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프랑스 反극우 시위 와중 우파·극우는 연대 선언…독일선 '동서 분열&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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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극우 세력의 유럽의회 선거 압승에 반발하는 시위자들이 '조르당(극우 정당 대표), 너는 죽었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불을 피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극우가 약진한 유럽의회 선거 이후 유럽 각국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선 반(反) 극우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샤를 드골 등을 배출한 우파 공화당 대표가 극우 정당과 동맹을 맺을 뜻을 밝혔다. 극우가 2위 정당으로 세력을 키운 독일에선 옛 동독·서독 지역간 분열이 드러났다.

도시마다 수천 명 시위 “각성 안 하면 극우 집권” 

11일(현지시간) 르몽드·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유럽의회 선거 압승에 반발한 이들이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날 저녁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경찰 추산 3000여 명이 모여 “파시스트를 싫어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좌파 세력이 뭉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녹색당사 방향으로 행진하며 벽에 “마크롱도 아니고 바르델라(RN 대표)도 아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자정 즈음 경찰이 수류탄으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극우 반대 집회는 툴루즈(6200명), 마르세유(2200명), 렌(4000명) 등에서도 열렸다. 렌의 시위에 참여한 마리(69)는 “극우에 대항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시위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시위대는 쓰레기통에 불을 붙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해산시켰다.

노동총동맹(CGT) 등 프랑스 노동조합 5곳은 이번 주말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우리 공화국과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우리가 각성하지 않으면 극우가 권력을 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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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와 마린 르펜(왼쪽)의 초상화가 훼손된 RN 유럽의회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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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프랑스 파리에서 극우 정당에 반대하는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RN 지지 마크롱당 2배…동거 정부 가능성

그러나 조기 총선까지 남은 3주 안에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유권자 중 34%가 1차 투표에서 RN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좌파 정당 연합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당인 르네상스당을 찍겠다고 답한 이는 각각 22%, 19%에 그쳤다.

이에 RN이 1당 지위에 올라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동거 정부’(Cohabitation)가 구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대통령이 다수당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게 관례여서다. RN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29) 총리설이 급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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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RN 소속 마린 르펜. AFP=연합뉴스

RN은 제1당이 되기 위해 주류 우파인 공화당, 다른 극우정당 르콩케트와 공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는 좌파와 중도파들의 국가 위협을 막기에 공화당이 약하다며 RN과의 동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샤를 드골,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이 극우 정당과 연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좌파 진영은 극우세력이 1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선거구에 단일 후보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르피가로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정치는 역동적이다. 나는 여론조사를 믿어본 적이 없다”며 “의회 해산은 프랑스 국민에 대한 큰 신뢰의 표시다. 조기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RN이 총선에서 승리해 퇴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엔 “헌법을 만드는 건 RN이 아니다. 제도는 명확하고 결과가 어떻든 대통령의 자리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옛 동독서 극우 정당 최고 득표 “과거 복귀 서사 먹혀” 

독일에서도 유럽의회 선거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개표 결과에 따르면 16개 주 가운데 튀링겐 등 옛 동독 5개 주에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11개 주 중 8곳에선 중도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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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결과 독일 동독과 서독 지역간 뚜렷한 정치 성향 차이가 드러났다. 동독 지역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서독 지역에선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D)연합이 최고 득표를 기록했다. 사진 텔레그래프 캡처

옛 동독 5개 주에선 전 동독 마르크스주의자가 6개월 전 창당한 정당인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도 전국 평균 득표율 6.2%를 훌쩍 넘는 14%의 표를 가져갔다. BSW는 공산주의를 표방하나 난민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AfD와 유사한 입장이다.

벤자민 혼 켐니츠공대 연구원은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옛 동독 지역에서) AfD는 좋았던 옛날로의 복귀를 약속하는 서사를 제시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헨드리크 뷔스트 총리는 동서 교류를 위한 ‘통일조약 2.0’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극우 정당 젤렌스키 비난, 러시아와 판박이

이런 가운데 AfD와 BSW 소속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한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날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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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왼편에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의원들의 불참으로 공석인 자리들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AfD는 성명에서 “젤렌스키의 임기는 만료됐다. 그저 전쟁과 구걸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다”며 “우리는 위장복을 입은 연사의 연설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달 끝나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AfD는 소속 일부 의원이 러시아 측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AfD와 BSW에 대해 유럽의회의 마리아그네스 치머만 의원(자유민주당)은 “푸틴이 독일에서 자신을 생각 없이 따르는 두 번째 정당을 갖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가디언은 핀란드·스웨덴·덴마크에선 극우 의석 수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북유럽에선 이미 극우 세력이 집권했고, 권력을 잡으면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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