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가는 최고, 휴가는 포기...이란전쟁이 키운 美 ‘K자’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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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미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 주식 등 자산이 많은 상위계층은 증시 랠리의 수혜를 누리는 반면, 중·저소득층은 물가 부담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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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덴버의 코노코 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란전쟁의 종식이 새로운 불평등 시대의 시작일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주도 증시 호황의 수혜 계층과 소외 계층 사이의 분열이 지구 반대편 전쟁보다 많은 미국인에게 더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실제 증시는 전쟁의 충격을 빠르게 털어냈다. 지난 2월 말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 8% 빠졌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3월 말부터 19% 반등했고, 연초 대비 10.7% 올랐다. 이대로면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이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2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발표에 따르면 구매력을 의미하는 실질 가처분소득은 지난 3월 동안 0.2% 줄었고, 4월에는 0.5% 더 하락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저축률은 2.6%로 쪼그라들었다. 고유가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저축을 헐어 메우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올 2~4월 동안 전국의 저소득 가구는 실질 휘발유 지출을 3.2% 줄인 반면 고소득 가구는 오히려 0.4% 늘렸다고 분석했다. 뉴욕연은 관할 지역(뉴욕 일대)에서는 이 격차가 약 9%포인트까지 커졌다. 뉴욕연은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소매 지출과 마찬가지로 실질 순자산은 2023년 이후 K자형 패턴을 보여 왔고, 고소득층의 순자산 증가는 금융 자산 가치 상승에 기인한다”며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소매 지출을 더 많이 늘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짚었다. 증시 상승이 자산 격차를 확대하고, 이는 다시 소비 여력의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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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기업의 이익과 임금의 괴리는 더 고질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소득(GDI)에서 노동자의 몫은 51%로 1947년 집계 이래 가장 낮았다. WSJ는 “활황인 증시와 불안한 대중 사이의 간극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양극화는 당장 여름 휴가 시장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는 “항공권과 호텔 가격 상승으로 미국의 여름 여행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올여름 여행 계획이 있다는 미국인은 45%로, 6년 만에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 중간소득층(연 10만~19만9000달러)에서 이 비율은 지난해 45%에서 올해 37%로 급감했다. 여행사 인텔트레블에 따르면 해외여행 예약은 전년 대비 25% 줄었다. 로버트 아이솜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고소득 여행객 수요가 중·저소득 고객을 앞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심리도 계층별로 엇갈린다. 미국의 민간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100 미만은 비관 우세)는 5월 93.1로 전월(93.8)보다 소폭 내렸다. 중·하위소득 가구의 낙폭은 더 컸다. 로이터는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고소득)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상대적으로 양호한데, 주식 시장 상승세로 인한 순자산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소비자 3명 중 2명은 물가 상승으로 필수품 이외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기젬 코사르 뉴욕연은 경제조사자문역은 “높은 생활비 부담과 팬데믹 시기 지원책 종료가 소득 분포 최하위 계층의 식량 불안에 대한 우려를 다시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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