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압구정·반포에 ‘깃발’ 꽂은 현대건설·삼성물산…‘브랜드=집값’ 공식에 2강 쏠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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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수주한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감도. 단지명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로 제안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과 서초구 신반포 19·25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빅 매치’ 수주전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나란히 승전보를 울렸다. 이들과 맞붙은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는 고배를 마셨다. 재작년부터 서울 한남동과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서울 대형 정비사업을 두고 건설사 간 수주 혈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양강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전날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찬성률 58.9%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조합원 1016명이 투표에 참여해 599명이 현대건설에 찬성표를 던졌다. DL이앤씨는 398표(39.2%)를 받았다.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동 한양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지상 68층, 8개 동 1397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사업비가 1조4960억원이다. 2025년 기준으로 시공능력평가(시평) 2위인 현대건설은 앞서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 3구역(현대 1∼7차·10·13·14차, 대림빌라트) 시공권을 따냈는데, 5구역까지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3개 구역 수주 규모만 9조8000억원에 이른다(2구역 2조7488억원·3구역 5조5610억원). 압구정 1~6개 구역 중 절반을 현대건설이 가져갔다.
시평 1위인 삼성물산은 대한민국 신흥 부촌으로 거듭난 반포 일대 정비사업에 잇따라 깃발을 꽂고 있다. 앞서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등), ‘래미안 원펜타스’(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앞세워 이번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조합원 60%가량이 삼성물산에 찬성표를 던졌다. 신반포 19·25차 재건축은 잠원동 61-1번지 일대 신반포 19·25차와 한신진일, 잠원CJ를 통합 재건축해 지상 49층, 7개 동, 613가구 규모의 단지로 조성된다(사업비 6300억원).
삼성물산이 수주한 신반포 19·25차 등 통합 재건축 단지 조감도. 단지명은 '래미안 일루체라'를 제안했다.
업계에선 ‘하이엔드 브랜드=집값’이란 공식이 형성되며 갈수록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1·2위 건설사가 독식하는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상위권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에선 래미안 아니면 디 에이치(The H·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아야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계속 커지는 듯하다”며“이주비 대출·금리 등 조건이 경쟁 건설사가 더 나은데도 건설사 브랜드를 보고 시공사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 진행이 가시화된 압구정 2~5구역에선 2·3·5구역을 현대건설이, 4구역은 삼성물산이 가져갔고, 한남동 재개발사업에서도 사업 규모가 가장 큰 3구역을 현대가, 4구역은 삼성이 수주했다.
박경민 기자
삼성·현대에 이어서는 시평 3위인 대우건설(써밋·푸르지오), 4위 DL이앤씨(아크로·e편한세상), 5위 GS건설(자이)가 주요 수주전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조합도 전날 총회에서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하고 GS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조합이 DL에 e편한세상이 아닌 ‘아크로’를 요구했지만 난색을 보이자 시공사를 교체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 역시 향후 집값을 좌우할 수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두고 벌어진 일이다.
시평 10위권 건설사 사이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주요 건설사 임원은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돈이 쏠리듯이 서울 알짜 정비사업도 양강 또는 상위 5위권 건설사가 독식하는 상황이 심해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반기엔 여의도·목동·성수동에서 굵직한 수주전이 벌어지는데 압구정·반포를 놓친 상위권 건설사가 대부분 달려들 태세고, 삼성·현대도 주요 대표 단지는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주전이 치열해질수록 출혈 경쟁이 과해지고, 결국 조합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특정 건설사에 수주가 몰리면 사업 규모가 큰 곳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규모가 작은 지역은 공사가 지연되고, 분담금 비용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만 좇지 말고 현실적으로 최선의 사업 조건을 제시하는 시공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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