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AI의 바탕은 '인간다움'…첨단기술 활용한 행복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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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모두 사람 냄새와는 거리가 먼 차가운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 같지만 알고 보면 인간다움에서 비롯된 기술이에요.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본떠서 기계에 옮긴 것이며, 메타버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컴퓨터에 옮긴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인간의 사고·마음과 뇌를 컴퓨터와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학문을 인지과학이라 해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이 주도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요즘은 초등학생도 코딩을 배우죠. 미래를 대비하는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지만, 근본적인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과연 우리가 인공지능을 잘 알고 있는 게 맞는 걸까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은하수 초등학교의 과학동아리에 인공지능 로봇인 오토마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김상균 박사의 찾아라! 인공지능』을 기획한 인지과학자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를 만나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이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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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가운데) 교수가 박건희(왼쪽)·원지민 학생기자와 인지과학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민: 교수님이 인지과학자로 하시는 일을 쉽게 알려주세요.
인지과학자는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면서,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연구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인지과학자들은 저처럼 학교에서 연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마트폰·자동차·키오스크 등 인간의 마음과 행동양식을 고려해야 하는 분야에서 많이 일하죠.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알려면 인지과학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인간의 마음과 경험을 인공지능·메타버스·게이미피케이션 등 여러 영역과 결합해 연구하고, 이런 기술이 인간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는 일을 해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는 여러분도 들어봤을 테죠. 게이미피케이션은 공부·일이나 병원 가서 주사 맞기 등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만들어 일상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을 뜻해요.  
건희: 인지과학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그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인공지능 학습플랫폼이나 직장인이 쓰는 소프트웨어 등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제가 인지과학을 연구해서 만든 결과물로 사람들이 편하고 즐거워하면 '내가 저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줬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아요. 반면 제가 설계한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들이 행복해하지 않으면 '아직 나는 공부할 게 많은 사람이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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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공지능 입문 도서를 기획한 인지과학자 김상균 교수. 김 교수는 인지과학 외에도 교육공학·산업공학·로보틱스 등을 공부했으며, 인공지능·메타버스·뇌과학이 등장하는 SF 소설도 출간할 만큼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지민: 인지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분야에 관심 있어야 하나요.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연구하면 좋은 분야예요. 저 역시 사람을 대하기 조심스러워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는 걸 좋아해요. 그게 인지과학의 매력적인 부분이죠. 하지만 수학처럼 매사에 답이 분명한 걸 선호하고,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면 인지과학과는 좀 거리가 있는 성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민: 『김상균 박사의 찾아라! 인공지능』이 탄생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초·중·고의 인공지능 교육과정을 보면 컴퓨터공학 전공처럼 프로그래밍 교육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것보다는 인공지능이 정확히 무엇이며, 우리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책에 인공지능과 관련된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지 기획했고, 어린이를 위한 책을 여러 번 작업하신 작가님이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쓰셨죠.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싶은데 막연하거나, 학교에서 배운 프로그래밍 말고 더 넓은 개념의 인공지능을 생각해 보고 싶은 청소년이 이 책을 통해 넓고 흥미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로봇과 뇌과학 등 여러 분야를 청소년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건희: 교수님과 은하수 초등학교 과학동아리 3인방이 겪는 이야기 속에 인공지능 관련 여러 용어가 등장하는데요. 해당 용어를 선별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과학자·공학자가 알아야 할 용어가 아닌, 청소년이 인공지능과 살아가면서 알아야 하는 기본 용어를 중심으로 구성했어요. 신문·뉴스에 인공지능 관련 단어가 나오는데 해당 용어를 모르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겠죠. 또한 인공지능의 특성·역할을 설명하는 단어도 포함했어요. 예를 들어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인공지능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출력해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현상을 말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할루시네이션 때문에 인공지능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인공지능의 거짓말은 사람의 거짓말과는 달라요. 사람은 자신의 이득 등 특정한 목적을 갖고 거짓말을 하죠. 반면 인공지능은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잘 몰라서 하는 거짓말에 가까워요. 그런 부분을 책을 통해 설명해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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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스마트폰·태블릿 PC 등이 보편화하면서 인공지능 역시 우리 생활에서 외국어 번역, 자율주행, 영상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민: 인공지능이 인간을 배신하는 내용도 있던데 인공지능이 그런 판단 능력을 언제쯤 갖게 될까요.
