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철규 원내대표 유력설에 배현진 "지금은 염치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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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둔 30일, 여권은 이른바 ‘이철규 대세론’으로 종일 시끄러웠다. 22대 총선 공천 실무에 깊숙이 관여한 이 의원이 참패 후 원내 사령탑을 노리는 게 적절하냐를 두고 논쟁이 불붙었다.

여권 최대 스피커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들러리 세워 원내대표 노리고 있나. 도대체 사람이 그리 없나. 패장(敗將)을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되겠나”라고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의 출마를 정면 비난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당내 친한계와 비례 공천을 두고 공개 갈등을 빚는 등 ‘공천 실세’로 활동한 이 의원이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22대 총선 공천관리위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사무총장직을 내려놨지만, 2주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 뒤 줄곧 대통령실 창구 역할을 도맡으며 당내 실권을 유지해왔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수도권 당선자는 통화에서 “공천이 한창일 땐 ‘모든 길은 (이철)규로 통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이 의원이 패배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라고 했다.

당내서도 공개 반발이 적잖이 나오긴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가 이날 SNS에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인가.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몰염치하니 총선에 대패한 것”이라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친윤계 배현진 의원도 “(이 의원이) 후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접지 않으시기에 부득이 공개로 의견을 밝힌다. 정치는 결과 책임의 장이다. 지금은 반성과 성찰, 염치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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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앞에 제22대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선거일 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그런데도 대세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날까지 공식 출마 선언이 전무했다. 이 의원도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악역을 마다치 않겠다”며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을 뿐, 출마를 명쾌하게 밝혀진 않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벌써 22대 국회 독주를 예고하는 와중에 용산과의 의견 조율도 필수인데, 누가 선뜻 여당 원내대표라는 ‘독배’를 쥐려 하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신 유력 주자로 거론됐던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법사위원장 출신으로, 하마평 1순위였던 4선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전날 불출마를 밝혔다. 수도권 후보로 지목됐던 3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하고 상의를 해본 결과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더 훌륭한 분이 하시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해서 선거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3선의 송석준(경기 이천) 의원만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이날 원내대표 출마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단독 출마 후 원내대표에 추대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날 이철규 대세론을 인정하는 공개 목소리는 나와서다. 전날 이 의원 출마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5선 윤상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정부여당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국회 운영 주도권을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정치적 지형”이라며 “그러니 (다른 의원이) 선뜻 안 나서는 것이고, 이 의원이 나서겠다 하는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초선 김용태 당선인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친윤이냐 비윤이냐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당내 민주주의의 상징인 원내대표 경선을 이렇게까지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를 처음 본다”며 “친윤 의원이 또 원내대표가 된다면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이라는 의미는 완전히 퇴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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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편,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본인이 차기 전당대회 개최 연기를 요청했다는 여권 일각 주장에 “비슷한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과 가까운 당선인은 통화에서 “아직 한 위원장이 출마를 고려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면서도 “전당대회까지 두달 남짓 남았으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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