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밤 새웠다, 과로 심각"…아산·성모병원 교수 휴진, 대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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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을 새웠습니다. 하루 쉬고 다시 진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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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교수 50여명이 병원 신관 앞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30분 동안 서 있었다. “오늘 휴진합니다”, “지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을 반대합니다”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들이 눈에 들어왔다.

피켓 시위에 참여한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실장이자 외상외과 교수는 “전공의나 인턴 없이 교수 3명이 번갈아 가며 당직을 서는데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며 피로감을 전했다. 그는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진료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체력적 한계는 있다”며 “가능한 한 이 상황이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개월 넘게 당직을 연이어 하며 버텨왔는데 더 이상은 어렵다”며 “정부가 정원 문제를 풀지 않으면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하루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2024 의료대란과 울산의대 교육 병원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비공개 긴급 세미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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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휴진키로 한 날이지만 다행히 두 병원에서 모두 큰 혼란은 없었다.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진에 참여했고, 휴진하는 교수의 경우 같은 진료과목의 다른 교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지난주와 동일한 수준의 환자가 진료를 봤고 수술 건수도 비슷하다”라며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아 예정된 진료와 수술을 차질없이 진행했다”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교수협에서 개별적 휴진을 권고했으나, 병원에 휴진하겠다고 연락하거나 공지한 교수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휴진을 예고한 다른 지역 대학병원들도 큰 차질 없이 진료를 이어갔다. 울산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에는 ‘휴직과 사직에 앞서 환자와 보호자, 직원분들게’라는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대자보가 붙었지만, 진료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개별적으로 외래 휴진에 들어간 충북대병원도 휴진은 거의 없었다. 전남대병원도 이날부터 매주 금요일 휴진을 예고했지만, 실제로 휴진을 한 진료과는 없었다.

휴진 여파가 크게 체감되진 않았지만 내원 환자들은 진료가 미뤄지거나 취소될까 불안해했다. 암환자 아버지와 함께 아산병원에 온 최모(32)씨는 “1년에 한두 번 모시고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는데, 교수 휴진 소식이 있어서 날짜가 미뤄질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올 때마다 병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불안하다”라고 덧붙였다.

언제까지 애 타는 상황이 이어질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류마티스 관절염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온 김모(36)씨는 “평소와 같아 불편한 건 없다”면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폐고혈압 환자 김모(62)씨도 “병원에서 ‘정상 진료’ 문자가 와서 괜찮았다”면서 “그래도 진료가 취소될까 신경이 계속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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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일부 교수들이 휴진 의사를 밝혔으나 전면적 치료 중단 등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40개 의과대학, 88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7개 병원이 정상 진료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교수님들이 환자들을 뒤로하고 현장을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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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주요 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임의들이 돌아오면서 의료 현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레지던트는 약 9900여명 중 570여명(4월 30일)에서 590명(5월 2일)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서울 주요 5대 병원의 전임의 계약률(68.2%)은 70% 가까이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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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취소, 진료유지명령 취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뉴스1

사직한 전공의들은 이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20여명은 서울 행정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취소, 진료유지명령 취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행정법원 앞에서 “전공의는 수련과 근로 여부를 자유의사결정에 따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면서 “현재 사직서 수리 금지・진료 유지 명령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행정명령은 과도하고 부당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러한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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