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무대가 재미있다” 대담한 20세 첼리스트 김태연, ‘퀸’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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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보자르홀에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에 오른 김태연. 사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무대가 제일 좋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곳이다.”
30일(현지시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김태연(20)은 무대 위가 재미있다고 했다. 결과 발표 후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박수받는 것,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주인공 병’이 살짝 있다”며 웃었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준우승

이번 대회의 결선 진출자 12명 중 가장 어렸지만 무대마다 대담했고 에너지와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쳤다. 그는 “모든 라운드에서 대회라기보다는 연주하는 것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연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활기차고 건강한 음악만큼이나 활발한 스무 살이다. “세상에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새로운 경험을 자꾸 해야 표현할 것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학교 대표 선수도 해봤고, 태권도와 복싱도 열심히 했다.” 그의 어머니는 미국 커티스 음악원과 줄리어드 음대를 거친 첼리스트 최정주. 김태연은 “초등학교 시절 집에 남는 첼로가 하나 있어서 우연히 시작했다”고 했다.

어머니이자 첼리스트로서 김태연을 보는 최정주는 “어려서부터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였고, 거침없는 성격이다 보니 첼로 연주도 거침이 없다”고 했다. “특히 태연이가 왼손잡이라 현을 다루는 소리가 속이 시원하게 나온다”라고 평했다.

김태연은 14세에 커티스 음악원에 합격하고 팬데믹으로 미뤄 16세에 입학했다. 2020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2024년에는 루토스와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6세부터 매년 한 콩쿠르에 도전하고 있다”며 “실력이 매년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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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결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첼리스트 김태연. 사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쇼팽 콩쿠르와 더불어 역사와 권위 면에서 세계적 대회로 손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지금의 명칭으로 1951년 시작해 올해 75주년을 맞았다. 그간 한국인 우승자가 다수 나왔다. 지금은 없어진 작곡에서 조은화·전민재, 바이올린 임지영, 첼로 최하영, 성악 김태한이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선 무대를 앞두고 새로 작곡된 작품을 배부해 일주일 동안 완성해야 하는 방식이 까다로운 대회다. 올해 참가자들은 작곡가 팡만의 ‘꽃의 소식에 바치는 네 개의 송가’를 과제곡으로 연주하기 위해 브뤼셀 인근의 음악 교육 기관인 ‘뮤직 샤펠’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시간을 보냈다. 이 대회의 사무국장 대행인 마리 반더러 엘스트는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가 여왕에게 제안했던 방식대로 젊은 음악가들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기에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이자이는 이 대회의 설립자인 벨기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바이올린 스승이었다.

매년 피아노ㆍ첼로ㆍ바이올린ㆍ성악 부문에서 돌아가며 열리는 이 대회에 올해는 전 세계에서 185명이 참여했고 본선에 64명이 올랐다. 그중 한국인 첼리스트는 5명이었고 결선에는 김태연이 홀로 올랐다. 김태연은 2위 상금으로 2만 유로(약 3500만원)를 받는다. 1위는 이탈리아의 에토레 파가노(23), 3위는 미국ㆍ캐나다 국적의 릴런드 코(28)에게 돌아갔다.

김태연은 “어려운 방식의 대회를 치러 잠시 쉬고 싶다”면서도 “앞으로 지금처럼 솔직하게 제 음악을 다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태연은 다음 달 10일 브뤼셀에서 시작해 벨기에 주요 도시에서 수상자 공연 무대에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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