스 TZ는 고유의 운전감각, 볼보 EX90은 최고의 안전성을 으뜸 매력으로 앞세웠다.
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xxxxxxxxxxxxxxx), 사진= 렉서스·볼보
렉서스 TZ
외관을 보면 둘 다 각 브랜드의 전기 SUV 중 가장 큰 덩치를 뽐낸다. 차체 길이는 5m를 살짝 넘고, 너비는 2m에 육박하며 휠베이스는 3m 안팎이다. 우리 기준으로는 대형, 북미 기준으로는 준대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왕이면 큰 차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과 궁합이 좋다. 그림으로 치면 캔버스가 광활한 만큼 각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도 한층 뚜렷이 드러난다.
렉서스 TZ
TZ는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 ‘도발적 단순함(Provocative Simplicity)’을 밑바탕 삼아 그렸다. 핵심은 간결함과 예리함. 앞뒤 바퀴 감싼 펜더가 대표적이다. 풍성한 양감으로 빚은 차체 바깥쪽을 단칼에 싹둑 베어냈다. 그 결과 선명한 경계와 큼직한 면이 대담하게 도드라졌다. 유려한 선과 면의 변주로 은은한 멋 추구하던 기존 렉서스와 확연히 다르다.
렉서스는 TZ의 디자인을 ‘이율쌍생(二律双生)’이란 표현으로 간추렸다. 조형미와 공기역학, 심미성과 기능성의 조화를 뜻한다. 실제 개발 초기부터 공기역학 목업 테스트와 ‘컴퓨터 유체 역학(CFD)’ 해석으로 모서리와 곡면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심지어 윈도와 웨더 스트립 사이의 단차마저 집요하게 깎았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Cd)를 0.27까지 낮췄다.
볼보 EX90
볼보 EX90의 디자인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꾸준히 강조해온 덕분이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덴마크가 자리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자연 풍광 및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테마다. 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이다. 차종별 디자인의 일관성도 강하다. 그래서 설령 엠블럼을 가려도 볼보라는 사실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다.
볼보 EX90
대신 EX90 같은 신차에서조차 극적 변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가령 헤드램프의 윤곽과 엠블럼처럼 볼보의 표정을 좌우하는 요소와 구성, 비율은 변함이 없다. 다만, 기존 내연기관 볼보의 그릴을 차체 컬러 패널로 바꿨을 뿐이다. 하지만 기술은 최신이다. 도로 상황 및 환경에 맞춰 조명의 범위를 거의 무한대로 구현하는 HD 픽셀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도발적 외모의 렉서스, 단순함의 미학 볼보
크기
렉서스 TZ
볼보 EX90
길이(㎜)
5,100(+63)
5,037
너비(㎜)
1,990(+26)
1,964
높이(㎜)
1,705
1,744(+39)
휠베이스(㎜)
3,050(+65)
2,985
공차중량(㎏)
2,630
2,725
트렁크 용량(L)
290~2,017
384~2,135
자동차의 겉모습은 타인의 시선 받는 영역. 반면 내부는 오롯이 운전자와 승객만 보고 누리는 공간이다. 렉서스 TZ와 볼보 EX90 모두 실내 디자인에 남다른 정성을 쏟아부었다. 이번 렉서스 TZ 세계 최초 공개 현장에서 만난 치프 엔지니어 미야우라 다케시(宮浦 猛)는 “TZ의 개발 콘셉트는 ‘드라이빙 라운지(Driving Lounge)’”라고 소개했다.
렉서스 TZ
그는 “머무르는 경험을 위해 다각적으로 정숙성을 꾀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골격과 패널의 공진 주파수를 분산시키고, 방음재와 차음재 배치를 최적화했다. 골격 안은 고무계 발포 충전재로 채웠다. 또한, 얇은 시트와 세계 최장 파노라믹 루프로 공간과 시야를 챙겼다. 조명과 사운드, 향기를 연동한 ‘센서리 컨시어지(Sensory Concierge)’로 감성도 자극한다.
렉서스 TZ
볼보는 EX90의 실내를 ‘스칸디나비아의 웰빙(Well-being)’으로 정의한다. “다양한 고품질의 소재를 혁신적 방식으로 결합해 스웨디시 럭셔리를 구현했다”고 소개한다. 아울러 수평적인 형태의 새로운 에어 벤트와 자연광에 가까워 눈이 편안한 ‘썬라이크(SunLike) LED’ 조명으로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조명은 국내 기업 서울반도체가 공급한다.

볼보 EX90
렉서스 TZ의 조명도 특별하다. 일명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LED’다. 광원의 전면 렌즈 가공부터 빛을 조사하는 면의 미세한 각도 설정까지 디테일에 철저히 신경을 써서 설계했다. ‘유현’, ‘환상’, ‘연주’, ‘변화’, ‘섬광’, ‘고동’ 등 6가지 고유 테마를 가진 서로 다른 색상의 LED 광원을 일정 시간마다 변화시켜 독창적인 빛의 공간을 연출한다.
볼보 EX90
한편, 3열 SUV 역사는 볼보가 앞섰다. 2002년 1세대 XC90이 시작점이다. 당시 성인도 편하게 앉을 수 있는 3열로 관심을 모았다. EX90 역시 마찬가지다. 볼보는 “모든 열에 풀 사이즈 인체공학적 시트를 갖췄다”고 강조한다. EX90은 마지막 줄 좌석도 키 170㎝의 승객까지 소화할 수 있다. 렉서스 TZ의 3열은 소파 같은 착좌감을 목표로 설계했다.