조만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인공지능은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만든 인공지능이 작동한 거예요. 그런데 가설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예측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조차도 해당 인공지능에 대해 완벽히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일단 가설대로 만들었는데, 그대로 작동을 하니 사용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범위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배신하거나, 나쁜 행동을 할 여지도 숨어있어요. 하지만 인공지능을 만든 인간의 의도는 그게 아니죠. 그래서 아직 인공지능에 대해 분석할 시간이 더 필요해요.  
건희: 미래 사회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에게 지배받는 상상을 하니 그간 편리하고 신기하게 여겼던 인공지능이 무섭게 느껴져요. 인공지능의 잘못된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와 장치들이 필요할까요.
관련 법을 잘 만들어야 하고, 일반 시민도 관련 정보를 잘 판별해서 인공지능을 써야죠.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대학생들의 대화를 가져다가 인공지능에 학습시켜서 20대 여자처럼 대화하는 챗봇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러려면 해당 대화를 나눈 대학생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는 지워야 해요. 그런데 해당 챗봇을 만든 회사가 인공지능에 더 빨리 학습시키기 위해 그 과정을 생략했어요. 그 결과 사람들이 그 챗봇을 쓰는 과정에서 해당 대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겁니다. 그럼 본래 의도와는 달리 나쁜 인공지능이 되는 거죠. 그런 부분들이 법적으로 규제가 돼야 해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인공지능과 관련된 법은 이제 제정되기 시작하는 추세고, 한국은 아예 없죠. 앞으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에요.
건희: 인공지능 때문에 미래에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은 인공지능의 비중이 높아질 미래 사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직업을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로 생각해 보는 게 좋아요.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걸 많이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라지는 것보다는 바뀌는 걸로 이해하면 어떨까요. 즉, 지금은 없는 일거리들이 미래에 계속 생길 것이고, 기존에 있던 직업이 계속 존재하더라도 다른 일을 함께할 수도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지만, 원래 교수란 직업에는 없는 사항인 청소년이 보는 책을 기획했죠. '나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가' 보다는 '나는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라고 생각을 하길 바라요. 예를 들어 누군가 꿈을 물어보면 '의사'라는 명사가 아니라,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돕는 일을 하고 싶어'란 동사·서술어의 형태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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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교수는 인공지능·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의 출발점은 결국 인간다움이라며, 인간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건희: 미래에 새로 생기는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간의 마음과 정서를 돌봐주는 직업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인공지능은 샐러드를 만들거나, 잡초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등 사람이 몸을 써서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우리가 몸을 쓰지 않아도 되니 좀 더 감성적인 부분을 생각할 여유가 생기죠. 여러분이 어른이 되어서 사람의 마음을 돌봐주는 직업을 많이 만들어냈으면 좋겠어요. 또 예술 관련 직업이 많아질 것 같아요. 제 또래들은 미술을 좋아해도 대학교 입학을 위해 고2 때까지만 그림을 그렸어요. 고3이 되면 미술시간에도 대학 시험에 포함되는 과목 공부를 했죠.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면서,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제 안에서 자라는 게 느껴져요. 저처럼 다른 사람도 인공지능을 통해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예술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고,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지민: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꾸준히 정보를 얻기 위해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유튜브나 대화형 인공지능을 능동적으로 활용해보길 바라요. 저는 청소년에게 유튜브를 많이 보라고 권하지는 않아요. 유튜브는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사용자가 계속 영상을 보도록 유도하기에 사람들이 검색 버튼을 생각보다 잘 안 써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 키워드를 유튜브 검색창에 입력하면 인공지능 관련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어요. 만약 내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농업에 관심 있다면 검색창에 '인공지능'과 '농업'을 입력하는 거죠. 또 클로드(Claude)나 챗GPT처럼 대화형 인공지능에 내 관심사를 말해주고, 여기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사례를 찾아봐달라고 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죠.

동행취재=박건희(경기도 한홀초 6)·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김상균 박사의 찾아라! 인공지능』을 읽은 뒤 궁금한 게 많아서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교수님의 연구실을 방문했어요. 교수님은 인공지능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져 가는데 아이들을 위한 적절한 도서가 없어 책을 출간하셨다고 하셨죠. 그 말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저도 앞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고 우리 생활에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요즘, 교수님과 만난 뒤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리고 우리 학생들에게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며 앞으로도 청소년을 위한 많은 인공지능 입문 도서가 생겼으면 해요.

박건희(경기도 한홀초 6) 학생기자

인지과학자 김상균 교수님을 만나 인지과학과 인공지능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내가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공지능을 잘 다루어야 한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해 주셨었는데 교수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셔서 놀라웠죠. 교수님께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많은 것을 기억할 수는 있지만, 사람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고 준비하는 점이 인공지능과 구분되는 인간다움이라 하셨어요. 저도 저의 꿈을 위해 스스로 준비하는 학생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또한 『김상균 박사의 찾아라! 인공지능』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배신하는 내용이 나와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데, 그만큼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고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가진 가치와 인간다움을 키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게 인상 깊었어요. 그 말씀을 듣고 인간만이 가진 가치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됐죠.

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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