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기차로 '칼' 갈았던 현대차, 日 진출 2년 中에도 뒤진 이유

본문

일본 시장 재진출 후 2년이 지난 현대자동차의 성적표가 나왔다. 현대차 입장에서 달가운 결과는 아니다.
일본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일본 내 현대차 등록 대수는 2023년(2023년 4월~2024년 3월) 585대를 기록했다. 2022년(2022년 4월~2023년 3월) 등록 대수 649대에서 64대가 줄어든 것으로 그만큼 적게 팔렸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일본 시장 내 현대차 점유율은 0.21%에서 0.19%로 감소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2009년 말 철수했다가 2022년 5월 다시 문을 두드렸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와 비교하면 현대차의 판매 부진은 더 뼈아프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한 비야디(BYD)는 2022년 일본 시장에서 283대를 판매했는데 지난해에는 2026대로 판매량이 7배 넘게 증가했다.

17185692296396.jpg

2022년 2월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 간담회에서 아이오닉 5(왼쪽)와 넥쏘가 전시된 모습.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일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부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전기차 중심 라인업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코나 일렉트릭, 수소 전기차 넥쏘 3가지 모델만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다. 반면 일본 시장에선 내연차가 여전히 강세다. 지난해 기준 일본 시장 내 전기차 점유율은 2.2%에 불과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10% 수준인 데 비해 차이가 크다. 그만큼 일본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없다는 뜻이다. 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현대차에 불리한 편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해 65만엔(568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45만엔(393만원)으로 보조금이 20만엔이나 줄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충전기 수와 정비 제휴 공장 및 정비 인력을 기준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다. 수입차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71856922978.jpg

박경민 기자

일본에 오프라인 매장 낸 현대차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망을 짠 것도 현대차가 일본에서 중국 전기차에 뒤진 이유로 꼽힌다. 반면 BYD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는 중이다. BYD는 일본 전역에 오프라인 매장 50여곳을 두고 있는데 내년 말까지 이를 100여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올해 들어 전략을 수정해 일본 오키나와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차를 고르는 일본 소비자들에게는 온라인 중심 판매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무기는 기술력이다. 일본 브랜드보다 앞선 전기차 기술력을 강조하면서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와 함께한 영상을 공개했다. 새롭게 공개한 영상에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을 운전하면서 등장한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가 전기차 기술력에선 일본차를 앞선 만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7185692299555.jpg

BYD 씰 전기차가 지난해 10월 열린 도쿄 모터쇼 행사장에 자리하고 있다. BYD는 일본 내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사진 BYD

일본 시장, 한·중·일 車 산업 축소판 

일본 자동차 한·중·일 자동차 메이커 역학 관계의 축소판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일본 자동차의 점유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자동차 기업은 일본과 한국 시장에 침투 중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차 점유율은 2013년 8.9%에서 지난해 1.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차 점유율도 16.1%에서 14.5%로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자국 전기차 지원에 나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 시장 내 점유율 하락은 미국과 유럽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반면 중국 로컬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해 55.9%를 기록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차는 일본에 이어 한국 시장도 넘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BYD가 올해 안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내 수입사를 통해 1톤(t) 전기 트럭을 선보인 BYD는 조만간 전기 승용차를 직접 들여올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평택항에 BYD 승용 전기차가 입항했다”고 전했다. 이번 물량은 정부 인증과 공도 테스트용일 가능성이 크다. BYD는 일본 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저가와 고가 전기차를 동시에 출시할 가능성이 커 한·중·일 자동차 삼국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 EU,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 관세 추진

  • 자동차 시선으로 촬영…현대차, 단편영화 ‘밤낚시’ 공개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37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