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물 학대 vs 전통문화…논란에도 전국 곳곳서 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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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2021년 청도소싸움경기'에 출전한 싸움소들이 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 힘겨루기(소싸움)가 전통문화라는 주장과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소싸움 대회가 열린다.

대구 달성군은 오는 24~28일 ‘제22회 달성 전국민속 소 힘겨루기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은 대구시 지원 30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7000만원으로, 경기장 설치와 시상금 등으로 쓰인다. 달성군은 1998년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대회를 5회차부터 이어받아 매년 봄에 개최하고 있다. 세시풍속으로 전해지는 소싸움 보전 계승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소싸움, 전국 10개 지자체서 개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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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 지난해 5월 구제역으로 2주 휴장했다. 뉴스1

소싸움 경기는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개 지자체(김해·의령·진주·창녕·창원·함안·청도·달성·완주·보은)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허가를 받아 개최할 수 있다. 소싸움은 두 마리의 소가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경기다. 다만 ‘싸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동물 학대 등 부정적인 느낌을 불식하기 위해 2022년부터는 ‘소 힘겨루기 대회’로 이름을 바꿨다.

경북 청도군에서는 2011년 9월부터 주말마다 소싸움 경기를 해왔다. 올해 계획된 경기만 103회다. 거기다 청도 소싸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내기(베팅)할 수 있다. 경남 창녕군도 지난달 소싸움 대회를 이미 개최했다. 경북 청도와 전북 완주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총 170두가 출전했고, 관람객 60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오는 9월에도 소싸움 상설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민속놀이냐, 동물 학대냐…논란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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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윤미향 무소속 의원과 녹색당,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회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소싸움 도박 활성화로 동물학대 조장하는 온라인 우권 발매 소싸움법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한국에서 약 2000년 전부터 소를 이용했고, 이때부터 소싸움도 자연스럽게 진행됐으리라 본다”며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민속놀이”라고 규정한다. 지자체에서 소싸움을 합법적인 민속놀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국민속소힘겨루기협회 측도 “소싸움은 지역 경제와 민속놀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동물보호법에서 ‘도박·광고·오락·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지하지만, 민속 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근거를 든다.

다만 동물보호단체는 여전히 동물 학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초식동물인 소에 뱀탕·개소주 등 육식 보양식을 먹이고 억지로 혹독한 훈련과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학대”라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지난해에는 전북 정읍시가 4년 만에 소싸움대회를 부활하자, 녹색당 등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동물 학대 소싸움에 반대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대회를 강행해 매우 유감이다. 대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위원회는 오는 대구 달성군 소싸움대회 장소 인근에 반대 현수막을 걸고, 현장 피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소싸움 폐지한 지자체도 

논란이 거세지자 정읍시는 같은 해 10월 소싸움 대회 관련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방법으로 소싸움 대회를 폐지했다. 이로써 1996년 시작한 ‘정읍전국민속소힘겨루기대회’는 27년 만에 사라졌다. 지난해 정읍시·완주군이, 올해는 김해시와 함안군까지 4곳이 예산안을 미편성하는 방식으로 소싸움을 중단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도 최근 소싸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 절차를 보류했다. 당초 문화재청은 올해 소싸움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3월 29일 “소싸움 기초 학술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지정 조사 추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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