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씨 품은 외노자, 관리는 '따로국밥'…"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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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외국인 관리…“이민청 설립 시급” 

올해부터 호텔·콘도 등 숙박업소(청소원)나 산림 현장(숲가꾸기)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날 수 있다. 또 서울 등 각 가정에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등장한다. 정부가 외국인 고용 허가 업종을 폭넓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산업 현장에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범죄도 늘고 있다. 외국인 마약 범죄는 2018년 대비 2022년 3배 급증했다. 이에 외국인 정책을 총괄할 전문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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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HD현대 회장이 지난 3월 27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으로 조선소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초청,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허가제 16만5000명 역대 최대…3년 새 3배 

고용노동부는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발급받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규모)를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 16만5000명으로 4만5000명(37.5%) 늘렸다.

정부는 통상 5만 명 수준이던 고용허가제(E-9) 규모를 2021년 5만2000명에서 이듬해 6만9000명으로 확대했다. 이어 지난해 12만명,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000명으로 정했다. 3년 새 허용 인원이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 박진영 팀장은 “고용허가제 규모는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0년 넘게 5만명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며 “인구감소로 인력수급 문제를 겪는 업종이 점점 늘면서 고용허가제 인원을 2년 연속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E-9 고용 허가 업종은 비수도권 소재 뿌리산업 중견기업, 택배업(상하차 직종), 공항 지상조업(상하차 직종), 음식점업(주방보조원), 호텔·콘도업(건물청소원 등), 광업, 임업 등 7개가 추가됐다. 음식점업과 호텔·콘도업은 상반기 서울·부산·제주·강원 등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산림청은 7월부터 임업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숲가꾸기나 조림 같은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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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강원 양구군 친환경농업연구센터에 열린 2024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농가 배정 및 교육에서 필리핀 근로자들이 서흥원 군수와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 도입 가시화  

남성현 산림청장은 “임업 노동은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일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가 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인원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2015년 시범도입 당시 19명이던 이 사업 참여자는 지난해 3만2837명, 올해 4만9286명 배정됐다.

지자체도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맞벌이 가정과 한 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등에 필리핀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가사도우미는 관련 경력·지식과 어학 능력을 평가하고 범죄 이력 등 신원 검증, 마약류 검사 등을 실시한 뒤 선정한다. 임금은 최저 시급을 적용한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고용허가제 E-9 비자를 발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재인 서기관은 “어린이집이나 방과 후 교육, 돌봄교실 등 공공영역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도입하면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 시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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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출입국 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외국인 전체 범죄 줄 때 마약범죄는 3배 늘어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마약 등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1일 경찰청 범죄 집계를 보면 국내에서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 건수는 2018년 3만4840건에서 5년 뒤인 2022년 3만3367건으로 줄었다. 2019년 3만9369건까지 늘었지만,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마약 범죄(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수는 673건에서 2120건으로 3.15배 뛰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중 일부가 고된 근로 대신 손쉬운 돈벌이를 찾아 마약에 손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을 지낸 윤흥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일선 출입국·외국인청에 외국인 마약 첩보·수사를 담당하는 전담 기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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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계절근로자 102명이 경북 성주군 참외교육장에서 입국설명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노노(勞勞)갈등·산재 폭증에도 충분한 대비 필요”  

외국 인력은 ‘노노 갈등’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정부가 석유화학·제철·발전 등 플랜트 건설에 외국인력 문턱을 낮추려 하자 민주노총은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력이 증가하면 기존 플랜트 근로자 가운데 청년·여성 등이 일자리를 잃게 될 거란 주장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3D 산업 현장을 채우던 외국인력이 여건이 더 좋은 고급 노동시장으로 옮겨 갈 땐 이런 충돌이 일어난다”며 “정부와 노사가 충분히 논의해 외국인력 증가에 따른 갈등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터정신건강증진학회장인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미 국내 건설현장 사망자의 11.7%가 외국인”이라며 “언어 소통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되고,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한 업무를 떠맡게 되는 구조가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현재 외국인 근로자에게 실시하는 안전교육은 개론 수준이어서 현장에서 위험을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현장 업무에 숙련된 외국인을 언어·국가별 안전 강사로 육성하고, 위험한 업무가 외국인에게 몰리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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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한 농가에서 계절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영주시

사정이 이런데도 외국인 관리 정책은 부처를 떠돌고 있다. 법무부가 체류 관리 등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고 있지만, 외국 인력 수급과 근로 관리·감독은 고용노동부가 맡는다. 외국인 정착 지원은 행정안전부, 다문화가족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학교 정책은 교육부 관할이다. 계절근로자 도입은 자치단체가 해당 국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식이다.

외국인 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도 진전이 없다.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총선 등 영향으로 4개월째 진전이 없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국제교류경영)는 “외국인 근로자 관리·지원 등 업무가 법무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와 지자체에 흩어져 ‘따로국밥’으로 돌아가고 있다. 바로 잡으려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이민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현장 수요와 외국인 인력 공급 미스매칭 현상, 근로자 이탈 등 기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다문화 사회 전문가 등 인력 양성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청 설립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점식(국민의힘, 통영·고성) 의원은 “외국인 정책 등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이민청 설립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국회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고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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