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혈세 낭비라던 수산단지의 변신…아쿠아리움 열자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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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에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이 수족관을 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1일 충북 괴산군 괴산읍 대덕리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 연면적 7만5623㎡ 규모 부지에 수산물 가공 공장과 유통 시설, 식당, 내수면연구소 등이 들어선 복합 단지다. 국·도비 230억원을 들여 2019년 5월 준공했다. 개장 초기 내륙의 ‘자갈치 시장’으로 주목받았지만, 곧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마땅한 볼거리가 없다 보니 찾는 사람도 적었다. 식당 6곳 중 4곳은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달 17일 이 단지 안에 문을 연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이 인기를 끌면서 외지인이 몰리고 있다. 충북내수면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월요일 휴관 일을 제외한 21일간(지난 9일 기준) 아쿠아리움을 찾은 방문객은 4만7000명에 달한다. 아쿠아리움 개장 전 괴산~충주를 지나는 몇몇 사람만이 쉼터로 활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날 찾아간 아쿠아리움에는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이 많았다. 괴산 성신유치원에서 온 교사 이지율(29)씨는 “아쿠아리움이 생기기 전에는 괴산에 놀러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대전이나 청주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며 “다양한 민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게 괴산 아쿠아리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괴산 수산단지 활성화 대책으로 지은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은 30분 정도(성인 기준)면 관람할 수 있는 미니 전시관이다. 연면적은 1440㎡로 단양에 있는 다누리아쿠아리움(3864㎡)의 3분 1 수준이다. 3·4살 아이들과 이곳을 찾은 김모(39)씨는 “7살 이하 아이들은 관람 시간이 1시간씩 걸리는 대형 아쿠아리움에 가면 지루해하고, 힘들어한다”며 “작은 수족관이 많아 아이 눈높이에서 가까이 물고기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상 2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은 우리나라 민물고기를 배치한 기획전시관과 열대어류관, 아쿠아포닉스 연구관, 담수자원종보조관, 거대민물 어류관, 수중터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담수어류 106종, 4700여 마리가 전시수조 62개(442t)에 담겨있다. 토종 민물고기는 버들붕어, 왜몰개, 각시붕어, 줄납자루, 돌고기, 버들치, 쏘가리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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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빈 수조가 놓인 단지 내 식당. 프리랜서 김성태

방문객이 늘자 수산단지 안에 있는 음식점도 하나 둘 문을 열고 있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개장 초기라 그런지 주말에는 아쿠아리움 앞에 줄이 늘어설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며 “작년에는 매출이 거의 없어서 전기료를 못 낼 정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한 다슬깃국 전문점은 아이들을 상대로 ‘컵빙수, 어린이 떡갈비’ 메뉴를 추가했다.

하지만 아쿠아리움 외에 관람객을 붙잡을 수 있는 관광·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은 과제다. 한 상인은 “아쿠아리움 규모가 너무 작아서 실망하는 사람도 여럿 봤다”며 “놀이시설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피크닉을 즐길 만한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충북내수면연구소는 쉼터 조성과 전시공간 확대를 준비 중이다. 이재정 내수면연구소장은 “7월 중순까지 카페 2곳이 생기면 수산단지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수면연수소 사무동을 활용해 전시수조를 늘리고, 식당동 옆 공간에 하천을 바라볼 수 있는 휴게 쉼터도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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