렉서스, 편안하면서도 선명한 운전 감각
파워트레인
렉서스 TZ
볼보 EX90
전기 모터
2개(앞/뒤)
←
최고출력(마력)
227/119
272/177
시스템 총 출력(마력)
343
449
최대토크(㎏·m)
44.6
68.3
배터리 용량(㎾h)
75
106
아키텍처(V)
400
800
급속 충전(㎾)
150
350
배터리 10→80% 충전(분)
30
22
굴림방식
AWD
←
렉서스 TZ는 앞뒤 각각 전기 모터를 한 개씩 물려 약 407마력을 낸다. 배터리는 삼원계 리튬이온. 용량이 95.82㎾h으로, 스마트폰 배터리 약 7000개와 맞먹는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합작해 세운 조인트 벤처 ‘프라임 플래닛 앤 솔루션’이 공급한다. 배터리 구동 전압은 400V로, 800V보다 충전 속도는 느리다. 대신 성능과 안전성, 비용의 균형이 뛰어나다.
렉서스 TZ
TZ는 사륜구동 제어 시스템 ‘다이렉트4(DIRECT4)’로 주행 상황과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전후 구동력을 주무른다. 출발 및 가속 때는 60:40~0:100, 코너를 감아 돌 때는 속도와 조향각도 등의 정보를 토대로 80:20~0:100으로 바꾼다. ‘리어 컴포트(편안한 뒷좌석) 모드’도 흥미롭다. 뒷바퀴 조향과 구동력 제어로 쏠림과 진동을 억누르는 기술이다.
시모야마 연구개발센터에서 TZ 뒷좌석에 동승해 보니 차체 기울임과 끄덕임이 확연히 줄었다. 렉서스는 ‘아지 미가키(味磨き, 맛 다듬기)’라는 과정을 통해 고유의 주행 감각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Lexus Driving Signature)’ 만드는데 열심이다. 40여 가지 핵심 과제를 선정해 편안하면서도 선명한 조종 감각을 조율한다. TZ 또한 이 과정을 거쳤다.
볼보 EX90
국내 출시한 볼보 EX90은 트윈 모터와 트윈 모터 퍼포먼스 두 가지. 이 가운데 TZ와 저울질할 모델은 EX90 트윈 모터다. 앞뒤로 전기 모터를 물렸다. 최고출력은 456마력으로 TZ보다 49마력 높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오히려 TZ가 빠르다. 5.4초로 EX90 트윈 모터보다 0.1초 앞선다. 둘 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다.
볼보 EX90은 중국 CATL의 106㎾h 니켈·코발트·망간(NCM) 리튬이온 배터리를 품었다. 구동 전압은 800V. 400V 전압을 쓰는 TZ와 가장 큰 차이는 충전 속도다. EX90은 최대 350㎾, TZ는 최대 150㎾의 급속(DC) 충전까지 지원한다. 그 결과 배터리 잔량 10→80%까지 급속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TZ가 35분, EX90이 22분이다.
볼보, 배터리까지 보호하는 최고의 안전성
동력 성능
렉서스 TZ
볼보 EX90
0→100㎞/h(초)
5.4
5.5
최고속도(㎞/h)
180
←
1회 충전 주행거리(㎞)
530
625
시장 조사 업체 오토퍼시픽의 보고서에 따르면 본고장 미국에서 3열 SUV의 주 고객층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다. 소득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이들은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과 늘어나는 가족 구성원을 소화할 더 큰 SUV를 찾는다. 이 가운데 이미 전기차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렉서스 TZ와 볼보 EX90를 고민해 볼 만하다.
렉서스 TZ
둘은 공통점이 많다. 장르와 차급, 좌석 구성마저 비슷하다. 두 브랜드가 처음 도전하는 3열 전기 SUV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성은 뚜렷이 차이 난다. 렉서스 TZ는 일본 특유의 섬세한 ‘환대’ 철학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음악 주파수와 연동하는 은은한 조명과 3가지 대나무 숲 향기, 음악, 공조 시스템을 이용해 실내를 움직이는 고급 라운지로 완성했다.
볼보 EX90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를 표방한다. 실제로 기존 XC90보다 비틀림 강성은 50%, 충돌 에너지 흡수율은 20% 더 높다. 또한, 5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로 구성한 ‘첨단 센서 세트’가 기본이다. 여기에 경량 알루미늄과 보론강(초고강도 강철)으로 만든 안전 케이지로 사고 시 배터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볼보 EX90
전기 SUV와 관련해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제원은 1회 충전 주행거리다. 해당 차종의 활동 범위와 동선을 좌우하는 요소인 까닭이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의 WLTP 복합 기준으로 렉서스 TZ는 530㎞, 볼보 EX90 트윈 모터는 625㎞다. 면사무소 단위까지 촘촘히 갖춘 국내 급속 충전 인프라를 고려하면 장거리 여정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이번 비교 무대에 오른 두 대의 전기 SUV는 아직 국내 도로에서 볼 수 없다. 볼보 EX90은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는 했지만, 아직 인증절차를 밟는 중이다. 렉서스 TZ는 내년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가격은 볼보 EX90 트윈 모터 울트라 6인승이 1억 1820만 원이다. 렉서스 TZ는 아직 발표 전인데, 약 7만 달러(약 1억500만원)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 더 많은 사진과 정보는 로드테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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