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8명 무더기 기권…‘해저드’ 빠진 골프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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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마쓰야마 히데키의 마스터스 우승 후 캐디 하야후지 쇼타가 코스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골프와 자기 일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PGA]

지난 25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 2라운드.

대회 둘째 날이었는데 지한솔·박보겸·박혜준·윤이나·전예성·김가영·손주희·임지유 등 8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기권했다. 한 조로 묶인 세 명의 선수 가운데 두 명이 기권하는 바람에 뒷 조에서 다른 선수를 데려와 플레이한 경우도 있었다.

프로 골퍼들은 대부분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경기에 출전하는 게 일상이다. 기권한 선수들은 이런저런 부상을 기권 이유로 댔다. 그들에게 부상 투혼을 보여달라는 건 아니다. 몸이 아프면 미리 출전하지 않겠다고 하면 되고, 출전했다가도 아프면 그만두는 게 맞다.

그런데 E1 채리티 오픈에서 유독 많은 선수가 중도에 경기를 포기한 건 아무래도 석연찮다. 이 대회는 총상금(9억원)이 적은 편인 데다 상금의 일부를 자선기금으로 내기 때문에 선수들이 손에 쥐는 상금은 더 적다. 더구나 대회장인 페럼 골프장의 그린은 딱딱하고 빨라 선수들이 힘겨워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좀 해보다가 성적이 나쁘면 평균타수 관리 등을 위해 경기를 중도엔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갑자기 몸이 아파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KLPGA 투어는 다른 투어에 비해 유난히 기권하는 선수가 많다. 성적이 좋은 선수 중에서는 기권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걸 보면 꼭 틀린 말이 아니다.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중도에 그만두는 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 무엇보다도 갤러리나 골프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중도 포기는 동료 선수에게도 무례한 행동이다. 임채리는 1라운드가 열린 24일 새벽 2시에 집에서 나와 오전 4시에 골프장에 도착했다. 대기 1순위라 혹시 기권하는 선수가 있으면 대신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차에서 한 시간여 눈을 붙이고 오전 5시 30분부터 퍼트 연습 등을 하면서 기다렸다. 그는 마지막 조가 출발한 오후 1시 45분까지 몸을 풀었지만, 대회 개막 전에는 아무도 기권하지 않아 혼자서 골프장을 떠났다.

골프는 매너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대회 도중 기권은 골프라는 스포츠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도 없는 행동이다. 2021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캐디는 경기가 끝난 뒤 18번 홀에서 깃대를 향해 모자를 벗은 채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골프라는 스포츠에 감사하고,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그 캐디의 인사에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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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현

◆배소현, 154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26일 끝난 E1 채리티 오픈에선 배소현(31)이 생애 처음으로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이븐파를 기록해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억6200만원. 1993년생인 배소현은 지난 2011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2017년에야 1부 투어에 합류했다. 배소현은 154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합계 5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른 박민지는 상금 4612만5000원을 받아 장하나(57억7049만원)를 제치고 개인 통산 상금 1위(57억9778만원)로 올라섰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서는 한승수가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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