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보 금관·청자·청동방울…3000㎞ 달려 우리 동네 뜬다
-
7회 연결
본문
일제강점기(1921년) 최초로 발굴된 신라 금관총 금관, 방패를 든 갑옷차림 무사 모양의 기마인물형토기, 활짝 핀 모란꽃을 곱게 새긴 청자상감모란무늬 항아리….
교과서에 나오는 국보·보물 등 중요 문화유산 6종(총 22건 29점)이 오는 6월부터 각 지역(공립)박물관 12곳으로 찾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5일 각 지자체 관계자들과 함께 출범을 알린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를 통해서다. 주제별로 3~7점씩 묶인 유물은 상반기엔 당진·보령·합천·상주·강진·남원 등 6곳, 하반기엔 증평·장수·고령·해남·함안·양구 등 6곳에서 선보이게 된다. 지난 연말 희망지 공모에 응모한 30여 개의 지자체 가운데 선정된 12곳이다.
국립박물관의 대표 유물이 광역급이 아닌 기초지자체까지 대거 찾아가는 것은 1945년 박물관 출범 이래 처음이다. 이들은 ‘시대를 담다, 농경문청동기’(당진·증평) ‘금관총 금관 그리고 이사지왕’(보령·장수) ‘금관과 금방울, 어린 영혼과 함께하다’(합천·고령) ‘기마인물형토기와 상형토기 이야기’(상주·해남) ‘도자기에 핀 꽃 상감청자’(강진·함안)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남원·양구) 등 6가지 주제 하에 각 세트를 이루게 된다.
예컨대 1924년 경주 금령총에서 발굴된 금관(보물)은 같은 무덤에서 나온 금허리띠 및 금방울 한쌍과 함께 소개된다. 일반적인 왕관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금관은 무덤 주인공이 어린 아이였음을 추정케 한다. 전시는 약 1500년 전 어린 자식을 장례 치르며 금관을 함께 묻었던 지배자의 시선을 곁들이게 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비수도권 학생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완하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최흥선 유물부장은 “유물의 이동·전시를 위한 총 보험가액만 약 380억원”이라면서 “무진동차량에 담긴 이동경로를 모두 합하면 3000㎞에 달하는 대장정”이라고 설명했다. 순회 유물엔 이건희 전 삼성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청동방울 등 국보 2건 7점도 포함됐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지역 박물관과 '짝'을 이뤄 진행된다. 예컨대 강진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국립광주박물관이, 함안박물관 전시는 국립김해박물관이 각각 돕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작은 규모지만 최신 전시 연출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문화·예술 행사를 병행해 지역 문화 축제의 장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박물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문화유산 2724건 가운데 42.8%(1165건)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22년 국민문화예술활동 및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도 소도시 주민의 문화예술관람률(50.0%)은 대도시(60.7%)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생활만족도 역시 소도시(49.4%)와 대도시(58.6%)의 격차가 뚜렷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