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한민국 '어싱' 성지 노린다…변두리 놀림 받던 이곳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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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는 서울의 동북쪽 끝자락에 위치한다. 광화문 등 도심에서 그만큼 멀다는 의미다. 도봉구의 지역내총생산(GRDPㆍ2021년 기준)은 3조4900억원에 그친다. 이웃 강북구(3조4600조원)와 더불어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권이다. 참고로 구별 GRDP 1위는 강남구(77조9240억원)다. 하지만 도봉구는 다른 구에 뒤지지 않는 장점도 갖고 있다. 도봉산을 비롯한 자연환경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해 도봉구 방면을 통해 도봉산에 방문한 이는 300만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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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둘레길 2.0 계획을 설명 중인 오언석 도봉구청장. 사진 도봉구

‘언더독(Under Dog)’ 도봉구가 우수한 자연환경을 무기로 역전에 나섰다. 도봉구는 지난 13일 도봉산부터 중랑천과 초안산, 쌍문근린공원, 서울아레나를 통과해 서울 둘레길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21.3㎞ 규모의 순환 산책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새로 조성되는 둘레길은 사실상 도봉 둘레길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라며 “제주도의 올레길 못지않은 명품 둘레길을 만들어 도봉구를 단순히 서울의 변두리가 아닌 ‘쉼이 있는 문화여가도시’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둘레길은 도봉구 외곽을 감싸는 식으로 조성된다. 둘레길을 다 걸으면 도봉구 ‘동네 한 바퀴’를 돌게 되는 셈이다. 기존 둘레길은 도봉산 일대로 국한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형공원과 중랑천을 잇는 식으로 재미를 더했다. 산과 평지, 하천변을 두루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구민뿐 아니라 자연스레 도봉구를 찾아와 시간을 보내고 소비하는 ‘생활인구’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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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둘레길 2.0 안내 포스터. 사진 도봉구

가장 먼저 완성된 구간은 지난 4월 공사를 마친 중랑천 제방길 데크로드 1단계 구간이다. 2년여 간의 공사 끝에 노원교~창도초등학교에 이르는 1.7㎞ 구간을 맨발길인 마사토 길로, 이 중 600m는 황톳길로 조성했다. 앞서 조성된 방학동 발바닥공원과 초안산 세대공감 공원, 들꽃향기원 일대의 맨발 산책길뿐 아니라 이달 준공을 앞둔 ‘창골축구장 황톳길’과 ‘초안산 근린공원 황톳길’ 등도 황톳길을 갖추고 있다. 둘레길 전 구간에는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 양지석 구 홍보담당관은 “머잖아 도봉구가 명실상부한 맨발 걷기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먹거리·즐길 거리도 강화 중

둘레길을 대폭 확대하는 것에 더해 주요 길목에는 다양한 체험시설과 즐길 거리도 설치하고 있다. 지난 5월 도봉산 자락 아래 무수골 일대에 완성된 산림치유 공간인 ‘무수골 녹색복지센터’와 ‘명상의 숲’이 대표적이다. 대지면적 7334㎡(약 2222평), 건축면적 827㎡(약 251평)의 녹색복지센터는 편백 체험실과 향기 치유실, 차 명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그에 더해 현재는 중랑천 데크로드 2단계 공사와 수변 테라스 카페 조성을 추진 중이다. 또 ‘서울 창포원 재조성사업’과 ‘중랑천 파크골프장 조성사업’도 완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수 김경호가 부른 도봉구 브랜드송 ‘도봉에서 만나요’가 주목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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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완공된 산림치유 공간 '무수골 녹색복지센터'의 앞마당 모습. 복지센터는 편백체험실과 향기치유실, 차 명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수기 기자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내년 도봉 둘레길 2.0이 최종 완성되면 도봉산 둘레길부터 앞으로 창동에 들어설 2만석 규모의 K팝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까지 도보로 이어지게 된다”며 “도봉구는 머잖아 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산림문화시설의 ‘끝판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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