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뜩이나 흰우유 안 사는데 수입산까지…설 자리 잃는 K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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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감소했다. 이는 흰 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국산 우유가 저렴한 수입산 우유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우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유업계는 원유 쿼터제에 따라 낙농가로부터 여전히 막대한 음용유를 사줘야 한다며 부담을 호소한다. ‘잉여 우유’로 인한 유업계의 손실이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가성비 낮은 K우유는 시장에서 더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 대비 9.5% 줄었다. 이는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출생과 1인 가구 증가ㆍ대체 음료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유 자체보다는 치즈ㆍ요거트ㆍ아이스크림 등 가공 유제품을 더 찾는 식으로 소비 트렌드도 변했다.
통상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야 할 것 같지만 국산 우유는 그렇지 않다. 국제 시세에 비해서도 비싼 수준이다. 가격 비교사이트인 글로벌 프로덕트 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한국의 우유 1L당 가격은 3.42달러로 조사대상 국가 78개국 중 3번째로 높았다. 미국은 3.04달러로 4위, 중국은 2.06달러로 25위, 한국과 비교를 많이 하는 일본은 1.82달러로 29위에 그쳤다. 폴란드는 0.9달러로 75위를 차지했다.
국산 우유가 비싼 이유는 일단 원유(우유 원료) 생산비 자체가 높아서다. 낙농 선진국은 대규모로 방목해 소를 키우지만, 한국은 낙농가당 사육 두수가 적어 ‘규모의 경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게다가 젖소 사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ㆍ국제 곡물가 변동 영향도 많이 받는다. 낙농업계는 유통마진율도 일본 등에 비해 높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산 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더 약해질 거란 점이다. 지난 1월 미국산에 이어 7월부터는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에 유입된다. 수입 우유의 90%가량인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1L당 1300~1500원(도매가 기준)으로 이미 국산의 절반 수준이다. 카페ㆍ베이커리 등을 중심으로 수입 우유 수요가 느는 이유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유 수입량은 5만 1000t으로 2016년(1214t) 대비 42배로 증가했다.
이제는 국산 우유의 경직된 가격 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2년 도입된 원유 쿼터제에 따라, 유업체는 낙농가와 사전에 협의한 할당량만큼의 원유를 기본 가격에 사줘야 한다. 이 물량은 2년간 유지된다. 낙농진흥회가 다음 달 1일부터 원유 물량과 용도별 배분 구조 조정을 논의하는데, 이 결과가 2027~2028년 운영 기준에 반영되는 식이다. 원유 기본 가격은 전년도 생산비가 ±4% 변동할 때 낙농가와 유업체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데, 올해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연간 원유 쿼터량은 205만t. 이 중 소비자가 마시는 음용유용 원유 사용량은 160만t 수준이다. 나머지는 치즈ㆍ분유 등 유가공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가공유용 원유로 쓰거나 폐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유업계는 재고 부담 완화를 위해 원유 쿼터량을 줄이거나 최소한 가공유 비중을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2023년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으로 가공유 기본 가격은 음용유보다 낮게 책정하는 게 가능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원유 쿼터량 중 가공유 비중을 점차 확대해야 하는 만큼, 가공원유지원사업 예산을 430억원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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