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호기 제때 고쳤으면…엄마 택배 일 돕다 숨진 10대 무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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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5일 오전 6시39분쯤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에서 1t 트럭과 아반떼 승용차가 충돌한 현장.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제한속도를 어기고 신호를 위반해 어머니의 택배 배송을 돕던 10대 중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운전자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숨진 아들은 당시 재량휴업일에 어머니의 일을 돕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씨(65·여)에게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5일 오전 6시39분쯤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 근처 시속 80㎞ 제한속도인 도로에서 시속 98㎞로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황색 신호에도 교차로에 진입해 1t(톤) 화물차를 들이받아 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어머니 B씨의 택배 배달일을 도우려고 C군(16)은 B씨의 봉고 1t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이날은 학교의 재량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재량휴업일이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해당 교차로 직진·좌회전(직좌) 동시 신호기의 좌회전 표시등이 사고 사흘 전부터 고장이 나 행정당국에 신고 접수됐는데, 제때 수리가 됐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는 것이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났다.

교차로에서 광터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B씨의 화물차는 황색신호임에도 제한속도를 18㎞나 초과한 시속 98㎞로 문막 방면으로 직진하는 A씨의 아반떼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C군이 숨지고 어머니 B씨는 32주간 치료를 해야 하는 상해를 입었다.

C군은 재량휴업일에 어머니의 택배 일을 돕고자 함께 이동하다 참변을 당했다.

검경 등 수사 기관은 황색신호로 변경됐음에도 제한속도를 위반한 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킨 승용차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폐쇄회로(CC)TV를 비롯한 영상 감식 결과를 통해 안타까운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교차로에 설치된 4색 신호등 중 직진 신호 이후 직좌 동시 신호 때 정작 좌회전 신호(←)는 점등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B씨의 화물차는 직좌 동시 신호를 두 차례 거르며 8분가량 정차해 있었고, 세 번째 시도 끝에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다 A씨의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사고가 나기 사흘 전 관리 주체인 원주시청에 해당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고, 시 역시 곧바로 교통신호기 유지 보수업체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점검할 당시에는 고장이라고 판단할 수 없어서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교롭게 안타까운 사고가 난 셈이다.

재판부는 “황색 신호에 제한속도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피해차량과 충돌사고를 일으켰다”며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 중대하고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당시 피해차량 진행 방향 신호기의 고장이 아니었다면 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B씨의 화물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직좌 신호에 따라 좌회전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던 셈이다.

검찰은 1심에 앞서 A씨에게 금고 2년을 구형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은 이 사건은 1심으로 종결됐다.

한편 검찰은 이 사건 기소 당시 C군의 아버지 면담을 통해 그 가족이 사고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을 파악했다. 또 아버지가 중상을 입은 C군의 어머니 B씨를 간호하기 위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사실도 확인하는 등 검찰은 장례비와 심리치료,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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