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값싼 드론엔 값싼 탄환, 병사 대신 킬러 로봇…미군도 뛰어든 ‘가성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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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강한 무기로 적을 압도하느냐에 중점을 둬온 미군마저 이제는 얼마나 싸게 싸울 수 있느냐를 따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병사 대신 로봇과 드론이 투입돼 인명 손실을 줄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이 현대전의 계산법을 바꿔놓고 있다는 의미다.
미 해병 통합 대공방어 체계 MADIS가 지난 4월 28일 필리핀 삼발레스주 샌안토니오 해군기지에서 열린 미·필리핀 연례 합동훈련 ‘발리카탄’ 중 드론을 격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억원 미사일 대신 1700만원 탄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군이 대(對)드론 작전에서 최신 단거리 방공체계인 MADIS(Marine Air Defense Integrated System·해병 통합 대공방어 체계)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MADIS는 차세대 합동경량전술차량(JLTV) 2대에 스팅어 미사일, 30㎜ 기관포, 첨단 레이더, 지휘통제 장비를 결합한 체계다. 현장 지휘관이 미사일, 기관포, 전자전 등 여러 수단 가운데 표적에 맞는 대응 방식을 고를 수 있게 설계됐다.
눈에 띄는 건 30㎜ 특수탄이다. 이 탄환은 근접 신관(점화장치)을 달고 있어 목표물에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폭발한다. 미사일보다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비용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WSJ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출신 탄약 기술자를 인용해 “드론 1대를 격추하는 데 탄환 5발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도 비용은 1만1250달러(약 1695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는 이란제 샤헤드 드론의 제작 비용으로 알려진 3만~3만5000달러(약 4520만~5270만원)보다 낮다.
기존 요격 수단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더 뚜렷해진다. MADIS에 탑재된 스팅어 미사일은 한 발당 43만 달러(약 6억4800만원), 코요테 드론 요격기는 10만~12만5000달러(약 1억5000만~1억8800만원) 정도다. 미군이 드론 격추에 사용해온 AIM-120 공대공 미사일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추산 기준 한 발당 100만 달러(약 15억원)에 이른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한 발 생산에 약 400만 달러(약 60억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가성비 전쟁 필요성
5000만원 안팎의 드론을 잡기 위해 15억원짜리 공대공 미사일이나 60억원짜리 패트리엇을 쓴다면 전술적으로 격추에 성공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손해가 누적돼 실패로 볼 수 있다. 실제 미군은 이란 전쟁에서 이란발 드론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와 이들 국가에 있는 미군 부대에 타격을 입히자 가성비 행보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드론 관련 지휘통제 플랫폼을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실전 배치한 것이 그 예다.
미 해병대가 지난 4월 28일 필리핀 삼발레스주 샌안토니오 해군기지에서 열린 미·필리핀 연례 합동훈련 ‘발리카탄’ 중 MADIS 발사대를 장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군이 지난 4월 필리핀에서 열린 연례 합동훈련 ‘발리카탄’에 MADIS를 배치해 드론 격추 훈련을 실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WSJ는 “이 훈련이 현대전에서 100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쓰지 않고 드론을 격추하는 방법을 찾는 미국의 시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병사 대신 투입되는 ‘킬러 로봇’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비용뿐 아니라 병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30일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1월 이후 로봇과 드론 등 무인 장비만으로 2만2000건에 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 4월에는 병력 투입 없이 지상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한 사례도 보고됐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랜드 드론(UGV)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의 대표적 무인화 장비로는 이른바 ‘킬러 로봇’ ‘랜드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지상차량(UGV)이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2024년 봄 이후 투입을 늘려온 UGV는 궤도형·바퀴형·지뢰 탑재형 등 여러 형태로 전선을 누비고 있다. 1회 충전으로 약 8시간 운용할 수 있고, 장갑차보다 크기가 작아 적에게 포착될 가능성도 낮다. 병력의 직접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1인칭 시점(FPV) 드론이 전장에 확산하면서 보급을 이 같은 로봇에 맡기는 흐름이 빨라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4월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군 지상 보급의 90%가 로봇으로 대체됐다고 전했다. 올해 1월 한 달간 UGV 작전 횟수는 700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보급 넘어 전투·폭파·항복 유도까지
임무도 보급에 그치지 않는다. 가디언은 “원격 기관총과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UGV가 45일간 단독으로 진지를 방어한 적이 있다”며 “2025년 여름엔 폭발물 200㎏을 실은 자폭형 로봇이 20㎞를 주행해 러시아군이 사용하던 학교 건물을 파괴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부상 당한 러시아 병사들은 무너진 건물에서 어렵게 빠져나와 무장 UGV를 향해 항복했다. CNN도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수행된 여섯 차례 폭파 작전이 모두 이 같은 로봇으로 이뤄졌고 인간 병력은 투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 로봇은 이동할 때 소음이 작아 러시아군 사이에서 ‘조용한 죽음’으로 불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다. 적군이 로봇 접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는 폭발 반경인 10m 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CNN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이 상당 부분 무인화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갑작스럽고도 불안정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UGV 25% 손실률, 보병 생명 지키는 작은 비용”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군이 랜드 드론(UGV)을 시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로봇과 드론에 매달리는 이유는 병력 부족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장기전이 이어지면서 러시아보다 인구와 병력 규모가 작은 우크라이나로선 돌파구가 필요했다. 우크라이나 한 장교는 가디언에 “하루 평균 UGV 3대가 러시아 공습에 파괴돼 25%의 손실률을 기록하지만 보병의 생명을 지키는 대가로는 작은 비용”이라고 말했다. 무인기계를 앞세운 버티기식 지상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관건이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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